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함께 읽기다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
신기수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휘경 어린이 도서관 힐링 독서토론에 속해 있다가 개나리 문학당이라는 독서토론 동아리로 독립이 됐다.
선생님이라는 큰 주춧돌 없이 어떻게 동등한 분들과 책에 대해 읽고 모임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지 잘 몰랐다.
이때 회장님이 독서 토론에 대해 참고하라며 건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 빼고 모두 이 책을 알고 계셔서 정말 놀랐다.
내용 또한 놀라웠다.
사실 책을 안 읽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되는 것도 진취적인 발전이다.
나에게 있어 이 독서 토론 또한 다른 차원의 도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책을 읽는 기준은 내가 힘든 일이 기준이다.
요즘 엄마와 싸우고는 모녀지간에 대한 책만 5권을 빌려왔다.
아이가 힘들게 하면 육아서를 왕창 빌려온다.
내 마음을 다잡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계발서를 빌린다.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으면 심리학 서적을 빌린다.
그리고 그 상황에 나에게 필요한 문구를 읽으면서 `맞아맞아`라고 생각하고 내 감정을 인정받으려고만 한다.
그게 과연 온전한 책 읽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책에 대한 편식을 비판한다.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이 이 책에서 느낀 것을 나누면서 자신이 잘못 생각한 점을 바꾸고
자신이 생각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것을 확실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독서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누군가의 서가를 떠올려봤다. 그리고 떠오른 질문.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책, 자기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책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책들로 하나의 성을 쌓아가는 것은 `지적 영주`가 되는 쾌감을 주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성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독재자가 될 수도 있으니 언제든지 서재 문을 열어둘 일이다.(23)

또한 다른 사람과 토론을 하기 위해 읽는 독서는 나 혼자 읽는 것과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독서토론을 시작하면 이런 공부가 절로 몸에 배게 된다. 누군가와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그만한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 일이어서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대충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책을 누군가와 토론하기로 약속한 순간부터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로써 정독하게 되고, 스스로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49)

더 이상 이 책 속 숭례문학당의 사람들은 책이 무거운 과제가 아니다.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즐기는 재밌는 놀이 매개체가 된다. 말을 잘 못하고 자신에 대해 표현 못하는 아이가 책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육아로 지치고 상처받았던 주부들은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치유받고 힘을 얻는다. 더 발전되면 전문적인 서평을 쓰고 이를 넘어서 책 한 권을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주부 서희정 씨도 서평 쓰기로 새로운 꿈을 꾼다. 결혼 8년 차 주부인 희정 씨는 남편과 커피, 등산, 복싱 등 여러 취미를 가져봤지만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에 힘들었다고 한다. 서평을 쓰고 나서는 이런 욕구불만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읽은 책을 글로 쓰는 일이란 게 결코 만만히 않아 완전히 에너지가 소진되고 나면 말 못할 뿌듯함이 밀려왔다. 게다가 책을 읽어도 뭐가 좋은지 잘 몰랐던 이전과 달리 내용을 곱씹다 보니 생각의 힘이 깊어질 뿐 아니라 시야가 넓어져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단다.(90)

숭례문 학당 사람들은 영화까지도 자신의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영화 토론은 내용만 즐기는 피상적 보기에서, 나의 문제로 성찰하는 인문적 감상으로의 도약이었다. 참가자들은 그간의 피상적 영화 보기를 반성하며, 주체적 영화 읽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107)

이 독서토론을 통해 나 자신을 알게 되고 사람들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른바 이것을 `인문학`이라고 한다. 처음 책을 읽는 것이 의무고 무거운 숙제일 수 있지만 토론을 통해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 후 양을 늘리면 생각의 질과 깊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독서토론을 진행하는지에 대해 적혀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우리 문학당의 진행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기에 간단한 요약을 하려고 한다.

토론이란 서로 배우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가는 학습의 과정이다. 독서토론의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책 읽기에서 벗어남은 물론이고, 피상적이고 독단적인 이해의 위험을 극복하게 해준다. 또한 좋은 책을 골라 정밀하게 읽는 능력을 키워준다. 자시 의사를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능력과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며 듣는 자세를 배우게 한다. 합리적인 이성을 중시하는 토론 과정을 통하여 토론자들의 민주적 소양을 길러준다. 독서토론의 과정과 결과에서 모두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다.(181)

숭례문학당에서 진행하는 독서토론이 논제는 주로 자유논제와 선택 논제, 그리고 찬반논제로 구성한다. 가볍게 자유논제부터 시작해 선택 및 찬반 논제 순으로 토론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유논제는 참가자들을 편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한다. 주로 책에 대한 소감과 인상 깊은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중략)
선택 논제는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토론자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관점을 드러내게 한다. 찬반 논제는 가장 논쟁적인 논제로 본격적으로 토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논제는 대개 진행자가 준비한다. 책을 추천한 사람이 논제를 발제하면 보다 다양한 토론거리가 나올 수 있다. 사실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한 한국 교육이 현실에서 화두를 던지는 일은 쉽지 않다. 질문만 봐도 사유의 깊이가 보인다. 대답을 잘하는 사람보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돋보이고, 상황을 주도한다. 상황이 흘러가는 맥을 짚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고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일이야말로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더 깊게 다가설 수 있다. 질문을 모를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새롭게 보는 눈을 길러준다. (189)

토론자들은 연주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잘 듣고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해 문학, 인문학, 사회과학,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 문학에 대한 의의가 인상 깊었다.

문학은 스스로를 다지는 일종의 마음 수련이다. 조금 과장해서 책장 한편에 쌓이는 소설의 양과 더 나은 인간이 될 확률은 비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적어도 내 이해의 선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를 돕는 텍스트로는 철학이나 경전도 좋겠지만, 이야기를 통한 회복이 쉽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숨조차 쉬기 어려웠던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닌 동료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일종의 감성`촉`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전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던 타인의 고통이 감지된다. 어렵기만 했던 화해와 용서가 편해지고 삶에 여유가 찾아온다. 좋은 소설 한 두 권 만으로 전과 다른 삶을 갈게 될 수도 있다.
(228-229)

읽어라. 생각해라. 그리고 써라. 이 책의 핵심이다. 지금 벙커원에서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을 쓴 은유 강의를 듣고 있다. 글을 쓰는 강의인데 일단 많이 읽어보라고 하고 있다. 먼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 다음 고치란다. 고치려면 내공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많이 읽기. 하지만 절대 혼자 읽지 마라. 왜냐하면 자기가 읽고 싶은 것만 읽기 때문에 반드시 같이 읽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과 글, 그리고 읽기는 다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구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읽어야 한다. 읽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연관된다. 어쩌면 쓰고 읽고 나누는 것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불가피하게 사람에 대해 말을 하게 된다. 아이, 남편 하다못해 연예인에 대해서라도 말이다. 책은 `사람`의 대체품이다. 작가가 하는 `생각 덩어리`가 바로 책이다. 우린 이제 좀 더 고차원적인 `사람`에 대한 당당한 앞담화를 하고자 한다.

난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 개나리 문학당의 한 명 한 명의 열정이 좋은 모임, 좋은 인연으로 계속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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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7-24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간중간 발췌한 명문장들이 최고네요!!♡

책한엄마 2016-07-24 17:56   좋아요 0 | URL
아-감사합니다.^^
전에 읽고 남긴 글이라 저도 새롭네요.

시이소오 2016-07-24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벙커원 강의 저도 듣고 싶네요 ^^

책한엄마 2016-07-24 20:26   좋아요 0 | URL
앱으로 있고 팟캐스트에서도 있어요.^^

시이소오 2016-07-24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이브로요. 일단은 팟캐스트 들어봐아겠습니다^^

책한엄마 2016-07-24 20:29   좋아요 0 | URL
충정로에 있다고 알고 있어요.^^

오거서 2016-07-25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대 혼자 읽지 말라는 부분에 밑줄 긋습니다. 독서가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여기지만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읽지 않으면 변질될 소지가 있겠다고 생각해봅니다. ^^

책한엄마 2016-07-25 08:36   좋아요 1 | URL
네, 북플이라는 공간도 혼자만의 성에서 나올 수 있는 좋은 도구란 생각을 합니다.오거서님 클래식 소개 덕분에 이번에 `클래식`이라는 세 권 책을 구입했습니다.^^
오거서님 클래식 사랑을 같이 공감하고 나누고픕니다.

오거서 2016-07-25 09:13   좋아요 1 | URL
더 클래식 세트 세 권을 말하는 것인가요? 저는 첫째권을 구입해놓고 아껴두고 있어요. ^^; 좋은 책을 음악을 같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어 즐겁습니다. ^^

책한엄마 2016-07-25 12:50   좋아요 1 | URL
네!!맞아요.
저자가 간략하게 설명해주셨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세트로 사니 보관함이 무척 고급이에요.
그 안에 들어있는 음악 실황 시디 모음도 있어요.만족하며 조금씩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