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평점 :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 나태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산문인가 오해할 정도로 두껍다. 늘 시집은 얇고 가지고 다니기 좋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시들이 쏟아져 나온 1년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려 178편이라고. 이미 여든이 된 나이에 이렇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2023년에는 우울증이 오셔서 약도 드셨다는데, 지금은 다 쾌차하셨길 빈다. 관통하는 주제는 <오늘>과 <나>와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목도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또 오지 않을 오늘이라는 개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오늘의 나, 그리고 역시나 힘든 하루를 마치고 안온히 들어가서 쉴 <집> 모두에게 있고,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전작들에 비해 시의 길이가 좀 늘어난 것이 비교가 되었다. 풀꽃의 성공 이후에 너무나도 짧아진 시어들에 대해 조금 더 길어져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에게 단골집이란 그것마저도 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재미난 경험을 했다. 공주의 시장통에 있는 기운이 없어 다리가 허청 허청거릴 때 먹으면 기운이 솟는 청솔식당. 사장님은 아실까 무려 가게가 작품으로 남았다는 것을. 공주에 가면 <나태주 미식로드>를 찍어보려고 청솔식당, 루치아의 뜰, 눈썹달 카페 등 등장한 한편 한편을 지도에 노란 별로 물들여놓았다. 그 언젠가 공주에 가게 된다면 시인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주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도 여전하다. 공주에 놀러오는 사람은 모두 공주님이고, 그 공주님과 함께 오는 사람은 왕자님이니 공주님 왕자님 모두 공주에 오시라고. 풀꽃 문학관에는 다섯 그루 소나무가 있는데 그 곁을 내주지 않는 덕에 다른 식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나무의 진면목을 보았다고도 한다.
박목월 선생이 신춘문예 붙은 다음, 나군 서울에 올라오지 말고 시골에서 시나 쓰라고 했다는 말이 섭섭하게 들렸다는 말도 솔직해서 좋았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새싹에게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나중에 두 분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하다. 80이 되어서야 섭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대견해 해달라는 느낌을 함께 받았다.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시인보다 더 연로하신 아버지, 그리고 딸 여러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나도 딸이라서 그런가, 과일을 먹고 있는 아버지께 침팬지 같네 하고 한 말 한마디가 또 시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구부정하게 드셨겠지 싶은데 또 그게 시각적으로 그려지고, 그 대화의 장면과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조금은 서글픈 모습이었을까.
초반에는 몸이 따라와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많아서 조금 쓸쓸했는데, 시집의 말미로 갈수록 따스함이 느껴졌다. 시인이 느끼는 가을볕처럼 일렁이는 느낌이다. 역시나 나태주의 시는 좋다. 내년에도 신작 시집을 만났으면 하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