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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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취준생 분투기> : 예순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이다혜님이 추천사를 해주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분도 <실버 취준생 분투기>에 대해 돈을 벌려면 직업이 필요하지만,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인정받고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일을 찾는다고 했다. 실제 내용의 서두는 나도 느꼈던 노동부 직원의 선심 쓰는 듯한 표정과 니가 원하는 자리는 남들이 다 꿰차고 있어서 없다는 암묵의 말투 등으로 표현된 차가움으로 시작된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취준생이 되었다는 작가는 자기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자격증 등 준비를 많이 했지만, 정작 베이스는 다 지우고 <중학교 졸업>이라는 이력 삭제에서만이 첫 취준을 탈피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실제로 실버 취준 이외에도 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빠르면 30대 늦으면 40대에도 실제로 매일같이 겪고 있는 일이다. 이년 전 작가님과 비슷하게 (우리 학원에서는 내가 막내였지만) 요양보호사 학원에 다니고 해당 자격증을 취득해본 결과 이런 직종이 양성되어도 내가 원하는 자리에 취업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보호자 갑질 등의 이야기도 너무나 많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도 각양각색이고, 일하는 사람도 각양각색이라 천만가지의 이야기는 들은 것 같다. 서로의 입장에서 각자를 원망하는 이야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도움 받고자 하는 사람을 나라에서 파견하는 업무인데, 아직도 집에와서 밥이나 해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아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외노자와의 수건개기, 백화점 청소, 짓고 있는 건물청소, 아기돌봄을 지나 결국은 요양보호사로 취업하였지만 이용자의 성추행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내가 바로 같은 직종으로 취업하지 못한 이유도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데, 책에서까지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이나 약한 부분은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은근히 그리고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가 바로 겪지 않았던 것은 운이 좋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하나로 등장하는 술집을 경영하는 누이(사모님)가 다친 뒤 극진하게 모시는 남자에 대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누이라고 표현했지만

남편도 아니고, 사고가 나기 전 돌봐주었던 인연인데, 의식불명이 된 사용자를 극진히 보살피는 중이다. 작가님은 처음엔 이상한 사람인줄 알고 경계했다가 결국 마음을 열고 지내는 이야기다. 조건 없는 돌봄이라는 말을 알고 있지만, 이런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이렇게 밖에 살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이 딱했다. 작가가 대상포진으로 일을 그만두고 우연히 만났던 소회를 그렸다.

요양보호에 대한 에피소드만 써서 그렇지만, 예전 직원들을 도와 노동관련 쟁의를 준비하던 일과 기구한 운명의 순분할매 이야기 등 인생의 내가 접할 수 없는 면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작가님의 시집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 막 작가로 알려지기 시작하셨는데 작고하셔서 다음 작품이 나오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특히, 50이 넘어서 문창과에 새로 입학하셔서 작가로의 꿈을 꾸고 그 결실을 맺으신 것에 대해 마음으로 말씀드리면 들으실 거라고 생각하면서 너무 축하드리고 싶다. 청각장애에 대해서도 털어놓으시면서 장애인과 일반인의 사이의 경계인이라고도 이야기 하셨는데, 이게 참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있지 않으면 그 두 카테고리 사이에서의 힘듦이 있는데 솔직한 애환을 드러내셨다. 특히 여자 분의 말소리는 잘 들리되 낮은 음성은 잘 안들린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듣다가 못 듣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테니까. 손녀들이 아파서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도 의사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 큰일이 생길까봐 병원에 가지도 못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는 이게 보이기는 얼마나 매몰차게 보여서 가족들이 속앓이를 했을거며, 정작 어찌하지 못하는 당사자는 또 얼마나 애가 달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 간극은 채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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