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심는 구근이야기 - 가을부터 봄까지, 꽃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조자영 지음 / 돌배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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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심는 구근 이야기 - 조자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봄을 알리는 꽃 중에 화원에서는 특히 튤립이나 수선화 같은 구근식물을 통해 성큼 느끼는 것 같다. 역시 식집사로서 꽃이 주는 따뜻한 위로는 참을 수 없는 기쁨이다. 늘 춥게 지내다가 본격적인 겨울이 되자 주민인 나때문이 아니라 식물들 때문에 정말 따뜻한 열대 온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올 봄에도 화원에 들렀다가 오렌지색 튤립을 하나 샀고 2주 정도 만끽했다.그리고 야무지게 꽃대를 자르고 구근을 파다가 냉장고에 저온 저장을 해두었다. 공기가 통하게 해두었어야 하지만 식재료와 섞일 것을 우려해서 지퍼백에 튤립이라고 써 놓은 채 말이다. 아마 책을 읽지 않았다면 튤립 구근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심었을 것이다. 일단 국내에서 특별히 냉장고 저온 처리도 필요 없다고 하긴 한다. 나는 돌아다니는 검색 지식을 통해서 꼭 저온처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했는데 매우 당황했다. 저자는 양파망에 서늘한 곳에 두는 정도로 보관해도 괜찮다고 하니 다른 분들은 그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책의 초반은 구근식물에 대한 산업 전반부터 딥하게 들어간다. 나는 초심자를 위한 일러스트와 재배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구근들과 지구 온난화와 산업구조까지 알 수 있게 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아시아의 꽃이 터키를 넘어 네덜란드까지 가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가. 앞으로의 날씨를 생각하면 1020년 뒤에 이 예쁜 튤립과 히아신스들을 못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또 아찔해진다. 먹거리 뿐만 아니라 지구의 기후변화는 너무나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튤립과 수선화 마늘, 양파 같은 추식구근은 백합과의 외떡잎 식물이라고 한다. 구근 생성을 통한 번식을 하고, 구근은 엄밀히 마라면 뿌리가 아니고 뿌리와 가까운 가장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줄기의 일부라고 한다.

또한 나처럼 집에서 올해 봤던 꽃의 구근을 다시 심는 사람의 경우 구근 크기의 2~2.5배 깊이로 식재하는 것만을 알아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 깊이가 산정된 이유는 꽃들의 대략적인 길이와 무게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꽃이 크고 화려한 식물들이다 보니 얕게 심으면 꽃대가 쓰러지거나 구근이 들리거나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꼭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왜 굳이 봄에 식재된 포트로 꽃을 바로 즐길 수 있는데 추식구근을 구입해야 하냐는 이야기에서 또 깨달음을 얻었다. 예쁘고 절화로 생산되야 하거나 하는 품종들은 이미 가을에 다 구근이 팔리는 것이고, 팔리고 남은 아이들만 봄에 식재되어 깔린다는 것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희귀종이 있다면 가을에 구근 구입부터 서둘러 볼 일이다.

이외에도 심는 흙은 사질양토로 보수성과 보비성을 좋게 하고, 실외 식재시에는 뿌리응애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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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시집
윤고은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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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시집 윤고은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인의 10년 동안의 시를 후루룩 읽어나가는 것은 어쩐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신 여러번 읽었다.

시집에 대한 감상을 쓸 때는 시의 영향인지 조금 더 문장이 짧아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부엉이, 물고기, 청개구리와 나무들에 대한 시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물론 제목이 자연이라고 해서 따갑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부엉이의 경우 부엉이의 시선의 끝엔 뭐가 있을까란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보기엔 귀여워도 의외로 맹금류니까. 그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보는건지 아닌지조차 판가름이 안 되니까 말이다. 날개는 달렸지만 물 위를 걷기만 할 뿐 날지 못한다는 논병아리는 시를 읽고 검색해 봤다. 병아리 같은 이름과는 다르게 몸집도 한가닥 하게 생겼다. 확실히 어엿한 조류다.

마녀의 독약 수집은 꽤 아이디어가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도시의 어디에서나 차고 넘치는 독한 말들을 독약의 재료로 사용한다라. 읽으며 마녀의 재고는 부족할 날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나같이 몸집을 부풀려서 독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마녀에게 좋은 재료를 많이 내놓는다. 시도때도 없이 내놓는다.

시집의 후반에 커피가루처럼 잘게 쪼개진 말들이 남는다는 시와 <>이라는 시상 때문에 같이 생각이 났다. 커피는 고운 가루가 될수록 천천히 내려진다는데, 내가 하는 말은 어느 쯤의 가루일까. 아마도 급해서 리스트레토처럼 후딱 나와 버릴지도 모르겠다. 시어처럼 적당히 우린 말을 내뱉기는 역시 어렵다.

청소에 관해서는 끝나버린 연애에 대하여 생각했다. 예전에 내가 받은 온갖 것들로 가득차서 힘들었던 것처럼 그 사람도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밝힌 내용에서는 그것보단 나라는 사람 자체가 내가 주는 온기와 사랑이 그리웠다고 한다. 물론 나도 내 배려라기보다는 얼만큼 줘야하는지 한계가 없는 기버다 보니까 상대가 보기에는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내가 주는 용도가 사람을 거를 목적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남겨진 것이 그것들의 팔자인 듯 다른 이의 곁에서 원래의 소임처럼 그저 지냈으면 한다. 청소를 한다고 한들 들고 난 자리가 그렇게 확실히는 지워지지 않던데, 그래도 사람이니까 그런 노력을 해봐야 하는 거겠지. 내 후련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층 더 쌓이는 나를 곱게 리셋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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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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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이주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삶에는 늘 공간이 함께한다. 지금 앉아있는 곳은 카페이거나 회사의 내자리거나 늘 늘어져서 휴식을 취하는 쇼파일 수도 있다. 각각의 인생과 공간이 만난 이야기를 추려내 엮은 에세이를 만났다. 각 공간은 목욕탕에서부터 시작해서 미용실도 있고 중고마켓플랫폼(당근,번개)도 있다. 꼭 공간이라고 해서 물리적인 공간만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제일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수선집>이었다. 최근 낡아서 밑창이 좀 덜렁거리는 구두를 신고 다니고 있었다. 끈도 없지만 가죽이고 착화감이 좋아서 애정하는 신발 중 하나다. 그런데 회사 동료가 신발을 그런 걸 신고 다니냐고 해서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었다. 그렇게 다 떨어져 가는 신발을 신을 정도로 궁색하냐는 거였겠지. 그렇지만 <모든 순간의 공간들>에서는 수선집이 있는 동네 그것도 많은 동네가 좋은 곳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새로운 물건을 쉽게 사고 버릴 수 있는 시대에서 추억이 깃든 물건을 오래도록 돌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따뜻하다고. 나도 저 신발이 애정하는 물건이 아니면 또 다시 수선을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의 터져버린 다운자켓 이야기에서도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선한 옷을 입고 있었다. 가볍고 따뜻하고 좀 기워낸 표시가 날 뿐 거의 10년째 잘 입고 있다.

그리고 나역시 <미용실>에서 진짜 문제는 머리()에 있는데 겉 머리(머리카락)을 얼마나 못살게 굴었던가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실연을 당해서 자르고, 기분전환을 위해서 자르고, 색깔을 바꿨었다. 이제는 주기적으로 색을 바꾸는 것이 머릿속의 문제보다는 늙어보임을 감추고자 함이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염색을 하지 않으면 10살은 더 들어보인다. 슬프다는 말로도 모자란다.

마지막 <텃밭> 이야기에서는 작가가 아주 지적인 면만을 보여서 농사도 야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외한이어서 놀랐고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사는 집에도 공공텃밭은 아니지만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서 작은 꽃밭과 텃밭의 주인을 1년간 모집한다. 생각보다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사실. 나는 관리사무소에 그렇게까지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대선 이후에 본 적이 없다. 책과 이야기로 중무장한 사람에게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귀여움을 느끼게 하더라. 확실히 뭔가가 자라나는 곳에서 자랐는가 아닌가에 대한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씨앗 한 줌이 엄청난 결과물로 돌아왔을 때의 그 뿌듯함은 작물과 자연 그리고 농부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해준다.

이외에도 생각보다 최근에는 장례식장이 많이 생기고 있구나 이렇게 노령 인구가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혼식장이 장례식장이 된 사례도 많다니 사회에 필요한 시설이 느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복잡한 기분이 들 것 같다. 화장실 에피소드에서는 나 역시 재래식부터 수세식까지의 역사를 밟아왔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중고마켓 플랫폼>에피소드에서 하나를 바꾸면 그에 비해 다 바꿀려고 하는 노란 양말 이야기만 기억이 났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이는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쓴 에세이의 제목에서 유래했다. "나의 오래된 가운을 버림으로 인한 후회"라는 제목인데 새 가운을 선물 받고 그에 어울리는 모든 걸 바꿨다는 연쇄소비에 관한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 사면 어울리는 모든 것으로 바꾸고 싶은 것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나 같은 충동적인 소비요정이 잘 휩쓸린다. 저자는 대신 중고마켓을 필요한 것을 담아놨다가 팔리거나 하면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았지 하는 누름돌로 쓴다는데, 나는 어째 비움보다 들임만을 해서 큰일이다. 대대적 나눔은 매년 해야지 하면서 자꾸 겨울철 나는 다람쥐처럼 모으고만 있다.

오늘은 특별히 눈이 와서 눈 쌓인 겨울 바다 여행이 생각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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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화작가의 소란한 투자 이야기 - 경제적 자유를 향해 달려가는
이민숙 지음 / 더메이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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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를 향해 달려가는 어느 동화작가의 소란한 투자 이야기 - 이민숙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동화작가로 나름 주식투자가 객장에서만 가능했던 시절부터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다. 물론 투자에 성공하기만 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전세금이었던 2억과 기타자금을 통해 억대 투자자가 되었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알트코인으로 재미봤던 수익은 끝을 모르고 추락해서 5천만원이 되기도 하였단다. 그 전에는 재미삼아 샀던 도지코인이 달까지 가면서 다른 알트코인들에도 과감(실은 무모하게라고 밝히고 있다)하게 투자하여 통장에 10억이 찍히기도 했단다. 그렇지만 이 투자실패를 통해서 배운 내용은 심플하다. 당장 없어져도 생활에 지장 없는 여유자금으로 했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나도 그래서 저자가 책의 후반에 강력하게 주장하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자본소득>으로만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작가는 좀 더 과감하게 사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겹치는 투자방식에 대해서는 1등 주식을 사모으는 것이다. 나 역시 퇴직금으로 시가총액 1등 주식인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원금회복할 그 찰나가 있었지만 욕심이 있어서 팔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샘오치리(삼성전자 57,200원)라고 조롱받는 것이 4만 전자까지 내려왔다. 다행히 이 순간에는 조금 반등하고 있다. 그래도 6만원에는 미치지 않는다. 저자의 또다른 배움처럼 나역시 욕심에 매도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이다. 저점에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이 현금화 되는 것이 투자의 마무리다. 제대로 된 타이밍에 팔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처럼 시장의 등락이 심할 경우 돈에 대해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는 방법으로 공포를 탈출하라고 한다. 보통 커피값에 대한 걱정없이 배당금을 받게 되는 정도를 초보단계라고 본다는데, 저자는 이를 위해서 삼성전자(우)를 사모으는 전략을 택했다. 나의 경우 지금 ETF(상장 주식 펀드)분할 매수 이전에 해당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올해 이후에는 국장보다 해외 ETF로만 포트폴리오 비중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책을 읽고 금액을 더 높였다. 나의 경우에도 기존 가지고 있던 종목이 S&P 500과 QQQ였다. 코로나 시작 전에 투자를 시작해서 추불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 지금 각 ETF 수익률은 30%이상임을 밝힌다. 여기에 저자가 추천하는 VTI를 새로 편입했다. 늘 세계 1등인 주식을 갖고 싶은가. 뱅가드사가 알아서 종목들을 리밸런싱 해주는 아주 야무진 반려주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S&P 500의 경우 워렌 버핏이 자신이 먼저 죽으면 아내에게 재산의 90%를 투자하라고 권한 펀드로 유명하다. 미국 스탠다드 앤 푸어스에서 선정한 상위 500개 기업에 대한 인덱스 펀드다.

책을 통해 <황금 거위 통장>이라는 개념을 습득했다. 내 월급이 500만원이라면 450만원만 가지고 생활하고 10%는 묻어두는 것이다. 최대한 인터넷뱅킹도 되지 않게 하고 묵은지처럼 묵혀두자. 그리고 3년쯤 지나 황금 거위 통장의 40%를 꺼내서 투자하라고 한다. 그럼 나도 모르게 모아져 있을 종자돈이 있을지어니.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어렵지 않게 풀어간 책이다. 그럼에도 투자에 대한 기본기를 배운 책들을 공유해주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많은 책에서 배운 투자에 대한 기본기를 잘 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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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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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 산조 미와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00살까지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 표지는 조금 진한 화장의 무서운 할머니가 그려져 있다. 책의 저자일까 했는데 맞았다. 아니 진짜 너무 무섭게 생기셔서 다른 사람들이 마녀라 부르는 거 아닌가 했는데, 저자의 제2의 인생 목표인 연극과 극단에서 활약한 사진이었다. 심지어 외국인 역할이었고 98세에 하신 거라고 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40대의 지금도 관절염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징징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작가인 산조 미와는 어머니도 의사셨고, 그 당시 아버지 성으로 바꾸지 않은 조금 독특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의사가 되었다고한다. 그리고 98세까지 진료를 보셨다고 한다. 믿기지 않지만 진실이다.

책은 꽤나 짧은 본인의 건강과 인생에 대한 모토를 나타낸다. 뭔가 뒤끝 없고 제멋대로 사는 할머니잖아? 하는 것이 내가 느낀 솔직한 심정이다.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만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 수 있었고 더 많은 희생이나 강요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서 살았다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건강식을 찾아먹지는 않지만 자투리 소고기를 사고 사과 같은 건 귀찮아서 껍질도 잘 안 까드신다는 양반. 그렇지만 의외로 넘어지거나 해서 지주막하 출혈이라던가 코뼈가 부러진다던가 하는 일상생활의 어려움도 본인이 의사이기 때문에 잘 해결해 나간 내용도 있다. 여기나 일본이나 의사가 이만하면 되었다고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본인이 의사니까 이러한게 의심되니 검사해달라고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환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생선이 몸에 좋다지만 이비인후과 의사로 일하면서 목에 가시를 빼내는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 생선은 드시지 않게 되었단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욕조에 몸을 담그는 목욕보다 혈압을 위해서 샤워만을 하신단다. 해당 꼭지의 제목은 심지어 욕조는 노인의 사형집행대다.

책의 말미에는 직접 폭격을 겪었던 시대를 회상하면서 전쟁에 대한 반대를 피력하고 그에 대한 연극도 올렸던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아도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소신있는 발언을 해주셔서 좋았다. 본인이 고등교육을 받을 때는 황실 사람을 만났을 때 차를 내오는 연습같은 것도 시키는 학교였단다.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궁금해졌지만, 나도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예절 수업이라는 항목으로 이것 저것 공부했던게 생각났다. 물론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구시대적 교육에 대해서도 지금 연극에서 귀족 역할을 맡으면 자신 있다는 말로 마무리 지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역시 사람은 뭐든 배워놓으면 어떻게든 써먹는 일이 생기나보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지만 본인처럼 쾌활하게 오래 사는 사람도 있다고, 주눅들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원하는 것을 찾으라는 게 이책의 장점 같다. 돈을 벌면서도 돈을 수없이 까먹는 극단을 할 수 있는 것도 몸은 특별히 보살피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을 청춘처럼 계속해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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