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하는 김 대리는 취업규칙을 위반했을까?
노정진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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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하는 김대리는 취업규칙을 위반했을까? - 노정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취업규칙 관련해서 이슈가 하나 있었다. 기존 작년에 인사팀장이 퇴직하면서 연차관련 개정을 단행해 버린 것이다. 신규 인사팀장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차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기존 근무 직원들은 입사연도 기준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입퇴사가 잦은 회사이다 보니 신규직원들만 많아서 기존 입사자에 대한 입지는 좁은 상태였다. 이 책을 읽어보니 확실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존 직원분들이 억울해 하는 상황이었는데, 취업규칙에 개정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기존직원의 연차에 대한 사용은 적용이 될 것 같다. 참고로, 2019년 대법원 판결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사이의 ‘유리성 원칙’을 인정하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경우라도,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법리인데 이것도 꼭 알아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2021년 7월 1일 입사한 경우

① 입사일 기준

• 매달 만근 시, 2022년 6월 31일까지 총 11일의 연차 유급휴가 발생

• 이후 만 1년이 되는 시점인 2022년 7월 1일에 15일의 연차 유급휴가 발생

 

② 회계연도 기준 (1월 1일)

• 매달 만근 시, 2022년 6월 31일까지 총 11일의 연차 유급휴가 발생

• 회계연도가 바뀌는 2022년 1월 1일자로, 근무한 기간이 1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년도 재직일수에 비례하여 약 7.6일의 연차 유급휴가 발생

(15일 × 184(전년도 재직일수) / 365 )

 

책은 생산직과 관리직이 함께 근무하는 두풍전자를 내세워 그 안에 근무하고 있는 인물들이 (노과장, 무주임)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알려준다.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할법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딱딱한 형식은 아니되 책의 말미에는 어떤 법률이나 노동부해석을 토대로 이 이야기를 구성했는지에 대해 나와 있어 업무에 참고하기에 무척 좋았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아르바이트 생의 주휴수당에 관련하여 15시간 이상 이하의 사람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주 40시간 근로자 대비 근로시간 비율로 지급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일 시킨 만큼 주휴를 주는 것은 알았는데, 정확한 지침(근로기준법 18조)을 몰랐다가 알게 된 셈이었다.

지금 mz세대들과의 갈등을 빚는 이슈인 출근시간 전 출근 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다뤄졌는데, 출근 전 준비가 강제성을 띄는 것이라면, 출근이라고 본다는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이 강제성이라는 것의 해석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놓인 시간 속에서 일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에 대한 입증이 힘들기 때문에 계속 이슈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강제는 아니지만 실제로 눈치는 주기 때문에. 10분전 출근, 30분전 출근해서 업무준비, 어떤 것은 이해되고 어떤 것은 이해받지 못하는지 참 민감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돈을 벌러 나왔으되 내 권리는 침해받지 않기 위해 최소한 내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기 위한 노동법 공부는 필요한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술술 읽히면서도 내일 같았고 남일 같지 않아서 더 열심히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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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맷 데이먼.개리 화이트 지음, 김광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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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 워터 - 맷 데이먼, 개리 화이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그다지 할리우드 배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릴적 경기도 변두리에서 종로3가까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을 보러간 영화광은 맷데이먼에 반하게 되었다. 실제로 똑똑하기도 한 사람이 이 영화의 각본까지 썼다는 말에 좋아했고, 특히 이 영화에서 맡은 배역의 변화되는 드라마틱함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이렇게 영화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이번에 읽은 책이 이 맷데이먼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관심에서 그는 좀 멀어졌다가 본시리즈로 각인되었다, 결혼으로 한번 그리고 큰 이슈 없이 흘러왔던 것 같다. 최근 내가 관심을 둔 유명인으로는 기후문제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타일러가 있었다. 그런데, 내 원조픽인 맷이 지구환경 그것도 물 문제에 이다지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냥 흘러가는 얼굴마담 정도의 역할이었겠지 하고 선입견을 갖고 읽었는데, 그는 진심이었다. 세계의 물 문제 위생문제 나아가 여성의 인권의 문제에도 심각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책의 반에 달하는 부분이 그의 이 문제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주는데 심지어 글도 맛깔나게 잘 쓴다.결과적으로 물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마실 물에 대한 생존, 그리고 배설에 관련된 문제와 위생과도 직결된다. 식수가 오염되면 다시 먼 곳으로 물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물을 구해오는 문제도 많은 빈곤층의 여성이 떠안게 된다. 물을 구해오느라 여성은 배움의 기회도 박탈, 사업의 기회도 박탈, 생존을 위한 최우선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맷과 개리가 같이하고 있는 워터 오알지(water.org)는 예전의 우물을 놓아 물을 떠가세요 하는 보여주기식의 구제가 아니다. 소액금융기관들이 빈곤층에게 소액대출을 해준다. 이것은 물과 식수를 해결하게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 소액금융기관들의 리스크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 일의 자금은 역시나 많은 기부에 달려있고, 임팩트투자라는 적은 이윤을 보면서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생각보다 이 임팩트 투자라는 것의 기부와 투자의 중간점이 찾기도 어렵고 실현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한다. 선의와 투자사이의 갭이 생각처럼 여기서 반 저기서 반 떼올 수 없는 그런 구조라고. 생각해보면 나도 일회성 기부는 할 수 있겠지만, 더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굳이 적게 투자하는 곳을 찾을까 싶기도 했다.

워터오알지의 모토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그전의 물문제 해결의 10년만큼 일회적인 방법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덜 뒀던 것 같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생존과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행동하는 파도의 일부분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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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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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취준생 분투기> : 예순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이다혜님이 추천사를 해주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분도 <실버 취준생 분투기>에 대해 돈을 벌려면 직업이 필요하지만,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인정받고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일을 찾는다고 했다. 실제 내용의 서두는 나도 느꼈던 노동부 직원의 선심 쓰는 듯한 표정과 니가 원하는 자리는 남들이 다 꿰차고 있어서 없다는 암묵의 말투 등으로 표현된 차가움으로 시작된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취준생이 되었다는 작가는 자기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자격증 등 준비를 많이 했지만, 정작 베이스는 다 지우고 <중학교 졸업>이라는 이력 삭제에서만이 첫 취준을 탈피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실제로 실버 취준 이외에도 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빠르면 30대 늦으면 40대에도 실제로 매일같이 겪고 있는 일이다. 이년 전 작가님과 비슷하게 (우리 학원에서는 내가 막내였지만) 요양보호사 학원에 다니고 해당 자격증을 취득해본 결과 이런 직종이 양성되어도 내가 원하는 자리에 취업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보호자 갑질 등의 이야기도 너무나 많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도 각양각색이고, 일하는 사람도 각양각색이라 천만가지의 이야기는 들은 것 같다. 서로의 입장에서 각자를 원망하는 이야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도움 받고자 하는 사람을 나라에서 파견하는 업무인데, 아직도 집에와서 밥이나 해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아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외노자와의 수건개기, 백화점 청소, 짓고 있는 건물청소, 아기돌봄을 지나 결국은 요양보호사로 취업하였지만 이용자의 성추행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내가 바로 같은 직종으로 취업하지 못한 이유도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데, 책에서까지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이나 약한 부분은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은근히 그리고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가 바로 겪지 않았던 것은 운이 좋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하나로 등장하는 술집을 경영하는 누이(사모님)가 다친 뒤 극진하게 모시는 남자에 대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누이라고 표현했지만

남편도 아니고, 사고가 나기 전 돌봐주었던 인연인데, 의식불명이 된 사용자를 극진히 보살피는 중이다. 작가님은 처음엔 이상한 사람인줄 알고 경계했다가 결국 마음을 열고 지내는 이야기다. 조건 없는 돌봄이라는 말을 알고 있지만, 이런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이렇게 밖에 살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이 딱했다. 작가가 대상포진으로 일을 그만두고 우연히 만났던 소회를 그렸다.

요양보호에 대한 에피소드만 써서 그렇지만, 예전 직원들을 도와 노동관련 쟁의를 준비하던 일과 기구한 운명의 순분할매 이야기 등 인생의 내가 접할 수 없는 면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작가님의 시집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 막 작가로 알려지기 시작하셨는데 작고하셔서 다음 작품이 나오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특히, 50이 넘어서 문창과에 새로 입학하셔서 작가로의 꿈을 꾸고 그 결실을 맺으신 것에 대해 마음으로 말씀드리면 들으실 거라고 생각하면서 너무 축하드리고 싶다. 청각장애에 대해서도 털어놓으시면서 장애인과 일반인의 사이의 경계인이라고도 이야기 하셨는데, 이게 참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있지 않으면 그 두 카테고리 사이에서의 힘듦이 있는데 솔직한 애환을 드러내셨다. 특히 여자 분의 말소리는 잘 들리되 낮은 음성은 잘 안들린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듣다가 못 듣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테니까. 손녀들이 아파서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도 의사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 큰일이 생길까봐 병원에 가지도 못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는 이게 보이기는 얼마나 매몰차게 보여서 가족들이 속앓이를 했을거며, 정작 어찌하지 못하는 당사자는 또 얼마나 애가 달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 간극은 채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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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을 빌려드립니다 - 편집장 출신 작가가 대공개하는 인생 2막을 위한 책쓰기 노하우
조기준 지음 / 활자공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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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작가를 위한 : 편집장을 빌려드립니다 - 조기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로 책 출판이 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이렇다 할 습작은 많지 않고, 글쓰기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출판사 편집장 출신 작가가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출판사 관점을 녹여낸 작법 실용서인 책을 펴냈다. 내 글에 올바른 방향성과 첨언을 같이 해주는 나만의 편집장이 생긴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단 계속 써야하고, 자료 조사하며 써야하고, 솔직하게 써야하고, 갈고 다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제일 뼈대로 하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작가는 힘들게 쓰고 다듬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 팔리는지, 그 전에 독자에게 선택받아 다음 페이지의 궁금증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두괄식으로 쓰기> 그리고 <재미를 유발하는 서문>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확실히 수익을 가져다주는 팔리는 재화인지에 대한 개념이 녹아있어서 유용했다. 다른 작법서보다 출판사의 마인드를 탑재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얼개는 목차이므로 목차의 중요성은 글의 주제만큼이나 중요하므로 이야기를 구상할 때 먼저 적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목차는 보통 기승전결로 적되 결기승전(결)의 순서여도 무방하다. 그리고, 짝수의 얼개로 적어보는 것이 안정감과 책 디자인상에서 조금더 유리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목차에도 확실한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내가 쓸 책과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기도 하고 내가 저 매대에 있는 책들과 경쟁하려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특장점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하다못해 마트에만 가도 비슷한 생필품이 넘쳐나는데 내가 선택하는 제품은 선택받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이 재미있어라든지, 표지가 예뻐서, 앞을 읽어봤는데 궁금해서 등, 어떤 이유가 되었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기억해야 할 작가의 조언 중에는 <비문 줄이기>, <문장을 두 줄 이상 넘어가지 않게 쓰기>가 있다. 작문 연습의 좋은 방법은 베껴쓰기와 필사가 있다. <태백산맥>의 작가가 자녀부부에게 필사를 시켰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었는데, 완성한 사람의 기간이 3년 남짓이라는 말에 엄청나게 놀랐다. 하물며 작가는 그 모든 이야기를 완성해야하고 몇 번이나 다듬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거듭 경외감이 들었다.

이외에도 직접 작가들이 도전하는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실제로 작품 연재를 실행해보라는 후반부의 조언이 있었다. 나만 해도 실제로 브런치 대상으로 나오는 책들을 무척 좋아해서 많이 읽었다. 기존 작가들과 다르게 참신한 작품이 많아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실제 전업 작가들과 달리 본 직업이 있는 엔잡러라서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지금은 블로그만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나만의 편집장의 조언을 참고해서 작법식력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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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예요
김서희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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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거예요 - 03작가 김서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조금 오래간만의 시집이었는데, 올해 봄꽃놀이도 스킵하고 나서 (엄밀히 말하면 회사 점심시간에 벚나무 아래를 걷긴 했지만 그건 꽃놀이로 쳐줄 수 없지) 만난 화사한 꽃과 창과 핑크빛 무드로 가득한 표지라 설레였다. 이제는 책 표지로도 꽃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때인 것 같기도 하다. 꽃놀이를 못간게 무색하게도 5월이 되자마자 그간 억압을 풀어주어 장미가 만발하는 완연한 계절이 되면 장미를 꼭 눈에 담아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봄>이라는 시에서 나무는 왜 매년 머리를 분홍색으로 탈색하고 머리카락을 털어대냐는 표현에 아마 내년 봄에 벚나무를 보면 분홍색으로 까리하게 염색한 벚나무씨를 그려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는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이별을 한 것처럼도 보이고, 권태기에 놓인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남겨진 몫으로 슬픔을 다 가져갈 테니까 너는 행복하기만 하라고 하는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예전에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남겨졌고 헤어졌고 행복을 빌어줬든 어떻든 결과는 헤어졌는데 뭐. <먼지>라는 시에서 나는 네게 창틀에 낀 먼지였을까. 손으로 만지면 닦아내야 할, 지워져야 할 존재로 그렇게 남은 걸 보면. 이라는 표현에서 내가 생각했던 비슷한 감정을 읽었다. 그 전에는 그렇게 보물 같은 존재이다가 결국엔 추억 속에서 마저도 뽀얀 먼지가 쌓이기도 하고, 그만치 생각의 창에서도 먼지처럼 하찮아지기도 하고, 결국엔 잊혀져야 할 그런 존재가 되고 마는게 또 사랑했던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을 하려고 해도 너무 흐릿하게만 생각나는 사람들이 되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말이다.

시인은 빗소리나 빗물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는데, <빗물>이라는 시에서 어릴 적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와 줄 가족을 기다리던 어린 내가 떠올랐다. 그까짓 비 맞고 돌아다니면 그만인 천둥벌거숭이 시절이었는데도 나도 속으로는 아주 오랫동안 날 데릴러 올 사람을 기다렸고(그랬지만 내색하지 못했으며) 그럼에도 나를 데릴러 올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해서 아련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산에 있는 물기를 툭툭 털어도 내 마음은 그렇게 안털린다는 게 정말 절묘한 표현인 것 같다. 우산에 묻어있는 물방울처럼 축축하고 서글프면서 쭈굴쭈굴한 그런 마음 말이다. 젖은 우산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린다고나 할까. 시인의 우산에는 유독 빗물이 많았다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안맞아도 될 비를 맞고 마음에도 비가 온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하필이면>이란 시는 시의 초반에 하필이면~으로 시작하는 운율감 있는 시라 신선했다. 하필이면 신호가 걸리네, 하필이면 엘베가 내려갔네, 등 좀 푸념을 하는데 나는 사용하는 단어인데, 시인의 손끝에서는 너와 내가 날아가버린 메모의 전화번호까지도 이어져서 만나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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