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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지음 / 파람북 / 2021년 1월
평점 :
남편을 위해 신장기증 할 수 있으세요?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 류정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 아모르 빈치트 옴니아(Amor Vincit Omnia)!
책의 서문을 읽는 말이자, 책을 다읽은 후 던질 수 있는 하나의 깨달음도 바로 이 말이라 할 것이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달아서 그렇지 정말 가족 중 누군가가 신장이식이 필요한 때가 되었을 때 기적적으로 공여가 가능한 입장이라면 자 생각해보시라 “남편에게 콩팥 1개를 기증할 수 있겠습니까?“
혈연의 관계가 아닌 부부에게는 여러 변수가 있어 이식의 절차가 순조롭지 않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식 전 1차 검사에서 혈액형에 문제가 없었고, 유전자 교차반응 검사도 음성 판정으로 이식 가능의 문을 열었다. (p.81)
미래의 남편 미안합니다. 저는 책을 읽기도 전에 “아니오”라고 내뱉을 수 밖에 없고, 다 읽은 후에도 역시나 “아니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숭고한 희생을 한 이가 있으니 바로 저자이다.
이식을 앞두고 두렵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거짓말 같지만 나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아, 전혀 없다기보다 두려움에 맞선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신장 두 개 중에 하나로는 잘 살아갈 수 없단 말인가? 아니면 자주 아프거나 수명이 줄어들까?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 뜻 온몸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나를 주고 남은 하나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데 뭐가 두렵단 말인가? (p.77)
책의 중간중간 드러나는 공여자(저자)에 대한 칭송에도 정말이지 담담한 필체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대답으로 기꺼이 남편과 콩팥(내것)을 나누겠다는 사랑의 발로가 범인인 나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음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남편에게도 나는 못해준다고 못을 박았는데 말이다.
환자는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의사 또한 마찬가지다. 환자는 당신의 아픔이 내 아픔이고, 당신의 기쁨 또한 나의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을 의사에게 바란다. 친밀감은 시늉이 아닌 진정성에서 비롯되고,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가 바로 인술을 베푸는 의사가 아닐까 (p.93)
남편과의 결혼 전 일화나 병이 발병하고 악화되게 된 원인을 유추하는 과정도 담담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주변에서 신장 투석 환자를 보았고, 일주일에 3번 투석을 가는 상태인 것 알았던 사람도 그래서 회사생활이 어렵구나 정도로만 알았는데 ‘인공신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고 난 후에 투석이란 것이 얼마나 힘들고 잦은 주기를 동반해야 하는 일인지를 알았다.
그리고, 장기기증을 한 후에도 동반되는 장기공여자 순수성 평가를 한다는 것도 알았는데, 내게는 공여자가 겪어야 하는 수많은 관문을 자세하게 풀어서 써 준 것 같아 생생함이 엿보였다. 내가 내 신체를 떼어주는데도, 대가성이 아님을 교차검증 받아야 한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간혹 부부로 위장한 장기매매 사례를 적발하기 위함 때문이라니 장기이식이 얼마나 수요는 부족하되 공급이 되지 않는 특별한 관계에 놓인 때문이다.
부부가 같은 날 큰 수술을 받기에 둘째 아들에게 아버지 예후가 좋으면 노란색 꽃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소녀같으신 작가님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그동안의 고생과 염원이 담겨있는지 느껴졌달까. 말로 물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태에도 삶이 묻어나느 색 “노랑”으로 서로의 안부를 바로 알 수 있다니. 그래서 전체적으로 노란 삶의빛을 띄는 책 표지가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수술이 끝나고 그뒤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라는 단순한 한마디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수혜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때맞춰 먹어야 하고, 공여자는 다시 희망의 불씨를 얻은 남편의 건강하지 못한 습관 때문에 정말 잠깐의 잔소리를 한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정말 새로 태어난 인생인데 열심히 안살 거야? 하는 회초리로 들리는데, 어쩌나 사람이 다 자기 마음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묵직한 한방. 남편에게 콩팥을 나눠준 저자는 수술 6개월차 갑자기 ‘급성 골수성 백혈병’ 에 걸려서 투병중이시다. (이렇게,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쾌유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