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예요
김서희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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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거예요 - 03작가 김서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조금 오래간만의 시집이었는데, 올해 봄꽃놀이도 스킵하고 나서 (엄밀히 말하면 회사 점심시간에 벚나무 아래를 걷긴 했지만 그건 꽃놀이로 쳐줄 수 없지) 만난 화사한 꽃과 창과 핑크빛 무드로 가득한 표지라 설레였다. 이제는 책 표지로도 꽃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때인 것 같기도 하다. 꽃놀이를 못간게 무색하게도 5월이 되자마자 그간 억압을 풀어주어 장미가 만발하는 완연한 계절이 되면 장미를 꼭 눈에 담아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봄>이라는 시에서 나무는 왜 매년 머리를 분홍색으로 탈색하고 머리카락을 털어대냐는 표현에 아마 내년 봄에 벚나무를 보면 분홍색으로 까리하게 염색한 벚나무씨를 그려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는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조금 우울하기도 하고, 이별을 한 것처럼도 보이고, 권태기에 놓인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남겨진 몫으로 슬픔을 다 가져갈 테니까 너는 행복하기만 하라고 하는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예전에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남겨졌고 헤어졌고 행복을 빌어줬든 어떻든 결과는 헤어졌는데 뭐. <먼지>라는 시에서 나는 네게 창틀에 낀 먼지였을까. 손으로 만지면 닦아내야 할, 지워져야 할 존재로 그렇게 남은 걸 보면. 이라는 표현에서 내가 생각했던 비슷한 감정을 읽었다. 그 전에는 그렇게 보물 같은 존재이다가 결국엔 추억 속에서 마저도 뽀얀 먼지가 쌓이기도 하고, 그만치 생각의 창에서도 먼지처럼 하찮아지기도 하고, 결국엔 잊혀져야 할 그런 존재가 되고 마는게 또 사랑했던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을 하려고 해도 너무 흐릿하게만 생각나는 사람들이 되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말이다.

시인은 빗소리나 빗물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는데, <빗물>이라는 시에서 어릴 적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와 줄 가족을 기다리던 어린 내가 떠올랐다. 그까짓 비 맞고 돌아다니면 그만인 천둥벌거숭이 시절이었는데도 나도 속으로는 아주 오랫동안 날 데릴러 올 사람을 기다렸고(그랬지만 내색하지 못했으며) 그럼에도 나를 데릴러 올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해서 아련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산에 있는 물기를 툭툭 털어도 내 마음은 그렇게 안털린다는 게 정말 절묘한 표현인 것 같다. 우산에 묻어있는 물방울처럼 축축하고 서글프면서 쭈굴쭈굴한 그런 마음 말이다. 젖은 우산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린다고나 할까. 시인의 우산에는 유독 빗물이 많았다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안맞아도 될 비를 맞고 마음에도 비가 온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하필이면>이란 시는 시의 초반에 하필이면~으로 시작하는 운율감 있는 시라 신선했다. 하필이면 신호가 걸리네, 하필이면 엘베가 내려갔네, 등 좀 푸념을 하는데 나는 사용하는 단어인데, 시인의 손끝에서는 너와 내가 날아가버린 메모의 전화번호까지도 이어져서 만나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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