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가요 언덕>의 개정 복간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 차인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을 처음 여는 순간 십대에 좋아했던 배우 차인표의 사인이 큼지막하게 되어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그때의 어렸던 나를 상기시키게 되었다. 아마 차인표라는 사람을 내가 아직도 좋아하는 이유는 그때의 감정 때문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고 나서는 작가로서의 그를 더 좋아하고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읽기 전에 배우가 쓴 글이 얼마나 괜찮겠냐며 색안경을 낀 것도 사실이다.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글로 이야기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니까.

책은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 살고 있는 촌장의 손녀 순이와 호랑이를 잡으러 마을로 오게 된 황포수와 용이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엄연히 백두산에 조선 땅에 호랑이가 존재할 때는 포수라는 직업이 존재했고, 사람을 해치는 녀석을 포획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책의 초반부터 각 장이 끝나면 엄청 군기가 들었으면서,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는 가즈오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가 나온다. 점차 장이 바뀌면서 가즈오도 전쟁에의 환멸 그리고, 실상 괴로움 많은 것에서 고통을 느끼고 있다. 결론적으로 용이가 순이를 구했고, 가즈오도 순이를 구했다. 그리고 귀엽게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새끼 제비도 열을 내리는 노란 만병초 잎을 떨어트리는 적재적소의 도움도 준다. 하늘이라는 평화로운 곳에서 용이, 훌쩍이, 순이, 다 지켜보고만 있는 줄 알았던 미물도 다 계산이 깔려있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강제징집이라는 슬픈 이야기의 틀, 거기에 전쟁에 참여한 사람도, 다른 군인도, 조선인도, 일본인도 다 등장한다. 서정적인 이야기의 서사에 내용은 지독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책의 말미에 나와서 더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강제징용을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의 쑤니 할머니라고 지칭된 그분의 실제 모델이 있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50여 년간 살아오신 이남이 할머니가 그분이다. 책에서는 캄보디아 이름은 훈 할머니로 적혀있다. 본래 성함을 병기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98년 5월 1일 영구 귀국하셨다가 결국 국내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셔서 그곳에서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영화보다도 소설보다도 더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참으로 애통하다. 작가가 97년에 남이 할머니가 오셨을 때 할머니의 인생을 모티브로 이 책을 구상하고 <잘가요 언덕>이라는 글로 짧게 작성했던 것이라고 한다. 2009년에 태어난 책을 이제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평화로운 마을에 전쟁을 일으킨 그 사람들을 나라를 짓밟은 그들을 나도 작가처럼 응징하고 싶었다가 이제는 용서를 해야 될까 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진실된 사과가 먼저 있어야겠지만 일단 이것을 할 마음이 없어보이니 용서도 멀어지는 것 같다. 지금도 야욕에 의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판이니 참 평화를 이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용이도 엄마별은 따뜻하다고 했으니 결국은 용서하고 다 잊게 된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행복의 감각 - 망각 곡선을 이기는 기억의 기술
마이크 비킹 지음, 김경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행복의 감각 - 마이크 비킹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코펜하겐 행복연구소의 대표인 마이크 비깅의 신작이다. 기존 저서로는 요새 열풍이 불고 있는 <휘게 라이프>가 있다. 책의 내용에서도 휘게라는 이미지는 추운 겨울 해는 지고, 따뜻한 별장에서 친구들과 편안하게 오후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매일 매일이 이런 아늑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행복한 나날들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기에 더 더할 것이 있다면 밖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면 완벽하다고. 거기에 이 묘사하는 행복에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리고, 개개인이 좋아하는 행복의 감정들이 깃들게 된다. 이러한 일상에서 행복의 감각을 얻고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반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해 기억의 기술을 노력 하면 된다.

인생의 처음, 첫 경험이란 것은 깊고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게 된다. 푸르스트 효과처럼 음식, 후각 등이 해당 감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저자는 처음 망고를 먹었던 그 날의 기분과 행복한 감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에게 아로새겨져 있는 처음 먹어보는 지금도 기억나는 음식이란 <두리안>이었다. 악명높은 냄새와 과일의 왕이라는 타이틀 오랜 기간 두리안이라는게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시도하지는 못했었다. 그렇지만 혼자서 처음 태국 여행을 가서 호텔 반입 금지 품목의 과일이었기 때문에, 이른 아침 파야타이역 근처 로컬시장에서 사서 근처 초등학생들 등교하는 것을 보면서 길에서 먹었다. 두리안을 길에서 먹은 것도 신기하고, 이국적인 느낌도, 처음 먹어보는 질감도 지금까지 생생하게 생각난다. 꼬치구이와 생오렌지주스와 파우더칠을 과하게 한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 다 엊그제 일 같다. 그 이후로도 두리안은 많이 먹었지만 그때만큼의 행복한 추억을 가져다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비싸고 향 좋다는 것들도 많이 먹었지만 말이다.

최근 먹방이 유행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음식점에 가서 실망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아마 그이들이 먹기에는 새롭고 대단한 맛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 십 년간 그 경험들이 누적된 내가 먹어서는 새로움을 느끼지 못해서일거란 생각을 했었다. 확실히 <처음>이라는 힘은 강력하다.

두 번째로는 앤디워홀이 3개월간 같은 향수를 쓰고, 그 기간을 향수로 기억한다는 이야기였다. 오감을 자극하면 특히 <후각> 그때의 추억으로 빠르게 되돌아 갈 수 있다. 헤어진지 오래된 연인의 향수를 맡으면 그때를 회상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책에서 등장한 <에스티로더의 뷰티풀>은 워홀과 함께 순장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향기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런 행복함의 서사를 오래 유지하려면, 내가 직접 기억을 만들고, 망각곡선에 이기기 위해서는 계속 반복하여 말하는 게 좋다. 특히 망각곡선에 의해 20분, 하루, 3일 이렇게 반복하는 공부법이 있듯이, 기억의 강화를 위해 반복해서 생각하면 뇌는 재구성해서 길고 탄탄한 기억으로 만들어 준다. 책에서의 표현이 아몬드모양의 편도체 그리고, 감독석에 앉아있는 해마가 내 <추억 이라는 영화>의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하면 좋다는데, 계속 한 쌍의 아몬드가 이건 행복이야. 슬픔이야, 새로움이야 구분하고 데굴데굴 굴러가 해마가 오케이를 외치는 장면을 상상했다. 행복이 내 마음속에 저장되는 모습도 이것과 비슷했으면 귀엽지 않은가.

이외에도 책에서 등장한 불난 집에서 가져나올 단한가지를 서로 나눈다는 <버닝 하우스>라는 사이트를 예로 들면서, 거기는 보통 중요한 추억이 담긴 사진이라는데, 나는 현실적인 현물을 생각해서 행복이 덜한가 라고 자조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예전의 추억에 훨씬 더 기뻐하긴 하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의 흐름이 쌓였어도 25이전의 기억이 훨씬 더 재미있고, 즐겁고 자세하게 기억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 때가 좋았었어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회고 절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정리의 달인이자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곤도마리에를 버리고 추억을 수집하고, 기록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곤도 마리에도 그 물건을 봤을때 반짝거리고 두근거리면 가지라고 했는데, 그거면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도 많은 기록을 남기고자 함인데, 앞으로도 더욱 더 내 행복의 기록도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비슷하지만 나중에 봤을때 행복함이 묻어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저씨지만 청바지는 입고 싶어
강민 지음 / 프롬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저씨지만 청바지는 입고 싶어 - 강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자는 검찰 수사관으로 30여년을 일했으며, 소설가로 부업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책을 읽기 전에 검찰 수사관이 쓴 에세이는 뭔가 매 편마다 대단히 예리한 감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읽었다. 그런데 웬걸, 첫 장부터 이렇게 같이 사시는 마나님을 까면 집안은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솔직함이 있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에 어느 정도 감수와 컨펌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재미있는 글이 나오도록 허락해주셨을 작가의 사모님께도 감사드린다. 나라면 지면에 실리는 이야기 자체가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못쓰게 했을 거 같음. 거기다 학교 선생님이시니까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책 서문에서 나오듯이 본인은 아저씨고, 그냥 커피마시고, 벗들과 술도 마시고, 와이프 말도 잘 듣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리는 귀촌생활도 한 카테고리 차지하고 있으니 먼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에도 흥미가 있으면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귀촌생활을 제안하고 몇년 째 공약이었던 출퇴근 시켜드리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출퇴근이 편한 지역이면 흐지부지 되었을 말이 귀찮음이라는 표현을 빌어 정답게 그려졌다. 매일매일 같이 출근하고, 헬스장에서 운동도 같이하고, 같이 퇴근하고 얼마나 살가운가 말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같이 나갈 수 있는 정년에 가까운 일자리를 두 분 다 가지고 있다는 것도 포함이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나 눈감아.

에세이는 처음은 운문 패러디로 경쾌하게 시작하고, 그 내용에 따른 추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처음을 언제나 웃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보일러의 작은 부분을 손수 고친다. 인건비 대신 내가마신 막걸리로 퉁쳤지만, 철물점 사장님의 무료강연을 들어야 해서 편치 않았다는 이야기. 실제로 이런 분들이 요새는 훨씬 더 많아진 것 같다. 아무래도 도심에 살면 이런 이방인인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이 익숙해서인지 이런 충고 겸 긴 참견은 좀 불편해지긴 하나보다. 이발소를 갈지 미용실을 갈지 문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아마 남자분이셔서 더 그렇겠지. 남성컷 문구를 보고 남자머리도 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나와 보는 관점이 달라서 놀랐다. 나는 늘 남자컷은 싸게 받고 여자컷은 거기에 5천원에서 7천원을 더해야 해서 약간 성차별적인 메뉴로 느꼈는데 말이다. 커피를 좋아해서 바리스타 학원에 갔다. 자격증은 땄지만 수강생이 젊은 친구 하나라 뻘쭘 했다. 골프는 소질이 없어서 여전히 백돌이다. 퇴직하고 나면 무엇을 할지. 부인이 좋아하는 임영웅에 대한 이야기와 약간의 질투. 실제로 임영웅에게 홍삼이나 고가의 선물을 하게 되시면 배신감을 느끼실런지. 요조의 <작은 사람 weak people>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나도 노래를 같이 들으며, 나의 작아져가는 사람에 대한 생각에 눈시울도 붉혔다. 때마침 어버이날이 다가오기도 하고 말이다.

제목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인 청바지에 대한 소회는 아마도 누구나 느낄 청바지와 젊음, 젊어보이고 싶음, 이제는 어색함의 루프를 잘 이야기 한 것 같다.

늘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아도, 그 이야기의 범주에 내가 속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궈징밍 지음, 김남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 궈징밍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확실히 책을 읽는 며칠 동안 마음이 짓눌렸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이야오는 아빠가 엄마와 이혼했고, 생활비도 한 푼 주지 않으면서 새로 가정을 이루었다. 이야오가 피치 못해 찾아가도 주머니의 돈 몇 푼을 쥐어주고 이야오의 슬픔이 무엇인지, 왜 여기까지 와서 돈을 구하려고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새로 결혼한 부인의 눈치는 엄청 보면서, 그 가정은 소중한 새알이라도 되는 듯 지키려고 하는 게 가식적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제일 이해 안가면서도 원흉이라고 생각한 이가 린화펑 이야오의 엄마다. 이혼 전에 이야오의 단란했던 가정에 대한 묘사가 없기에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 켠에는 이야오가 잘되길 바란다면서도 매일같이 이야오를 폭행하는 정말 나쁜 엄마다. 콩쥐처럼 집안일만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말 한마디에 수틀리면 뺨을 올려붙이고, 물건을 던지고, 폭언은 매일 매일이다. 이를 견디게 해주는 사람은 같은 동네 골목에 사는 번듯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 치밍이다. 그렇지만 이야오가 사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얼굴 잘생기고 나를 위해 싸워줄 것 같은 남학생이다. 이사이에서 이야오는 임신을 하게 되고, 치밍에게 이를 이야기 한다. 임테기도 치밍이 사다주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돈도 없고, 기댈 곳도 없고, 매일매일이 뿌연 강바닥 같은 이야오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계속 괴롭힘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친구 탕샤오미가 산부인과에서 들락거리는 것을 보게 되므로써 소문은 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소문으로 시작되서 등장한 구썬시와 구썬샹은 이야기의 후반부를 이끌어나가게 된다. 100위안 주면 자준다는 소문의 그녀 이야오를 만나려고 다가왔다가, 학교 연못에 빠져있는 그녀의 책과 책가방을 건져주는 알쏭달쏭한 인물이다. 아마 청소년기의 그 정체성의 재정립이 모호한 인물을 구썬시로 나타낸게 아닌가 싶다. 호기심도 있고, 측은지심으로 배려도 할 줄 알면서, 그렇지만 다니 내 일이 먼저일 때는 이야오를 쳐낸다.(그건 이해함..)후반에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로 갑자기 죽은 린화펑, 그리고 나머지 인물이 더 있는데 이야기를 읽을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겠다.

아마 이야오가 그렇게 폭력을 버티면서도 같이 지냈던 린화펑까지 죽자 아마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며 계속 매일같이 지옥인 것 보다는 다른 선택이 나을 것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의 중반까지 그렇게도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꿋꿋한 이야오였는데, 마음속의 마지노선의 실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린게 아닐까 생각한다. 본인이 탕샤오미에게 했던 작은 복수가 뭔가 희안하게 되돌아온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점점 처지가 달라져가고 멀어져가는 치밍과의 복잡한 속내도 그려져 있어서 가슴 아팠다. 같이하고 싶지만 놓아줄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할까.

책 소개에 여주인공이 이렇게 힘들기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이었다. 작가양반이 조금만 아량을 베풀어 주었다면 조금 덜 슬펐을꺼 같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이 너무 급물살을 타긴 했는데, 남아있는 치밍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치밍은 괜찮을까? 남아있는 사람의 슬픔이 아마도 넘실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엄마의 부엌 -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
진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시그마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의 부엌 - 진채경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가족모임에서 김치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어머니께서 본인 김치만 먹는 다른 집 손자들 이야기를 들려주신 게 주요 골자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리집 김치를 잘 안 먹는 스타일이고(이유는 단지 익은 김치를 안 좋아하는 입맛 때문)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이 김장김치가 없어서 못 먹는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김치 하나만큼은 요리 부심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 작가는 어머니께서 편찮으시게 되어 요리를 못하시게 된 터라 엄마의 요리와 부엌이라는 주제로 책을 엮어냈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부엌, 엄마와 요리와 집밥 메뉴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그 집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고들 하는데, 작가는 고추물금이라는 제일 좋아하는 반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추물금은 <꽈리고추찜>이라고 보면 된다고. 적당한 간장양념에 고추를 버무린 간단한 레시피지만 그 적당히의 레벨이 높은 건지 직접 만들면 그 맛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신기하게도 매번 야외에서 먹었던 삼겹살 에피소드라던지, 너무나도 흔하게 먹는 계란말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계란말이야 말로 나도 작가처럼 원형팬에서 슥삭슥삭 만들어내는 재주는 없어서 사각팬도 사보고 별 노력을 다 해봤지만 뭔가 엄마의 맛을 만들어 내기는 역부족이다. 15년 전쯤 요리를 배우러 다닐 때도 젓가락 한벌로 엄청 얇고 포슬한 계란말이를 부치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는데, 엄마의 계란말이는 늘 갖은 채소가 들어있고도 잘 익었으면서 적당히 짭짤한 그런 맛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요새는 식당만 가도 등장하는게 계란말이지만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반찬이 뭔지도 생각해봤다. 지금은 손주들을 먹이시느라 매운 음식들을 잘 안하시긴 하지만, 엄마가 해주시던 매콤한 갈치조림, 바삭한 갈치구이가 제일 생각이 날 것 같다. 어릴적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던 생선이 갈치기도 하고, 지금도 제일 어려워 하고 꺼려하는게 생선요리이기 때문이다. 작가도 생선구이 하고 비린내 잘 빠지게 하는 비법이 어머니께 있냐고 묻던데, 역시나 엄마들은 생선요리도 뚝딱 하시는 건 비슷한가보다 싶었다. 우리집에서는 늘 생선 비린내를 빨리 없애려고 양초와 향초를 같이 피운다. 그런데도 나는 늘 생선구이를 할때면 언제가 다 익는 타이밍인이 몰라서 수고스럽게 팬에 굽고도 꼭 전자렌지나 에어프라이에 2분씩 돌려서 완전히 익히려고 한다. 나도 보았던 것 중에 늘 폐신문지를 쿨하게 덮으시고, 국과 조림과, 구이와. 밑반찬까지도 동시에 알파고급 처리속도로 해내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덕분에 고3시절까지 꾸준히 먹었던 도시락도 생각났고, 혹여나 밥 굶을까 도시락 잊은 날은 갖다 주시던 어머니의 사랑도 생각이 났다. 늘 주방에 계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언젠가 어머니의 음식을 못 먹게 되는 날이 생기기 전에 이번 주에는 갈치조림을 한번 해달라고 말씀드려야겠다. 당장 내일은 나가서 드시고 싶다고 해서 맛집을 모시고 가긴 할 거지만 말이다. 엄마의 부엌에서 또 한가지 높은 확률로 등장하는 정갈한 음식그림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집에서는 이렇지 않았더라도 오늘은 이음식을 먹어볼까 할 정도로 말이다. 늘 나의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건 엄마의 음식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