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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원평 작가의 《튜브》를 읽었다. 시원한 바다 배경에서 한 남자가 바다를 향해 날개짓하는 모습의 표지가 인상깊다.
아몬드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에 매번 매료됐기에 이번 신간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 폐로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물을 반사적으로 뱉어내며 김성곤 안드레아는 2년 전에 강 위에 서서 똑같은 결심을 했던 때를 떠올렸다. 차라리 그때 몸을 던졌더라면 지난 몇년의 수고를 절약했을 텐데. 헛수고로 돌아간, 물거품이 돼버린 그 몸부림들을 말이다. 8 프롤로그중
++ 생각과 다른 전개다. 바다를 향해 자유스럽게 날개짓하는 모습으로 봤는데 죽기위한 몸부림이었다니......
📖🌊 이미 나빠져버린 인생을 바꾸는 건 결국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대단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뭔가를 좋게 바꾸려는 김성곤 안드레아의 이야기이다. 9
강물에 뛰어내려 죽으려했던, 실패로 돌아갔던 그 때 후로 2년이 흘렀고 김성곤은 KTX서울역의 TV에 나오는 성공한 미국인 사업가 '글렌 굴드'의 인터뷰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전환점을 맞는다. "변화하려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건 진짜 행동해야해요. 오직 자신만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요."하는 천편일률적인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자기계발서를 보며 열정의 불씨를 지폈던 때를 떠올리며, 글렌 굴드를 만났다면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좋다고 하기엔 그저 그렇고, 나쁘다고 보기에도 심히 시시한 이곳의 이름은 바로 현실이었다. 그리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삶은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31
'인생이 막 저물기 시작하는 나이대의 남자들 중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 매번 어떤 일을 호기롭게 벌이고 뒷수습은 남들이 하게 만드는 사람, 한발 물러서야 할때 위로 껑충 뛰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때 누구보다도 빠르게 도망치는 사람'으로 묘사(34)된 사람이 바로 주인공 '김성곤'이다.
📖🌊 지금은 미래 같은 거 생각 안 해. 충분히 많이 해봤거든. 근데 도착해야 할 미래의 이정표를 너무 먼 곳에다 세워놓으니까, 현재가 전부 미래를 위한 재료가 되더라고. 저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 다음? 그런 거 없어.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 보고 싶어." 105
사업에 여러번 실패하고 아내와 딸과 떨어져 홀로 오피스텔에 사는 김성곤은 벽에 걸어놓은 포스터를 보다가 무엇가 찾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혀 클라우드를 뒤지게 되고 딸아이 어렸을때 생일날 찍었던 영상으로 보며 지금과 다른 자신의 모습과 가족들과 단란한 모습에 '완벽한 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곤 나락까지 떨어진 자신에게 변화를 줄 몇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우선 '몸의 자세부터 바르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노력은 생계를 위해 '배달일'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어느 날 우연히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알바생 '진석'을 만나게 되고 더욱 변화를 위한 시도가 구체화된다. 동료들로부터 아싸 취급을 받았던 진석을 그를 놀리는 두 알바생에게 그를 두둔하는 말을 하며 감싸줬던 지난 날을 회상하고 특유의 마이너 감성을 지니고 남들보다 성실한 진석의 소중한 물건인 '음악 테이프'를 전해주며 오피스텔 공간을 써도 좋다고 허락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진석는 가끔 작곡을 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점점 조회수가 올라가면서 그가 찍은 사장 성곤의 변화를 위한 시도를 나타내는, 옛 사진 '곰돌이'가 그려진 티셔치를 입은 모습을 찍은 진석의 영상을 애청자들이 보게 되고 성곤을 응원하는 말들을 전해 듣게 된다.
📖🌊 뭘 궁금해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활 속에서 꼭 지키려는 습관이 있기는 합니다. (...) 그냥 잘 느끼면 됩니다. (...) 뭐든 한번에 한가지찍만 하는 겁니다. 밥 먹을 땐 먹기만, 걸을 땐 걷기만, 일할 땐 일만, 그렇게 매 순간 충실하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145
우연찮게 일하며 오고가는 길에서 만난 '박실영 어르신'의 곧고 늘 대하는 아이들에게 인자하게 웃음짓는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여긴 그가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로부터 '순간 충실할 것, 잘 느낄 것, 생각 스위치를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기'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성곤은 무가치하고 무쓸모하다고 생각했던, 아내와 자기 어머니의 감탄하던 모습, 어떤 현상을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순전한 모습들을 떠올렸다.
❗️스포주의❗️
이후 성곤은 진석의 유튜브출현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지푸라기프로젝트 를 진행한다. 자신이 자세를 곧추세우는 단순한 노력을 시행한 것처럼 뭔가 첫발을 내딛길 원하나 용기가 필요한 독자들 사연을 받아 구독자와 함께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세상 밖으로 나아오길 도와준다. 언젠가 이것이 잿팟이 터지고......그러나......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난 아무리 용을 써도 어차피 애초에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거야. 공장 컨테이너 벨트 상품처럼. 사실 무슨 라벨이 붙여질지는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는데 컨테이너벨트가 막 복잡하게 꼬여 있어서 혹시나 하고 헛된 희망을 품다 망하는 거지. 결국 처음부터 예정됐던 라벨이 붙을 때까지. 182
📖🌊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r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192
📖🌊 가끔은 아주 가끔씩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이 끌려오면 좋겠어. 208
📖🌊 상황 좋고 기분 좋을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쉬워. (...) 그런데 바쁘고 여유없고 잘 안 풀리니까, 당신은 바로 예전의 당신으로 돌아되갔지. 252
📖🌊 정말 변하고 싶은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누군가의 고요한 응원을 받으며 자신만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나가고 싶지는 않은가. 새로 태어난 것처럼, 자기 자신을 깨부수고 나오고 싶지는 않은가.❗️169
성곤은 인생의 낙오자나 실패자가 아니다. 단순히 애쓰며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일 뿐. 책을 읽으며 변화가 간절했던 시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책을 붙들기 시작했던 그 때가 떠올라서 조금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