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 첫 번째 이야기
양승복 외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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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 첫 번째 이야기 - 양승복 , 이아영 , 천정은 , 염성연 , 이동소 , 이태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디멘시아 문학상> 수기부문 수상작 모음집이다. 요양보호사 공부를 할 때도 외워지지 않던 치매(dementia)가 저절로 외워졌다. 이번 책을 읽으며 치매 관련 전문 출판사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아마 돌봄후기를 비롯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치매와 관련된 여섯 작가의 기록이다. 치매라는 주제를 다뤘다고 해서 다 어둡고 눈물 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누구나 태어났으면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 그 중에서 오지 말았으면 하는 병이 있다면 치매일 텐데(병이라면 일단 오지 말았으면 하고) 돌봄과 관련해 기관 종사자, 간호사, 가족 등 다양한 시선을 가진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따뜻함도 느껴진다. 가족이라면 오해할 수 있는 기관의 돌봄 방식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달까.

생각나는 부분들을 몇 개 적자면 이렇다. 특히 가족들의 보호를 받아서 돌봄센터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가 알아서 센터의 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단다. 매일같이 지하 1층에서 만나서 돌봄센터를 오는 아저씨가 오지 않아서 찾아나서니 1층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나도 출근할 때마다 출입구에 엄청 가깝게 주차하고 기다리는 돌봄센터 차를 본다. 데리러 오시는 분도 나이가 지긋하시고, 센터에 가시는 분도 나이가 지긋하시다. 책의 주인공은 그나마 괜찮은 정도라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연습을 한 결과 기다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제 1층과 지하1층도 구분을 못하고 당황했을 생각을 하니 내가 더 아찔했다. 그걸 보는 센터의 입장과 보호자의 입장도 생각되었다. 다 출근하고나면 8시 반 정도 되어서 오는 차를 기다려줄만한 성인은 없었으니 그렇게 연습해서 오신 게 아니었겠나. 그런데 병세가 점점 심각해져가다니. 그간 들었던 중증 환자와의 경험담이 겹쳐지면서 이럴 땐 섬망이 심했겠구나, 다른 분들도 그러시네. 다들 왜 이렇게 뭘 훔쳐갔다고 하시는 걸까. 다들 그러시네. 왜 밥을 드셨는데도 안 드셨다고 할까. 다들 그러시네. 발현되는 증상들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다. 마지막 쯤에 나오는 며느리가 모시고 엄마랑 하루 부대껴보고 새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역시 치매 돌봄은 가족이라도 직접 돌보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도 정말 정성을 다해 집에서 모시는 분도 있는데, 그래도 요양원에 가시도록 하는 선택이 최선인 가족들에게 혼자 오롯이 감당하는 가족케어가 더 고귀하다고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한 사람을 갈아 넣는 동안에 그 사람의 삶은 환자와 같이 저 너머의 세상처럼 힘들게 여길 수도 있다. 책을 통해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역경 그리고 사랑을 알 수 있었다. 환자 본인이 제일 그리운 기억을 잊지 않고 싶었을 텐데 그 기억이 부디 오래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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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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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왜 학습하는 AI들이 등장하면 매번 악을 학습하는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문장이 박혔다. 선은 악이 발현되지 않을 동안의 임시적인 것이라고. 전쟁이나 생명의 위협 기근 등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그 본성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라고 말이다. 성악설을 믿는 나에게 계시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많은 창조물들 속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학습하다 보면 결국 영악해지고 인간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데, 이게 인간의 본성이구나 하면 어지간 한건 이해가 된다. 원래 착하게 생겨먹지 않은 게 인간이구나.

주인공은 장민주 케이시 김과 결혼했다가 이제 다른 사람(준모)과 결혼한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미망인이다. 물론 세간의 관심 때문에 유산은 포기했지만, 단역 연기자와 본업은 간호사였지만 지금은 미술관 관장이 되었다. 엄청난 신분상승! 케이시 김은 약간 은둔형으로 가상도시 알레그리아를 만든 대단한 연구자이다. 말기 암에 걸렸지만 자신의 일생을 건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준모는 케이시 김이 사망한 후 6년 지나 민주와 재혼한 사진작가이자 과거가 어두운 인물이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인간이 살아 있다가 죽고 그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상현실과 현실의 괴리가 크더라도 결국 육신이 남아있는 현실에서의 삶이 우선시 되는 이유. 그리고 고도로 지능화 된 AI가 우리의 삶을 계속 분석하면 감정과 기분도 빅데이터로 분류하고 어떤 값을 찾을 거라는 이야기. 소설의 대부분은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미끼들로 가득 차 있다. 각자를 각자의 이유로 속여야 하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불신이라는 씨앗을 심어두기만 하면 인류는 알아서 서로를 해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기계가 제일 영악한 느낌이다. 마치 손안대고 코를 푸는 느낌.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할 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알을 놓아주던 사람인 아자 황 박사를 보고 이 소설을 기획했다고 한다. 물론 황박사는 알파고를 만든 사람이니 알파고의 지시에 따르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3연승을 이루는 그것을 보는 기분도 다른 인간과는 달랐을거라 생각한다. 작가는 AI의 명령을 따르는 인간을 보고 이런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 냈다. 나도 오늘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퇴근했다. 나에게도 그것이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장소를 굳이 돌아가게 만든다면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혹시라도 당연히 데이터 분석으로 빠른 길을 알려줬다고만 치부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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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사람은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장샤오헝 지음, 원녕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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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사람은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 장샤오헝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감정을 관리하는 일은 매일같이 해내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일단 <내 감정>관리도 힘들고, 남의 감정에서 오는 파도까지 느끼다보면 어떨 때는 같이 슬프고, 화나고, 아주 가끔은 기쁠때도 있다. 책의 초반에 <감정>이란 무엇인지 정의한다. 감정은 특정 경험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 인지를 통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의 욕구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일종의 반응이란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뤘는지 아닌지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 결국 이성적인 나라는 외부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본능을 컨트롤 하는 것이 기초라는 이야기다. 책의 초반에 워렌버핏과 빌게이츠가 워싱턴대학교에 강의하러 가서 학생의 질문에 한 답이 이 책의 주제와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은 두 사람은 어떻게 신보다 많은 돈을 갖게 되었느냐고 묻는다. 버핏이 말하길 자신의 성질머리를 제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이다. 함부로 성질을 내지 않으면 많은 일이 간단해진다면서 말이다. 결국 내 감정을 컨트롤 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무엇에서도 이긴다는 소리로 여겨진다. 내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나를 읽을 수 있는 팁을 주는 것이니까.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에 나온 면접질문은 나에게 큰 혼란을 주었다. 사람들이 늘 물으면 엄청나게 내차는 내가 운전해야 한다. 고로 병원에 가야할 사람, 공항에 가야할 상사,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다는 것에 허를 찔렸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일에서도 이분법적으로 나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맡은 일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책임을 함께하라. 연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감정적으로 나에게 몰린다는 생각에서 조금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세상에는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방법이 아닌 우리의 방법으로 좀 더 나은 결과를 모색해보자.

최근 중국 저자의 책을 여러권 읽게 되었는데, 다양한 중국 내 인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중국의 전 체조선수 상란의 사고와 마비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전도유망한 체조선수의 사고라기엔 그 뒤로 그녀의 행보는 인생의 실패로 보여지지 않는다. 저자도 인생에서 실패라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을 확대해석 하지 말라고 한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나서야 낙이 오는 경우 그 소중함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법이다. 다만 실패가 다가왔을 때 확대해석 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라고 한다. 이것조차 못해서 어떡하지에서 난 쓰레기 같은 놈이야 까지 가지 말라는 소리다. 결국 실패에서 감정이 흔들리는 것 또한 평정심을 잃게 되는 것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사실만 받아들이자.

책에서 제일 좋았던 문장을 마지막으로 끝맺는다. 나의 슬픔은 다른 사람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내가 힘들다고 해서 누구든 나를 돕거나 이해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나에게 생긴 일로 인해 남에게 화풀이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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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골든타임을 잡아라
김피비.그레이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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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골든타임을 잡아라 - 김피비,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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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트코인 시세는 9,700만원이네요. 이 책을 읽은 날은 9,400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최근 1억 가까이 된 시점에서 모든 비트코인을 처분해서 (아주소액) 지금 현재는 다시 매수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처럼 알트코인은 거의 비중을 두지 않는 사람에게 다른 코인들의 동향을 같이 알 수 있어서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비트코인만 거래하는 이유가 발행 갯수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결국 우상향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갯수의 유한함이 비트코인의 투자이유가 아니라 다들 비트코인을 원하는 <수요>에 있음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가치변동이 심한 투자라는 것은 아직까지는 확실합니다. 여러 가지 비트코인 책을 보았지만 최근 3년 이내의 국내경향을 많이 분석한 모습이 보여서 좋았네요. 그 내용들은 한 때 NFT가 새로운 미술품 투자처럼 붐이 일어났다가 사그라진 것을 알려주는 내용에서 특히 느꼈습니다. 오리지널을 1/n 하는 가치에서는 밀렸지만, 싸이가 자신의 콘서트인흠뻑쇼 예매에서의 암표꾼들을 걸러내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점(엄밀히 말하면 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예매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NFT의 새로운 갈 길을 보여준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밈코인은 도대체 왜 사람들이 사고 그것의 등락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납득이 갈만큼 알려주어 좋았습니다. 밈코인으로 유명한 <도지코인>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밈코인으로의 분산투자를 할 때는 고래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도록 재미없을 때 담고, 비중은 적어야 합니다.

책을 통해서 의외로 게임인구가 이렇게 많은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디지털 세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게임과 분리할 수 없다는 것도요. 32억명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가상세계에서 재미를 찾고 부캐를 만듭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아이템 구입과 이동 계속해서 이용하는 유저들의 확보에 꼭 필요합니다.

비트코인을 투자하는 사람들의 어느 정도의 급인가를 본다고 할 때 <트레이딩 뷰> 유료버전을 사용하는지 아닌지로 확인해본다는 이야기에서 놀랐습니다. 트레이딩뷰를 처음 들어봤기 때문입니다. 무료버전도 있지만 차트 분석기능과 얼러트(알람)기능의 갯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제일 낮은 유료인 2만원 정도는 아깝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전 세계 모든 자산을 간단하게 조회할 수 있다고 하니 유료가 부담된다면 먼저 무료라도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하고, 트위터와 텔레그램이라는 바다에서 떠다니는 비트코인에 대한 언급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은데 언제 들어가야 할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데이터와 어떤 가닥으로 투자하면 좋을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투자서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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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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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데라치 하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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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생인 기요스미의 가족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된다. 기요스미, 누나인 미오, 엄마인 사쓰코, 외할머니인 후미에, 아빠 친구(?) 보호자(?)인 구로다씨. 마지막으로 다시 기요스미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다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원하는 바가 다르다. 각자 다 이런 게 보통이지 않나? 하고 생각하지만 그 보통의 범주가 누구나 다를 수 있다는 건 잘 모르는게 사실이다. 특별히 남자 답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냥 수를 놓는 것을 좋아하느 기요스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관심도 없는 게임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질색이다. 그런 기요스미에게 엄마는 남들과 다르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설의 주요 라인을 구성하는 미오의 결혼. 보습학원에서 사무를 보다가 복합기를 고쳐주는 신랑을 만나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어릴 적 나풀거리는 치마에 대한 사건이 있어서 그 뒤로 몸이 드러나거나 여성성이 보이는 옷은 싫어한다. 이 소설에서 제일 공감갔던 캐릭터가 나에게는 미오였다. 왜 웨딩드레스의 장식도, 리본도, 갑갑함도, 다 싫은 것인지 뼈에 아로새겨져 있을 그녀의 아픔이 느껴진다.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기요스미의 엄마인 사쓰코. 남편인 젠과 22살에 만나서 기요스미를 낳고 1년만에 이혼한다. 사쓰코를 보면 나와 달라서 좋았던 점들이 어느새 퇴색되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 나를 만나면, 애를 낳으면, 결혼생활을 지속하면 이 사람은 바뀔거야 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남편인 젠은 너무나도 한결같이 처음 만난 그대로다. 나도 나를 어떻게 못하는데,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상대를 원망하면 내가 힘들까 아니면 상대가 힘들까 그냥 둘 다에게 비극일까. 제일 좋은 캐릭터는 할머니인 후미에다. 사쓰코를 크게 강압적으로 키우지도 않았고, 결국 내가 나답지 못했던 것을 나중에라도 실현시키는 인물이라서다. 실패할 권리도 있다고 사쓰코에게도 말하고 기요와 사쓰코의 관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너와 니아들 사이의 일은 둘이 알아서. 나는 그냥 이 집의 메뉴가 먹고싶어서 온거라고 사쓰코와의 외식자리에서 말하는데, 그게 어른의 센스 아닐까.

의외로 아빠인 젠의 이야기가 아니라 젠을 바라보는 친구 구로다의 이야기가 나와서 신선했다. 젠의 입으로 나는 예전과 똑같은데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취급한다고 변명하는 모습을 봤다면 나는 아마 젠을 비난했을거다. 아빠가 되어서!! 이렇게밖에 못하고!! 이런 말을 했겠지. 그렇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젠을 거둬주고 가족이 되어주고 또 기요스미에게도 후견인처럼 다가오는 어른이라서 좋았다. 물론 구로다도 남은 가족이 없다는 것,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또 보통 사람들과 다른 쓸쓸함이 있긴 하다.

결국 웨딩드레스와 자수, 가족 등 보통이면서도 서로 안온하게 보듬어주는 이야기로 끝나서 좋았다. 그 누구도 누구에게 푸시하지 않는 적당함. 처음만난 데라치 하루나라는 작가가 좋아져버렸다. 제목처럼 흐르는 물은 결코 썩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처럼 가족도 고여있는게 아니라 늘어나고 줄어들고, 변화가 있기 마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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