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센류 걸작선 ㅣ 실버 센류 모음집 3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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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류 걸작선 -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도 재미있는 제목이라서 읽어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이후 센류 걸작선 모음집을 만났다. 일단 센류(川柳)란 무엇이냐면 형식: 5·7·5 음절의 17음으로 구성된 정형시다. 같은 정형시로 하이쿠(俳句)가 있지만 여기는 반드시 계절어가 포함되어야 하고 센류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풍자나 익살이 특색이다. 그래서 훨씬 더 위트있다.

일본의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2001년 딱 한 번만 하기로한 공모전이 전폭적 인기로 계속 진행되었단다. 이후 20여년간 공모전에서 모인 센류의 편수가 바로 210,000수 였다. 그 중에 엑기스를 엄선해 시대별로 나눈 100수를 담은 책이 바로 <일본 센류 걸작선>이다.

나의 경우 재미있게 읽은 여러 편이 있지만 <귀가 어두워/ 보이스 피싱범도/ 두 손 들었다>가 너무 재미있었다. 비슷한 편으로 <보이스 피싱범/ 상대하고 싶을 만큼/ 무료하구나> 할 일이 없어서 보이스피싱범이라도 상대해 주고 싶다는 작품이었다. 최근 운동하면서 노래 가사가 왜이리 괴롭냐 하고 들었던 것이 있었다. <억눌린 시간>이라니 꽤나 데이트 폭력적인 가사로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오늘 이 시간> 이었다. 이것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하겠구나 했는데, 센류와 함께 흘려보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누구나 변한다. 변화한다. 그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시대별로 묶여 있어서 그런데, 초반부는 굉장히 당시 젊은 인재들이 센류를 많이 응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입상자들과 함께 작가들의 나이도 60에서 90까지 다양하게 증가했다. 책에 친절하게 원어 표기가 같이 되어있는데, 정형시의 경우 운율이 중요할 것이라 내가 일본어를 안다면 같이 낭독해보는 기쁨을 느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일본어 잘하는 사람에게 가져가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센류는 낭독을 요청해보려고 한다. 물론 그 전에 인공지능에게 물어봐야겠지만. 일본어 공부를 할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여행 마니아/ 안 가본 곳이라곤/ 저승뿐이네> 라는 시에서는 누구나 알고있는 보편적 사실도 굉장히 시적으로 표현했다. 알고 가볼 수는 없겠지만, 간다고 하면 알려줄 수도 없겠지만.

<유언장 썼다고/ 안심했더니/ 장수해버렸다>라는 시는 굉장히 일본적 정서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대비하니까 홀가분해져서 더 장수의 비결이 된 것일까.

글씨 크기도 커서 독서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부모님께 선물하기도 좋고, 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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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설계하라 - 40대에 만드는 생애재정표
가장주부 지음 / 비버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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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설계하라 40대에 만드는 생애재정표 - 가장주부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일단 필명이 마음에 든 작가다. 실제로는 남편과 아내가 번갈아 가며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40대가 되었다면 인생에서 미래라는 말이 주는 부담을 불안을 통제하는 쪽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 시작에는 나를 잘 알 수 있는 돈의 흐름을 통해 <생애재정표>를 만드는 것에 있다. 작가들은 실제로 엑셀로 정리를 해보면 통제 가능한 불안과 아닌 것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또한 자신의 재정표에 100세 기준으로 한다면 40세에 딱 시작한다고 해도 그려넣을 칸이 60개 뿐이라는 것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질 것이라 했다.

나의 경우에는 60개보다는 좀 더 적게 그리게 되겠지만 일단 내가 은퇴할 시기를 내가 정할 수 없다는 점 부터가 작가들과의 갭차이로 이어졌다. 작가는 연금소득과 근로(사업)소득의 공백기를 연금 크레바스기라고 불렀다. 남편의 경우 대기업 다녀서 55세를 정년으로, 아내의 경우에는 공무원으로 60세를 지정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 이라고 *소라고 불리는 기업에 다니는 고용불안 사무직 근로자는 연금크레바스를 산정할 수도 없었다. 다급해졌다. 이런 재정 상태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았다니 말이다.

이런 부분은 당장 지금 회사에서 나가게 된다면 하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계기도 되었지만, 앞으로 다시 뭘 해야하는 지에 대한 생각과 월급 이외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남들은 다들 더블인컴인데 이정도 계획을 세우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하면서 말이다.

나역시 나라는 1인가구의 가장이며 주부이다. 내가 지금 할애해서 사용하는 비용이 투자금에서 복리로 활용된다면 얼마나 큰 자산차이로 이어질지 대신 시뮬레이션 해주어 좋았다. 냉정한 분석을 통해 리먼사태 이후 불황설에 대비했고, 전기 자동차 등의 섹션에서 투자성공을 이뤘다고 한다.

생각보다 장년층을 지나가면 자녁의 학비 대신 부모님 돌봄비가 크게 늘어나서 생각만큼 지출이 줄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들은 지출에 대한 베이스는 3개월 동안의 영수증을 탈탈 모아서 철저하게 지금의 소비(생활비 분석)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결국 돈이 아니라 삶을 운영하는 법도 크게 불안하다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부터 현실직시를 해야한다는 것이 좋았다. 내 역량, 앞으로의 예상 수입, 예상 지출, 어떤 방법으로 투자를 실현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생길지 등등 말이다. 내게도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는지 분석부터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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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우울 - 25년차 정신과 전문의가 처음으로 정의한 반우울 심리학
다이라 고겐 지음, 곽범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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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우울 - 다이라 고겐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반우울>은 ‘이름 붙이기’가 얼마나 큰 위로이자 출발점이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막연한 불안은 사람을 더 깊이 잠식하지만, <반우울>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된다. 또한 우울증으로 가기 전에 알아챈다면 조금 더 빠른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일상의 회복은 계단식이라는 것도 기억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과잉 자극 (끊임없는 알림, 비교, 정보의 홍수)속에서 지쳐가는 마음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구조적 피로로 설명한다. 원시인이 지금 현대인을 보면 참 힘들게 사네 하고 말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특히 책임감, 인내심 같은 ‘미덕’이 오히려 사람을 소진시키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끝없이 일을 떠안고, 스스로의 한계를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마음의 경고 신호를 지워버린다. 오늘도 퇴근하고 나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업무 때문에 다시 회사에 가서 야근했다. 이 정도의 강박이면 역시나 일상생활에 여유를 두지 못하고 있다고 절감한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반우울 체크리스트에서 10개가 해당했다. 나를 너무 몰아붙였고,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태이며 일상 유지도 버겁고,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또한 ‘휴식’에 대한 정의를 바꾸는 부분이 특히 와 닿는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소비하며 뇌를 계속 자극한다. 저자는 진짜 휴식이란 세로토닌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줄이고, 고요함 속에 머무는 것이라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결코 게으름이 아니라는 설명은 오히려 적극적인 회복 행위로서의 휴식을 재인식하게 만든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세로토닌 방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이다. 그중 <짜증나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화장실에서 휴지에 써서 물에 내려버린다>는 방식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굉장히 일본적인 정서가 느껴져 인상 깊었다. 약간 괴기스런 살생부를 적는 법처럼 느껴지지만, 감정을 외부로 배출한다는 점에서는 꽤 실용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싫은 사람의 이름을 적기 위해 펜을 들고 가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큭큭댔다. 이 생각만 하는 것도 굉장히 환기가 되더라.

또 하나 재미있었던 지점은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밈이 의외로 과학적이었다는 것이다!! 세로토닌의 원료는 트립토판,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은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에서 만들어진다. 즉, 단백질 섭취가 실제로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이 책은 반우울을 단순한 <우울 직전 상태>로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무리하게 달려온 방식이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묻는다.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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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영끌은 무섭고 전세금 올려주긴 지쳐서, 실거주 한 채 샀습니다만
소나우우유(김진석)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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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영끌은 무섭고 전세금 올려주긴 지쳐서, 실거주 한 채 샀습니다만 - 소나무우유(김진석)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부동산 특히 <집>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의 본심이 드러난다. 내가 아는 결혼을 앞둔 커플은 집 문제로 결국 파혼까지 갔다. 신부는 대출을 최대한 끌어 더 나은 입지를 원했고, 신랑은 안정적인 범위 안에서 시작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싱글이든, 부부든, 예비부부든 <집>에 대한 시각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맞닿아 있는 첨예한 문제다. 그래서 이 책이 초반부터 집을 사기 전 자신의 정체성을 점검하라고 말하는 지점이 인상 깊었다. 어떠한 부동산 책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부분이다.

책의 초반부는 의외로 <나>를 들여다보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내가 원하는 집을 사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이나 입지 분석 이전에 <개인>, <돈>, <부동산>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 신선했다. 일종의 리포트를 작성하게 하는데, 처음에는 MBTI 같은 질문들이 집을 사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소비 성향, 리스크 감내 수준,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돈을 쓰는데 있어 도전형인지 안정 추구형인지 같은 요소들이 결국 선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에 가족 부양 계획, 고정지출, 직장 연차를 통한 소득 지속 가능 기간까지 점검하게 하면서 굉장히 현실적인 프레임을 제시한다. 결국 돈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으니까. 돈을 마련하고 끌어모으는 것, 빌려오는 것 까지 재무능력에 포함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집값을 감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만든 공식이다. <구매 가능한 집값 = 종자돈 × 배수>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조인데, 이 배수는 LTV에 따라 달라지고, 결국 LTV는 개인의 연봉과 매수하려는 집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막연히 “될 때까지 대출”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계산하게 만든다.

1인 가구 입장에서 디딤돌 대출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점, 대신 보금자리론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부분도 유용했다. 미혼이어도 연봉 7천 이하라면 가능하고, 주택 가격은 6억 이하라는 조건을 기억하자.

또한 현재 시장 상황에서 1인 가구는 갭투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추가 매수보다는 상급지나 대장 아파트로 <똑똑한 갈아타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1인 가구이기에 이 부분을 가장 집중해서 읽었고, 막연한 투자 욕심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예비부부라면 혼인신고 시점에 따라 대출 조건과 세금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감정이 아니라 손익 계산으로 접근하라는 점도 꽤 냉정하지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임장에 대한 파트도 실전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임장을 단순한 동네 산책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왜 반드시 발품을 팔아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첫 단계는 낮과 밤 두 번 방문해 동네의 <민낯>을 확인하는 것, 두 번째는 부동산에 직접 들어가 정보를 얻는 것이다. 특히 기 센 소장님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질문하는 태도, 네이버 부동산만 보다가 좋은 매물을 놓치는 이유, 믿을 수 있는 중개사를 고르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같은 질문에 휘둘리지 않고 대화를 주도하는 법이나, 급매가 나오면 먼저 연락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팁까지 현실감이 살아 있다. 결국 좋은 집은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움직이는 사람에게 온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남는다. 내가 살 집을 클릭만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 책은 단순한 부동산 투자서라기보다,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묻는 안내서에 가깝다. 숫자와 제도, 전략을 다루면서도 출발점은 언제나 <나>라는 점에서, 집을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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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인간
신은영 지음 / 자상한시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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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인간 - 신은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인간을 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면 이용해 볼 생각인지 궁금하다. 실제로 소설과는 다르지만 역할대행도 아니고 정말 <나>라는 사람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일본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당연히 <렌탈인간>처럼 렌탈을 신청한 인간의 삶을 잠식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같이 있어 주는 정도의 용도다. 그래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여 그런 서비스라도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과 니즈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등장하는 주하는 지하철에서부터 남편에게 전화를 걸 때까지 사사건건불만 투성이다. 시어머니도, 남편도, 자식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워킹맘으로서 힘든 하루를 살고 있지만 일터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느낌을 정말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내가 워킹맘이 아니라 이 부분이 과장인가 싶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라 기억난다. 엄마라는 이유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퇴근하기를 염원하던 그녀들을 보았다. 주하는 집에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집이 다른 가족들에게서처럼 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들인 건우와 잠깐 이야기를 하는 통에 얻은 <렌탈인간>이라는 사이트. 어느 누가 댓가도 없이 그것도 원하는 사람을 적시에 내려주겠는가. 처음에 배달되어 온 주하의 아내는 밥도 잘차리고 투정도 없다. 아들을 살뜰히 챙기고, 남편이 술취하면 꿀물도 타준다. 그러는 동안 가족 사이의 관계가 집안일의 무게 때문에 어그러졌다고 생각한 주하는 어깨춤을 추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날개를 달기위해 해외 파견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그러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내 자리가 좁아진 것 같은 묘한 불편감을 느낀다.

상민은 잘 다니던(본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지만) 회사를 나와서 치킨집을 망하고 중국집을 차렸다. 상민은 주하의 남편이다. 이제는 배달원까지 런을 치더니 홀 직원에게서 <렌탈인간>을 소개받는다. 그의 소망은 내 일을 대신해줄 성실한 배달원이다. 자신이 일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사업체는 사장님들이 늘 원하는 큰그림인데, 이건 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가족의 소원함 속에서 건우와 친구 태영에게도 렌탈인간에 대한 욕망은 피어오른다. 10대라고 자신의 힘겨움을 대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앞서 어른들은 그나마 자신의 부분만 원했다면 어린 친구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는게 문제다.

나 역시도 돈은 나 대신 머털도사의 분신술처럼 도플갱어가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역시 인간을 렌탈한다는 생각은 잊어야 겠다.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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