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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팝니다, T마켓 -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앵글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시간을 팝니다, T마켓 -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인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는 스페인의 경제학자이면서 작가이다. 그래서 이렇게 신기한 생각을 20년 전에 한 것일까. 시간을 판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남편이 통신 교육과정을 끝마치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측한 MTC같은 눈으로 책을 읽었다. 당연히 될 일이 아니니까 안되겠지 하는 마음이랄까. 근데 그걸 내 남편이 해내네? 책에서는 다양한 유머들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단 주인공 소개를 하자면 TC(Tipo Corriente), 보통 남자라는 뜻이다. 그의 부인은 MTC, 자녀로는 아들 둘이 있는데 TC-1과 TC-2이다. TC와 MTC의 대서사를 생략함으로써 독자인 나의 T(시간)을 아껴주는 작가에게 너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대전제로 등장하는 바로 돈. 작가의 키보드가 구형이라 유로 대신 $가 있어서 돈은 이 책에서 계속 $로 표기된다. 어차피 기축통화가 아직까지는 달러이기도 하고, 유로가 기축통화가 되지 못하는 현실도 꼬집은 것 같이 느껴졌다. 결국 중간층의 중간임금을 받는 중간정도의 회사에서 일하는 회계사인 TC는 어릴 적부터 은퇴하고 연구하고 싶었던 적두개미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하는 마흔살 남자다. 다락방이 없어서 MTC와 셋째를 낳지 못하고 IBN에서 35년간 꼬박 일해야만 집의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현대인이기도 하다. 이 나라에서 회계사는 그래도 높은 샐러리를 받는 전문직인데 스페인은 안 그런 것인지.. 미래의 꿈과 MTC의 격려(?)에 힘입어 TC는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팔기로 한 것은 바로 T이다. 1세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트렌드에 맞게 차고에서 창업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로 자기 차댈 자리의 주차장에 칸막이를 세우고 결국 <자유주식회사>를 설립해버린다. 그 이후로 5분을 플라스틱 소변통에 담아 희안하게도 적법하게(?) T를 판매하게 된다.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하는 공무원들 때문에 케바케로 승인되는 것은 어느 나라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손님들의 회전율이나 무조건반품 규칙 때문에 T를 판매할 수 없다는 가게들도 한 번의 N의 파급력 덕에 T를 판매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5분을 팔고, 나중에는 신제품으로 2시간을 팔고, TC의 자유주식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내게 된다. 그리하여 계속 사람들은 $를 내고 구입한 개인의 T를 어디서나 사용하게 되는데.... 나라는 점차 개인의 T와 그를 용인해야 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이상하게 돌아간다. 결말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우리의 봉이김선달 TC는 결국 대차대조표 하나로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시간은 자기의 소유고(당연하다)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도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것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인 주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결국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를 버는데 쓰는 것도, 그게 아니라 노는데 쓰는 것도 다 나의 자유의지다. 얼마의 $를 버는지에 대한 것은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겠지만 말이다. 또한 어떤 물건을 팔려고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수요와 공급의 곡선처럼 <수요>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구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침해하지 못하는 5분의 T를 단돈 1.99$에 살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장사 아닌가. 그렇기에 너도나도 TC의 T를 원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