"에피, 넌 어린애야. 예쁘고 시적이지. 상상이란 그런 거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단다. 환하거나 은은한 빛보다 어둠이 더 좋을 때가 많지." - P41

"아니요. 엄마. 진심이에요. 사랑이 첫째지만, 영광과 명예가 바로다음이고, 그다음은 재미예요. 그래요. 재미요. 나는 새로운 것, 웃거나 울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해요. 지루한 건 절대 못 참아요."
"우리하고는 어떻게 살았어?"
"아이, 엄마, 무슨 말씀이세요. 물론 가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인정해요. 이를테면 겨울에 친척들이 찾아와서 여섯 시간 넘게 눌러앉아 있고, 군델 아주머니와 올가 아주머니가 나를 찬찬히 뜯어보고는 되바라진 아이라고 생각할 때가 그랬지요. 군델 아주머니는진짜 그런 말을 했다니까요. 그것 빼고는 항상 행복했어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에피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무릎을 꿇고는 엄마의 손에 입을맞추었다. - P43

 아. 나는 높으신 귀부인 역할엔 소질이 없나와 엄마라면 그래 엄마라면 더 어울렸을 거야. 군수부인답게 화중을 휘어잡았을걸. 지도니 그라젠은 엄마에게 경의를 바치고 엄마가 하느님을 믿건 말건 신경쓰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나는... 나는어린아이이고 계속 그대로일 것 같아. 그것이 행복이라고들 하지만정말인지 모르겠어. 사람은 환경에 맞추어 살아야 하거든"
프리드리히가 식탁을 치우려고 들어왔다.
"몇시에요. 프리드리히아홉시입니다. 마님."
"아, 종소리가 들리네요. 요한나를 보내줘요~
"마님, 부르셨어요"
"그래요. 요한나, 이제 그만 자러 가야겠어요. 시간이 좀 이르지만너무 외롭네요. 우선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줘요 편지를 부치고 오면시간이 맞을 것 같아요 안 맞아도 할 수 없고"
에서는 촛불을 들고 침실로 건너갔다. 예상대로 돌로는 깔개에 누워 있다가 그녀를 보고 일어나 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에피의 손에 귀를 비벼대고는 다시 드러누웠다. - P99

신비주의라고요! 그이가 영의 세계를 보는 농
"영의 세계를 본다고요! 그런 말은 아닙니다. 인슈테텐은 유령이야기 하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흥분하고 실지어 불안해하면 돌연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들을 그냥 놀려주려고한 것뿐이라는 듯 구는 거예요. 그래서 한번은 제가 대놓고 말했어요.
바보 같은 소리 마요. 인슈테텐 다 희극일 뿐이오. 나를 속일 순업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갖고 놀고 있어요. 사실 당신도 우리처럼 믿지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거지요. 특이한 면이 출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평범한 인물을 앉히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은 그런 야심 때문에 특이한것을 찾았고, 우연히 유령을 만나게 된 거예요‘라고 말이에요."
에피가 잠자코 있자 크람파스는 마침내 부담이 되었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네요, 부인."
"예." - P182

기스휘블러. 하지만 정말 잠깐만 있다 갈게요.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요"
부인. 다시 오시잖아요. 사나흘 후면 오신다고 들었는데.....
"예, 돌아올 거예요. 늦어도 일주일 후엔 오기로 약속까지 했지요.
하지만 못 올 수도 있어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꼭 해야겠어요. 제가 아직 너무 젊다는 말을 하시려는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도 죽을 수 있답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딴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그래서 차라리 영원히 헤어지는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요."
"부인....."
"영원히 헤어지는 것처럼. 여러 가지로 감사했어요. 기스휘블러저는 여기서 약사님이 제일 좋았어요. 약사님이 가장 좋은 분이시니까 당연하지요. 백 살이 돼도 약사님을 잊지 못할 거예요. 전 여기서가끔 외롭고 슬펐답니다. 약사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그런 기분을 제대로 다스리지는 못했지만 첫날부터 약사님을 보면 항상 마음이 편해지고 좋아졌어요."
"Ho......"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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