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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인간
신은영 지음 / 자상한시간 / 2026년 4월
평점 :

렌탈인간 - 신은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인간을 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면 이용해 볼 생각인지 궁금하다. 실제로 소설과는 다르지만 역할대행도 아니고 정말 <나>라는 사람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일본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당연히 <렌탈인간>처럼 렌탈을 신청한 인간의 삶을 잠식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같이 있어 주는 정도의 용도다. 그래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여 그런 서비스라도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과 니즈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등장하는 주하는 지하철에서부터 남편에게 전화를 걸 때까지 사사건건불만 투성이다. 시어머니도, 남편도, 자식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워킹맘으로서 힘든 하루를 살고 있지만 일터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느낌을 정말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내가 워킹맘이 아니라 이 부분이 과장인가 싶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라 기억난다. 엄마라는 이유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 퇴근하기를 염원하던 그녀들을 보았다. 주하는 집에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집이 다른 가족들에게서처럼 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들인 건우와 잠깐 이야기를 하는 통에 얻은 <렌탈인간>이라는 사이트. 어느 누가 댓가도 없이 그것도 원하는 사람을 적시에 내려주겠는가. 처음에 배달되어 온 주하의 아내는 밥도 잘차리고 투정도 없다. 아들을 살뜰히 챙기고, 남편이 술취하면 꿀물도 타준다. 그러는 동안 가족 사이의 관계가 집안일의 무게 때문에 어그러졌다고 생각한 주하는 어깨춤을 추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날개를 달기위해 해외 파견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그러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내 자리가 좁아진 것 같은 묘한 불편감을 느낀다.
상민은 잘 다니던(본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지만) 회사를 나와서 치킨집을 망하고 중국집을 차렸다. 상민은 주하의 남편이다. 이제는 배달원까지 런을 치더니 홀 직원에게서 <렌탈인간>을 소개받는다. 그의 소망은 내 일을 대신해줄 성실한 배달원이다. 자신이 일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사업체는 사장님들이 늘 원하는 큰그림인데, 이건 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가족의 소원함 속에서 건우와 친구 태영에게도 렌탈인간에 대한 욕망은 피어오른다. 10대라고 자신의 힘겨움을 대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앞서 어른들은 그나마 자신의 부분만 원했다면 어린 친구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는게 문제다.
나 역시도 돈은 나 대신 머털도사의 분신술처럼 도플갱어가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역시 인간을 렌탈한다는 생각은 잊어야 겠다.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나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