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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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책 날개 중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무능력한 정치인의 탓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국민을 러시아나 일본 중국에 떠나보내 기구한 삶을 사는 국민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쓰여진 이민진 작가의《파친코》를 읽었다. 몇 달전 절판소식을 들었는데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책을 받고 바로 읽고 싶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주말에나 정독할 수 있었다. 


❗️약스포❗️윗입술이 갈라지고 한쪽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난 훈이는 올곧은 성품을 지녔다. 중매쟁이의 주선으로 양진이라는 작지만 단단한 여자를 만나 하숙집을 운영하며 딸 아이 '선자'를 사랑으로 보살폈다. 후에 훈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양진은 선자와 식모아이들과 함께 하숙집을 계속 운영했다. 예쁘진 않았지만 다부진 몸에 진중해보이는 선자를 마음에 두고 있던 '한수'는 상인들 사이에서 부자로 소문난 사람이다. 일본 청소년들이 선자에게 추근덕거리는걸 막아주면서 자연스레 말꼬를 트고 은밀하게 바다에서 빨래하러 나오는 시간마다 만나고, 어느 날은 버섯을 따러가며 시간을 번 둘은 사랑을 나누는데... 


하숙집엔 어느 날 한밤중에 '이삭'이라는 잘생기고 허약해보이는 사내가 투숙을 하러 오고 결핵으로 남편을 잃은 양진은 그를 잘 보살피며 살린다. 

한수와 선자, 이삭과 선자. 나중에 만날 선자의 시댁식구들의 삶이 다채롭게 펼쳐져서 책을 잡기가 무섭게 빨려 들어갔다. 일본에게 지배를 받으며 나라 안밖으로 시끄러운 시대에 쪼들리게 가난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돈 있는 지주들은 무분별한 토지사업으로 땅과 돈을 빼앗기고 사상, 신념 때문에 총살을 당하기도 하는 시대. 가난을 벗어나려 공장에서, 시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쌀밥한번 먹기 힘들었던 시절. 

결혼해서 오사카로 간 선자는 그 곳에서 남편의 큰형님 내외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지만 그 곳은 돼지와 함께 생활하는 빈민가였다. 신사참배를 하면서 주기도문을 중얼거렸단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남편(목사였다)의 교회에서 잡일을 맡고 있는 아이 때문에 선자의 남편은 몇년간을 옥살이하며 지내야했고 결국 죽을때가 돼서야 풀려났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아주 잘자라 주었고 공부를 잘해서 와세다대학을 목표로하는 노아와 달리 불의를 잘 못 참고 미국 사회를 동경하는 모자수는 '파친코'에서 일하게 된다. 


힘든 상황에서도 현실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응원하다 보니 어느 새 1권이 끝났다. 제목은 파친코이지만 2권에서 그 이야기가 계속 된다. 


선자를 둘러싼 인물들의 삶을 보며 지금 얼마나 편하게 생활하며 누리고 있는지 감사하단 말이 절로 나왔다. 아직까지도 우릴 끔찍히도 괴롭혔던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이 책으로나마 세상에 많이 알려져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선조들의 후손들 마음을 다독이는 처사가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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