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 입사 6년 차 90년생의 좌충우돌 내 집 마련기
유환기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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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고 더 오르기 전에 대출받아서 집 사라. 빚 무섭다고 전세 살면 집주인만 배 불려 주는 꼴이다. 월세

낸다고 생각하고 매달 원리금 상환하다 보면 집이 한 채 생겨 있다." 거칠지만 친절한 이 형들은 이미 3~4년 전에 야수의 심장으로 대출을 받아 자가를 소유 중인 사람들이다. 174


유환기 작가의 《서른, 덜컥 집을 사 버렸습니다》를 읽었다. "입사 6년 차 90년생의 좌충우돌 내 집 마련기"라는 부제를 봐도 '와, 젊은 나이에 집까지 마련하고 대단하다. 재테크를 잘한 걸까? 아님 부동산 정보가 빠삭한 걸까?"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좋은 직장을 구해 괜찮은 연봉을 받아 가며 나름 잘하고 믿었던 재테크가 솟구치는 집값에 비하면 돼지저금통 속에 모인 동전처럼 짤짤이 재터크라 여겨지며(15) 오피스텔 만료기간이 다가오자 2년 전 전세금에다 은행 대출받은 것을 더하면 자가를 구하고 몇 억은 올라있을 것이며 떠돌이 신세도 면했을거란 현타를 맞는다. 

그러면서 대안은 두 가지, '집을 산다'와 '당장은 사지 않는다(주택청약을 노린다)로 좁혀지고 주택청약을 생각했을때 당첨 확률부터 공급시기까지 불확실성이 커보여 마음을 접고 아파트매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 과정속에 도움을 준, 강동구에 호가가 무려 두 자릿수인 아파트를 소유하는 k형과 임장을 다니며 감각을 키우고, 상도동에 32평 국평 아파트를 구매한 j형과 발품을 팔기에 이른다. 그러다가 구리시 수택동에 사는 워런 B핏 형님을 만나 정점을 찍는다. 그는 저자가 1억을 모으는 동안 결혼하면서 산 아파트를 굴리고 불려 20억 가까이 만든 인물이다. 


📖🏤 아파트 보러 다니면서 슬금슬금 높아진 눈은 '5천만 원만 더 있으면 계단식을 살 수 있을 텐데'로 시작했다가 점점 '1억만 더 있으면 평수를 늘릴 수 있는데'로 발전하고, 급기야 '3억만 더 있으면 신축도 가능하지 않을까?'로 주제넘은 점프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자기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정 안 되면 부모님이 보태 주시겠지.'하며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112


++ 서울 시내 저평가된 매물을 찾으려다 경로를 틀어 현재 가지고 있는 예산과 당길 수 있는 돈, 대출 시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을 확인하며 현실적인 매물을 보기 시작한 저자. 


📖🏤 고민은 빠르게, 계약금은 속전속결로. 매물을 보고 오던 날 몇 시간만에 공인중개사에게 전화해 매수 의사를 밝힌 것 자체는 일단 잘했다. 그렇게 우선 확보해 뒀으면 고민도 빠르게 해야 했다. 내 경우 결정이 지체된 이유가 정보와 확신의 부족이었는데, 사전에 미리미리 알아보고 공부해 두는 것이 필요함을 배웠다. 61


++ 저자는 결국 '확실한 호재, 강남 접근성, 1주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워런 B핏' 형님의 매수 이유를 듣고 여러 고민의 과정 속에 구리의 한 아파트를 매수하려 하였으나 마지막에 계약금을 걸지않아 웃돈을 얹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한 달 새 5천만원이 오르더니 석 달이 지나자 1억까지 오르는 것을 보며 아쉬워했다. 


'지난 일을 발판 삼아 다시 도전하려는 의지도, 훌훌 털어 내고 미래 청약이나 기약하는 호방함도 어느 하나 갖추지 못한 채 꽁하니 앓고만 있었다.'(63)는 저자는 구리시 수택동에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고 '집주인'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마치 알고 지낸 사람마냥 함께 울고 웃고하다보니 결국 인테리어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어엿한 집주인이 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른덜컥집을사버렸습니다 에는 저자의 생생하고 솔직한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주거 공간에서의 추억은 물론 고시텔과 모텔숲의 오피스텔에서의 생활, 종잣돈을 모으려는 피땀어린 노력이 담겨있다. 또한 그의 친절함은 덤이다. '증여세에 대한 팁'과 '6월1일 기점'으로 재산세가 책정되니 이사를 하려거든 6월 중순이후로 하는 것이 좋다는 등 중요한 팁은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이 28년 9개월 남아있다지만 그는 이미 부린이를 넘어 자가를 소유한,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멋진 청년이다. 책을 읽다가 새집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땐 작가의 인스타로 들어가 눈으로 보기도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해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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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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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튜브》를 읽었다. 시원한 바다 배경에서 한 남자가 바다를 향해 날개짓하는 모습의 표지가 인상깊다.

아몬드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에 매번 매료됐기에 이번 신간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 폐로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물을 반사적으로 뱉어내며 김성곤 안드레아는 2년 전에 강 위에 서서 똑같은 결심을 했던 때를 떠올렸다. 차라리 그때 몸을 던졌더라면 지난 몇년의 수고를 절약했을 텐데. 헛수고로 돌아간, 물거품이 돼버린 그 몸부림들을 말이다. 8 프롤로그중 


++ 생각과 다른 전개다. 바다를 향해 자유스럽게 날개짓하는 모습으로 봤는데 죽기위한 몸부림이었다니...... 


📖🌊 이미 나빠져버린 인생을 바꾸는 건 결국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대단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뭔가를 좋게 바꾸려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이다. 9 


강물에 뛰어내려 죽으려했던, 실패로 돌아갔던 그 때 후로 2년이 흘렀고 김성곤은 KTX서울역의 TV에 나오는 성공한 미국인 사업가 '글렌 굴드'의 인터뷰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전환점을 맞는다. "변화하려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건 진짜 행동해야해요. 오직 자신만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요."하는 천편일률적인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자기계발서를 보며 열정의 불씨를 지폈던 때를 떠올리며, 글렌 굴드를 만났다면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좋다고 하기엔 그저 그렇고, 나쁘다고 보기에도 심히 시시한 이곳의 이름은 바로 현실이었다. 그리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삶은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31 


'인생이 막 저물기 시작하는 나이대의 남자들 중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 매번 어떤 일을 호기롭게 벌이고 뒷수습은 남들이 하게 만드는 사람, 한발 물러서야 할때 위로 껑충 뛰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때 누구보다도 빠르게 도망치는 사람'으로 묘사(34)된 사람이 바로 주인공 '김성곤'이다. 


📖🌊 지금은 미래 같은 거 생각 안 해. 충분히 많이 해봤거든. 근데 도착해야 할 미래의 이정표를 너무 먼 곳에다 세워놓으니까, 현재가 전부 미래를 위한 재료가 되더라고. 저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 다음? 그런 거 없어.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 보고 싶어." 105 


사업에 여러번 실패하고 아내와 딸과 떨어져 홀로 오피스텔에 사는 김성곤은 벽에 걸어놓은 포스터를 보다가 무엇가 찾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혀 클라우드를 뒤지게 되고 딸아이 어렸을때 생일날 찍었던 영상으로 보며 지금과 다른 자신의 모습과 가족들과 단란한 모습에 '완벽한 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곤 나락까지 떨어진 자신에게 변화를 줄 몇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우선 '몸의 자세부터 바르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노력은 생계를 위해 '배달일'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어느 날 우연히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알바생 '진석'을 만나게 되고 더욱 변화를 위한 시도가 구체화된다. 동료들로부터 아싸 취급을 받았던 진석을 그를 놀리는 두 알바생에게 그를 두둔하는 말을 하며 감싸줬던 지난 날을 회상하고 특유의 마이너 감성을 지니고 남들보다 성실한 진석의 소중한 물건인 '음악 테이프'를 전해주며 오피스텔 공간을 써도 좋다고 허락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진석는 가끔 작곡을 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점점 조회수가 올라가면서 그가 찍은 사장 성곤의 변화를 위한 시도를 나타내는, 옛 사진 '곰돌이'가 그려진 티셔치를 입은 모습을 찍은 진석의 영상을 애청자들이 보게 되고 성곤을 응원하는 말들을 전해 듣게 된다. 


📖🌊 뭘 궁금해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활 속에서 꼭 지키려는 습관이 있기는 합니다. (...) 그냥 잘 느끼면 됩니다. (...) 뭐든 한번에 한가지찍만 하는 겁니다. 밥 먹을 땐 먹기만, 걸을 땐 걷기만, 일할 땐 일만, 그렇게 매 순간 충실하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145 


우연찮게 일하며 오고가는 길에서 만난 '박실영 어르신'의 곧고 늘 대하는 아이들에게 인자하게 웃음짓는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여긴 그가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로부터 '순간 충실할 것, 잘 느낄 것, 생각 스위치를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기'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성곤은 무가치하고 무쓸모하다고 생각했던, 아내와 자기 어머니의 감탄하던 모습, 어떤 현상을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순전한 모습들을 떠올렸다.

❗️스포주의❗️

이후 성곤은 진석의 유튜브출현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지푸라기프로젝트 를 진행한다. 자신이 자세를 곧추세우는 단순한 노력을 시행한 것처럼 뭔가 첫발을 내딛길 원하나 용기가 필요한 독자들 사연을 받아 구독자와 함께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세상 밖으로 나아오길 도와준다. 언젠가 이것이 잿팟이 터지고......그러나......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난 아무리 용을 써도 어차피 애초에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거야. 공장 컨테이너 벨트 상품처럼. 사실 무슨 라벨이 붙여질지는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는데 컨테이너벨트가 막 복잡하게 꼬여 있어서 혹시나 하고 헛된 희망을 품다 망하는 거지. 결국 처음부터 예정됐던 라벨이 붙을 때까지. 182 


📖🌊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r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192 


📖🌊 가끔은 아주 가끔씩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이 끌려오면 좋겠어. 208 


📖🌊 상황 좋고 기분 좋을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쉬워. (...) 그런데 바쁘고 여유없고 잘 안 풀리니까, 당신은 바로 예전의 당신으로 돌아되갔지. 252 


📖🌊 정말 변하고 싶은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누군가의 고요한 응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나가고 싶지는 않은가. 새로 태어난 것처럼, 자기 자신을 깨부수고 나오고 싶지는 않은가.❗️169 


성곤은 인생의 낙오자나 실패자가 아니다. 단순히 애쓰며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일 뿐. 책을 읽으며 변화가 간절했던 시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책을 붙들기 시작했던 그 때가 떠올라서 조금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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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대화법 -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말을 잘한다
이윤지 지음 / 넥서스BIZ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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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으며 용기 내어 도전하는 힘, 그때그때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맡은 일에 충실할 수 있는 힘, 이 모든 것을 단숨에 가능케 해주는 비법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면 말이 허투루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코 상대방을 건성으로 대할 수 없습니다. 결코 일을 대충할 수 없습니다. 내 앞에 다가온 지금 이 순간은 단 한번뿐이기 때문입니다. 303 


++ 밝게 웃는 미소에 상대까지 웃게 만드는 인스타 인친님, 이윤지 아나운서이자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 《메타인지 대화법》어느 육아서에서 메타인지에 대해 읽고 아이를 교육할때 그것을 염두해 둬야겠다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마침 작가님이 메타인지  대화법에 대해 쓰셨다니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 메타인지는 내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자신의 현재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73 


++ 지난달에 네이버카페 <엄마의 꿈방> 오프라인 '작가들의 북토크'행사에 다녀왔다. 거기서  엄마작가가 되신 6명의 작가들의 북토크가 있었다. 《메타인지 대화법》에서도 강조하듯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자료 내용을 모두 전달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전달하려 노력하라고 하는데, 얼마전 들은 그 강연(사진 3~5번 참고)이 딱 그런 강연이었다. 

PPT도 핵심 키워드만, 스토리의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잘 뽑아내서 보는 내내, 듣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웠었다. 


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2장은 메타인지 말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관찰, 복기, 모니터링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을 담았고, 4~5장에서는 진정한 메타인지 대화를 위해 바탕이 되어야할 기본 자세를 담고 있다. 


1장에서 '내 만족만 추구하는 말하기'를 보며 그런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2장에서 '청중의 시점'으로 말하는 것의 중요성, 평소 나의 말습관 돌아보기에 대한 것이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5장이 특히 좋았는데, 끌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현명하게 경청하는 법, 말보다 실력이 먼저이고, 실력보다 진심이 먼저이며 수려한 말솜씨보다 내가 하는 말과 나의 말이 일치될때 '진정성'이 느껴지는,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상대를 존중하며 말하는 태도, 만남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 "약속이나 미팅이 잡히면 꼭 하는 일은 상대방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만나는 것이다. 적어도 그 사람이 일하는 분야나 근황등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만나도 대화의 소재가 풍부해진다."(199)라는 말에도 너무 공감이 되었다. 점점 나이를 먹어갈 수록 자신의 하소연이나 사사로운 감정만을 오래 시간을 끌며 이야기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기피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해야 상대방과 편안하게 상대를 배려하며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역시나 공감했다. 나도 내 마음이 울적하거나 기분이 나쁠때는 부러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길게 하지 않으려한다. 내 안 좋은 컨디션으로 상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전이시키거나 소홀한 태도를 보여 마음 상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다양한 환경 속의 여러 모습도 모두 진짜 나'라고 말한다. 페르소나로 알려진 가면을 쓰고 기대하는 역할들을 수행하는 것 또한 거짓된 모습이 아니고 상황에 맞춰가는 또 다른 나의 모습들이라 말한다. 또한, 순간의 역할에 몰입을 잘하는 배우나 작가, 예술가 등을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충분히 나를 스스로 안아주고 인정해주면서 사사로운 감정과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한동안 나에게만 맞추는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나 불편하게 여겨졌던 부분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여서 좋았다. 


면접을 준비하거나 일이나 사적대화에서든 상대에게 호감을 받고 말을 잘하고 싶은 분들, 좀더 당당한 나 자신이 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아하면서도 밝은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공감하는 책을 써주신 이윤지 작가님, 역시나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이라 이 책이 더 좋게 느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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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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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책 날개 중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무능력한 정치인의 탓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국민을 러시아나 일본 중국에 떠나보내 기구한 삶을 사는 국민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쓰여진 이민진 작가의《파친코》를 읽었다. 몇 달전 절판소식을 들었는데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책을 받고 바로 읽고 싶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주말에나 정독할 수 있었다. 


❗️약스포❗️윗입술이 갈라지고 한쪽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난 훈이는 올곧은 성품을 지녔다. 중매쟁이의 주선으로 양진이라는 작지만 단단한 여자를 만나 하숙집을 운영하며 딸 아이 '선자'를 사랑으로 보살폈다. 후에 훈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양진은 선자와 식모아이들과 함께 하숙집을 계속 운영했다. 예쁘진 않았지만 다부진 몸에 진중해보이는 선자를 마음에 두고 있던 '한수'는 상인들 사이에서 부자로 소문난 사람이다. 일본 청소년들이 선자에게 추근덕거리는걸 막아주면서 자연스레 말꼬를 트고 은밀하게 바다에서 빨래하러 나오는 시간마다 만나고, 어느 날은 버섯을 따러가며 시간을 번 둘은 사랑을 나누는데... 


하숙집엔 어느 날 한밤중에 '이삭'이라는 잘생기고 허약해보이는 사내가 투숙을 하러 오고 결핵으로 남편을 잃은 양진은 그를 잘 보살피며 살린다. 

한수와 선자, 이삭과 선자. 나중에 만날 선자의 시댁식구들의 삶이 다채롭게 펼쳐져서 책을 잡기가 무섭게 빨려 들어갔다. 일본에게 지배를 받으며 나라 안밖으로 시끄러운 시대에 쪼들리게 가난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돈 있는 지주들은 무분별한 토지사업으로 땅과 돈을 빼앗기고 사상, 신념 때문에 총살을 당하기도 하는 시대. 가난을 벗어나려 공장에서, 시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쌀밥한번 먹기 힘들었던 시절. 

결혼해서 오사카로 간 선자는 그 곳에서 남편의 큰형님 내외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지만 그 곳은 돼지와 함께 생활하는 빈민가였다. 신사참배를 하면서 주기도문을 중얼거렸단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남편(목사였다)의 교회에서 잡일을 맡고 있는 아이 때문에 선자의 남편은 몇년간을 옥살이하며 지내야했고 결국 죽을때가 돼서야 풀려났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아주 잘자라 주었고 공부를 잘해서 와세다대학을 목표로하는 노아와 달리 불의를 잘 못 참고 미국 사회를 동경하는 모자수는 '파친코'에서 일하게 된다. 


힘든 상황에서도 현실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응원하다 보니 어느 새 1권이 끝났다. 제목은 파친코이지만 2권에서 그 이야기가 계속 된다. 


선자를 둘러싼 인물들의 삶을 보며 지금 얼마나 편하게 생활하며 누리고 있는지 감사하단 말이 절로 나왔다. 아직까지도 우릴 끔찍히도 괴롭혔던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이 책으로나마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선조들의 후손들 마음을 다독이는 처사가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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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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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신혜우 작가의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읽었다. 


🌿 식물상담소를 처음 찾은 분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해하세요. 처음에는 식물 이야기로 말문을 열어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는 이야기, 꿈과 미래, 고민과 즐거움, 재미난 농담 등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습니다. 흐르는 대화 속에 식물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갔습니다. 숨 가쁜 날들 속에, 진솔하게 깊은 대화로 마음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에게 쉼터가 되어준 것만 같습니다.


++ 저자는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보안'에서 열린 플리마켓어서 '식물상담소'를 연 것을 계기로 사는 지역의 갤러리에서 [이웃집 식물학자의 초대, 봄꽃봄]이란 이름으로 전시와 식물상담소를 열었다고 한다. 


🌿 "그 식물의 꽃과 열매를 본 적 있나요"

"그 식물의 진짜 이름과 고향을 아세요?" 25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물어보고 싶다 말하는 저자의 상담이야기가 따라가다보면 중간 중간 직접 그린 듯한 근사한 식물들의 그림이 눈을 사로잡았다. 


🌼 식물을 오래 키운 사람들은 품에 안고 있다고 잘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 '내려놓는 마음' 같은 것이 생기지요. 50


++ 식물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 식물이 어디서 나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잘 자라는지 알아보고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지점에 대해 생각해보게하는 글을 읽으며 식물키우는 것도 자식키우는 것과 같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꿈을 잠시 접어두었다 해도 언젠가 다시 펼치면 되는 일이다. 접힌 채로면 또 어떤가. 접힌 모양으로 다른 걸 만든다면 더 멋진 무엇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 이 문장을 보고 위로를 얻는 분들이 많이 계실 듯 하다. 


'그린워싱Greenwashing'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단체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위장술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결과물은 친환경적으로 보이나 생산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이나 환경 파괴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단것, 친환경 염료를 사용하는 화가가 다양한 염료를 얻고자 야생식물을 죽이게 된 것도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 크게 눈에 띄지 않거나 먹어도 상관없는 경우 다듬지 않는 조직과 흔적으로 작물은 자신이 식물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예로 종종 딸기를 설명한다. 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로 열매의 구조가 특이하다. 우리가 먹는 딸기과육은 정확히 화탁이라는 조직인데 이것은 꽃잎, 암술, 수술 등 꽃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달라붙는 부과조직이다. 이 화탁이 육질성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우리가 먹는다. 143


 ++ 딸기🍓를 과일로만 알았지 장미과 식물이며 화탁이 육질성으로 부풀어오른 것이라니...신기하다.


식물상담소를 찾은 이들이 바쁜 일상속에서 잊고 있던 자연에 대한 마음을 되새길 수 있길 바랐던, 그와 동시에 잊고 있었던 마음을 상기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다정하게 전해져서 좋았다. 


한편으론 식물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지나친 수분을 주어 뿌리를 썩게 한다든지 자연스레 시들어 떨어질 잎을 보기싫다고 뜯어 그 자리에 보호벽을 만들 시간을 주지 못한일, 강렬한 햇빛 아래 기분 좋게 뿌린 차가운 물로 식물체의 온도를 낮추고 광합성을 방해(170)한 일등이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졌다.


식물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가꾸고 돌보는 일을 등한시 했던 나에게 식물도 하나의 생명체이니 소중히 그에 맞게 잘 다뤄줘야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책, 식물학자, 식물분류학자라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이웃집 언니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곁에서 조곤 조곤 대화를 나눠주는 책을 만나 힐링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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