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명심보감 – 미리내공방 편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에는 고전을 재해석한 책들이 특히 많이 출판되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논어>, <맹자> 그리고 <명심보감>까지 읽게 되었다. 제목만 들어보고 어떤 내용이 실려있는지 몰랐던 대표적인 책이라고 할까. 예전에 서당에서 많이 가르쳤던 교재라는 얄팍하나 배경지식 한가지였다. 명심보감은 ‘명심(明心)’이란 명륜(明倫)·명도(明道)처럼 마음을 밝게 한다는 뜻이고, ‘보감(寶鑑)’이란 보물과 같은 거울로서의 교본이 된다는 뜻이다. 고로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게 하는 귀중한 말이 담긴 책’이라고한다. 고려 충렬왕 때 문신 추적이 인생지침으로 삼을 만한 명언과 격언을 모아 엮은 것으로 총 24편으로 구성된 한문 교양서이다. <한문>이라는 말에 겁먹은 사람 있는가? 책은 명심보감의 원문과 그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현대, 고전, 외국 등 다양하게 실어두어서 생각보다 편하게 읽기 좋았다. 원문도 놓치지 않고 풀어두기는 현대적이라 원문 읽고, 에피소드 읽고, 다시 원문을 읽으면 확실히 더 주제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명심보감 원문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책의 말미에 <명심보감 원문>을 실어두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내가 읽으며 제일 깨달음과 폭소를 같이했던 장은 <어리석은 판결>이야기였다. 어리석은 아들을 둔 정승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너무 고지식한 나머지 집에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심지어 아들의 공부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들마저도 시간을 정해 출입하게 했단다. 그래서였을까 정승의 아들은 매우 미련했다고. 정승의 아들은 낙하산 찬스로 멍청하지만 겨우 사또가 되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남의 소를 빌렸는데, 돌다리를 건너다가 그 소가 발을 헛디뎌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들이 찾아와 소가 잘못이냐, 아니면 소를 빌린 사람의 잘못인지 물었다. 겨우 아빠찬스로 소는 이미 죽은것 어쩌겠냐고, 소의 껍질은 벗겨 관가에 바치고 고기는 팔아서 송아지를 사라고 코칭해준다. 어느 날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세금을 걷으러 온 관리가 자기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때려죽였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판결을 아버지께 또 물어보기 뭣해서 자기 멋대로 판결을 해버리고 마는데 그 내용이 정말 엽기적이다. 전에 들은 답처럼 껍질은 벗겨서 관아에 내고, 고기를 판돈으로 어린아이를 사라는 것이었다. 일단 자리에 있어야 될 사람이 있지 않을 경우 이렇게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는 점. 사건마다 포인트를 파악해야 일을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패착이 일어난다는 점. 거기에 재물과 인명은 의미가 다른 것인데 그런 것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 거기에 예전 우화이니 사람도 노예로 사고팔 수 있다는 점, 세금징수는 예나 지금이나 무서운데 그 기세가 가히 등등했다는 점 등 다양한 점에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였다. 결국 사람들이 판결을 듣고 분노하여 그 미련한 원님은 야반도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손님의 출입이 없으면 집안이 저속해지고, 시서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 이는 사람들은 교류하며 살고 그 어떤 이유로도 교육을 등한시 하면 자손들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두번째로는 生事事生이요 省事事省이니라.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고, 일을 덜면 일이 줄어드니라. 짧은 문장이다. 만용을 부린 두 사내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차피 제 몸뚱이들도 살로 이뤄졌으니 안주로 삼아 먹다가 둘 다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짧고도 임팩트 있는 이야기였다. 부질없는 일을 해서 공연히 심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명심보감은 특히 첫 장이 <계선>으로 착함을 잇는다는 뜻이다. 선의 중요성을 제일 먼저 언급하며 살아가면서 선행을 계속하라는 것을 제일 먼저 들고 있다. 이후 효행이나 하늘의 뜻을 알라는 이야기도 어린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법하다. 성인들에게는 자기를 바로잡으라는 정기편과 분수를 지키라는 안분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실히 왜 수신서의 교과서이면서 어린 친구들에게 읽게 했는지 알게 되었다. 좀 더 착하고 효심 있고, 절제하면서 살라는 내용들이 많다. 어른이 되면서 방만해지다보니 어릴 적에 이런 교육이 필요했던 거겠지. 많이 어른이 된 나에게도 일단 선행을 계속하라는 첫 장의 내용만이라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착한일을 하는 것이 이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상에서 얼마나 이타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