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우울 - 25년차 정신과 전문의가 처음으로 정의한 반우울 심리학
다이라 고겐 지음, 곽범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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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우울 - 다이라 고겐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반우울>이름 붙이기가 얼마나 큰 위로이자 출발점이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막연한 불안은 사람을 더 깊이 잠식하지만, <반우울>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된다. 또한 우울증으로 가기 전에 알아챈다면 조금 더 빠른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일상의 회복은 계단식이라는 것도 기억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과잉 자극 (끊임없는 알림, 비교, 정보의 홍수)속에서 지쳐가는 마음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구조적 피로로 설명한다. 원시인이 지금 현대인을 보면 참 힘들게 사네 하고 말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특히 책임감, 인내심 같은 미덕이 오히려 사람을 소진시키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끝없이 일을 떠안고, 스스로의 한계를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마음의 경고 신호를 지워버린다. 오늘도 퇴근하고 나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업무 때문에 다시 회사에 가서 야근했다. 이 정도의 강박이면 역시나 일상생활에 여유를 두지 못하고 있다고 절감한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반우울 체크리스트에서 10개가 해당했다. 나를 너무 몰아붙였고,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태이며 일상 유지도 버겁고,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또한 휴식에 대한 정의를 바꾸는 부분이 특히 와 닿는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소비하며 뇌를 계속 자극한다. 저자는 진짜 휴식이란 세로토닌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줄이고, 고요함 속에 머무는 것이라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결코 게으름이 아니라는 설명은 오히려 적극적인 회복 행위로서의 휴식을 재인식하게 만든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세로토닌 방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이다. 그중 <짜증나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화장실에서 휴지에 써서 물에 내려버린다>는 방식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굉장히 일본적인 정서가 느껴져 인상 깊었다. 약간 괴기스런 살생부를 적는 법처럼 느껴지지만, 감정을 외부로 배출한다는 점에서는 꽤 실용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싫은 사람의 이름을 적기 위해 펜을 들고 가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큭큭댔다. 이 생각만 하는 것도 굉장히 환기가 되더라.

또 하나 재미있었던 지점은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밈이 의외로 과학적이었다는 것이다!! 세로토닌의 원료는 트립토판,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은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에서 만들어진다. , 단백질 섭취가 실제로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이 책은 반우울을 단순한 <우울 직전 상태>로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신호로 해석한다. 무리하게 달려온 방식이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묻는다. 적극적으로 쉬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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