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오사카 - 교토·고베·나라, 2025~2026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황성민.정현미 지음 / 한빛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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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오사카(2025~2026) - 황성민, 정현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일 먼저 가보고 싶던 일본 도시가 오사카였는데, 아직도 다녀오지 못했다. 왜일까 뭔가 도쿄처럼 넓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꼭 교토처럼 지방도시를 묶어서 다녀와야만 뽕을 뽑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만난 책이 오사카 여행도서의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꽤 많은 부분이 변화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말에서도 아날로그를 따르는 일본에서도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하던데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오사카의 교통카드인 <이코카>가 아이폰의 경우 모바일 카드로도 등록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아이폰 유저에게는 희소식일 것 같다. 대신 모바일로 이코카를 등록해버리면 실물 카드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니 자신의 필요에 따라 등록 유무를 지정하면 좋겠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오사카 교통패스권 전문으로 한 저자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 책이라는 점이다. 교통 그리고 먹거리가 이 책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오사카의 많은 패스들이 있고 그 유명한 주유패스를 산다면 어떤 곳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지 (심지어 무료가능 이용시간까지) 자세히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숙박지와 교통의 요지로 유명한 우메다와 난바의 상세도도 보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아마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유용한 페이지를 찍으라고 한다면 우메다의 모든 전철 출구와 사철까지 등록해놓은 <헬메다>완전정복 페이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일 어려운 곳은 신주쿠인줄 알았는데 지도상의 노선이 다른 6개의 역을 보는 순간 이걸 숙지하고 가야 우메다에서 울지 않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사카에 간다면 그 어떤 페이지보다도 이 페이지는 따로 보관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책을 통해 오사카성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고나니 천수각이 조금 가기 싫어졌지만 그래도 금빛 다실이나 전국을 통일한 천민의 승리를 봐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었다. 오사카성의 경우 천수각을 보면 2~3시간, 둘러보지 않는다면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천수각을 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둘러보고 싶은 곳은 직장인들의 맛집이 모여있는 JR오사카역 앞에 있는 1~4번 빌딩인 오사카 에키마에 빌딩 지하 식당가다. 맛이 없는 가게는 바로 퇴출될 정도라니 어느 곳을 가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지인들 틈바구니에서 먹는 한끼 점심이 기대된다.

수족관 구경도 좋아하는데 오사가 북부와 베이에 갈만한 곳이 2군데나 있더라. 특히 지하철 오사카코역에서 갈수 있는<카이유칸>의 경우 전시방법이 독특하다고 한다. 각각의 수조가 아니라 8층에서 4층까지 한 개의 수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선형 통로를 따라서 심해를 탐험하듯이 관람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어딜 가든 수족관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빼놓지 않고 들러야겠다.

일본 하면 온천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역시 보너스 페이지에서 발견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즐겨 찾았다는 <아리마 온천>도 놓칠 수 없는 나 같은 온천 덕후에게는 좋은 정보였다. 우메다 한큐 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시간은 1시간 이상이다. 적갈빛의 온천, 탄산천, 투명한 온천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료칸에, 당일입욕만을 원한다면 킨노유 온천이라는 시영온천을 저렴하게 다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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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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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 정우철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지금 제일 핫한 전시라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빈분리파의 그림들인 <비엔나 1900>이 있겠다. 나도 2월 말까지인 전시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서 예매했다. 이 전시를 예약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나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만난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은 작가인 정우철 도슨트가 작가별로 묶어서 작가의 인생을 한편의 스토리텔링으로 드라마처럼 보여준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 챕터에 묶일까 싶었던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킥일 것이다.

특히 이중섭과 모딜리아니가 사랑에 대한 관점을 향유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이중섭의 시대상과 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 말년에 그려진 황소들의 터치를 보니 이야기를 듣기 전과 후의 감정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 혹은 피 묻은 소의 마음 등 파괴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절망에 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고 생각하니 거침 속의 울분이라는 느낌을 잘 알겠더라.

반대로 에곤 실레의 이루어지지 못한 <가족>이라는 작품은 이루어지고 싶었던 그의 밝은 꿈이었다는 것에서 무척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 에곤 실레의 기괴한 선 사이에서 앞으로의 행복을 꿈꾸는 따뜻한 모습이었는데 결국 이루어 질 수 없었다니...

지금 중년이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러나 78세에 붓을 들어서 기존에 색칠하는 것을 좋아했던 <애나 메리 모지스>가 화가가 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남들이 나이 들어서 이제야 뭘하냐고 하던 말던 자신의 열망대로 움직이는 것이 사람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보니 빌레로이 보흐의 그릇에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 같아서 귀엽더라. 예전 본인이 살던 고향과 사람들을 그려놓은 그림들인데 따뜻함이 느껴졌다. 101세에 타계하면서 1600여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하니 80가까이에서라도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확실히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는 것 같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화가도 있었다. 뭉크와 같이 묶인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였다. <베를린 거리 풍경>의 그림을 보면 사람들의 얼굴이 간단하지만 묘하게 읽히는 표정이었다. 거만, 무시, 차가움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느낀 소감은 남자고 여자고 드랙퀸 같은 얼굴 묘사라고 해야할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정신질환을 얻었다. 그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화가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평화로운 시대를 만났다면 그의 그림 속 사람들도 좀 더 온화한 표정이지 않았을까.

초반에 들었던 노란 옷의 관객처럼 따뜻한 그림을 보고 내 속은 이렇게 피눈물이 나는데 이렇게 밝은 그림을 봐야할까 싶을 때도 있을거다. 그렇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림을 그렸던 그 화가도 있는 힘껏 인생의 격동에서 찰나의 행복을 끌어낼 것일 수도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인상 못지 않게 그들의 스토리를 이해함으로 감상폭이 더 넓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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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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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수명 루하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루하서 작가의 전작인 <밤이슬 수집사, 묘연>에 이어 두 번째다. <타인의 수명>은 갑자기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수명을 측정해주는 수명측정기가 나온 세상의 일이다. 이 수명측정기가 단순히 남아있는 내 생명의 시간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한 수명연장 시대를 가져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작에서도 계약서에 대해 꼼꼼히 읽으라는 가르침을 주었던 작가기에 수명측정기의 설명방법과 수명을 나눠주는 법에 대한 부분을 꼼꼼히 읽었다. 입양 받은 사람은 나눔은 받을 수 있지만, 입양자가 수양부모에게 줄 수는 없다. 입양을 핑계로 사람의 수명을 갈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생명을 받는 사람은 평생 3번까지 가능하지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은 평생에 딱 한 번 뿐이다. 아마 이 대전제가 도훈과 세희의 삶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봤던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오대수는 본인이 한 예전의 구업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오지만 도훈은 왜 이런 소용돌이에 빠져야만 했을까. 각자의 사랑이 사람들을 파멸로 이끈걸까.

사람과의 오해는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것 보다도 결국 물어봐야 알 수 있는게 아닌가 한다. 물론 거기에도 하얀 거짓말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만 자신의 남은 날이 얼마 없다고 해서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을 깨부숴야만 속이 시원한 사람은 무슨 심보란 말인가....

일단 여러 주인공 중에서 제일 이해가 안가는 것은 차세희다. 일단 오해를 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떠난 캐릭터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또 한 명의 자식을 낳고 버리는 것은 무슨 경우지? 이걸 도저히 내 기준에서는 이해해보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이해가 되지 않는 주인공은 메인 캐릭터인 백도훈이다. 의지할 곳이 없어서 친구와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또 가연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은유의 곁에 두고 싶어서 부인으로 삼는 것은 또 무엇인가. 내가 제일 아끼게 된 캐릭터는 의아하게도 가연이었다.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곁에 있고자 거짓말까지 해야했던 사람. 벗어나고 싶었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났는데 생각보다 새로 이룬 가정에서 나의 쓸모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사람. 그녀 나름대로 고군분투 하다가 결국은 본인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챈 모습이 가여웠다. 너무 나를 투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증오하던 사람이 생의 마지막에 한 일이 나를 위해서였다는 오해가 특히 그랬다.

결국 이야기의 오랜 오해는 풀린다. 은유의 안타까운 사연도 복수극의 수명이 돌고 돌아 은유에게로 갈 예정이다.

이야기의 시대처럼 진짜 수명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다들 오래 살기 위해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게 될까. 아니면 체념하고 될대로 되라의 삶을 사는 사람이 많을까 생각해보게 되더라. 일단 건강관리는 어느 정도의 노년이 보장된 사람들일테고, 아몰랑 시전하는 사람들은 시한부를 판정받은 사람이겠지. 상상이지만 지금 측정하면 나는 얼만큼의 생이 남은걸지, 혹시라도 내가 수명을 나눠줘야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나눔수술에 동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혹시 돈 때문에 팔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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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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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김지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달달북다 시리즈가 6권이 나왔다. 6권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짧지만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집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지나가는 것들>은 줄거리도 있을 법 하고,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큭큭거리며 읽었다.

연애시장에서 내가 살이 좀 찐 거 같아 안팔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남들은 어플한번 돌리지 않고 진짜 자연스럽게 연애를 잘만 이어가는데 나는 애인이랑 헤어졌다는 생각을 할 때. 심지어 진짜로 헤어지자는 단락 없이 어영부영하게 되어서 본인도 아리송 하기까지 할 때. 쇠락해가는 지방에서 친했던 사람들은 전부 서울로 갈 때. 사람을 만났는데 쎄해서 도망가라는 촉이 왔지만 어영부영 체면 때문에 일어나지 못했을 때 들이 그랬다. 소설에서 지수는 물론 쌍욕을 박고(마음 속으로) 실제로는 방금 나온 꿔바로우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없는 살림에 애인은 아니더라도 한 동네 사는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류와의 교류에서 그렇게까지 미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은 이러한 평판까지 신경을 쓰기 때문 아닐까. 그와 별개로 미용실에서의 스몰토크 등에서 갑자기 커밍아웃을 하면서 나의 이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물어보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는 데에서는 현대인과 퀴어의 고독까지 함께 느껴지곤 했다.

앞서 말한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나의 동질감과는 별개로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앱을 돌려 퀴어 지망생일지도 모르는 영경과 만난다.(성 정체성을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뜻에서 지수의 지인들의 대화에서 차용) 사마귀를 괴롭히는 영경. 사마귀 같은 자세를 취하는 여자애를 사랑할 지는 몰랐다는 지수가 주인공이다. 거기에 지수가 어릴 적 봤던 상 부치언니 같지만 지금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사는 <지희 언니>에 대한 소회도 같이 시작된다.

영경은 특별히 촉이 좋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고양이 우유와 살고, 대학에 다닌다.

지수가 영경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무인도에 남아있는 나를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정을 붙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말이 또 서로의 사랑이 엇나가는 모습인 걸 확인해버렸다면, 이 역시 둘에게 지나가는 것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미부여를 했는지 모르겠다. 겨울이라 그럴까.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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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반항, 분노, 사랑, 열정을 품은 스페인의 화가와 작품들
이안(iAn)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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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이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보통 유럽에서 미술관 투어를 좀 다녀왔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치중되어 있다. 나도 프랑스에서 제일 미술관을 많이 가기도 했었고 일단 루브르가 어나더 레벨이기 때문에 갖는 생각일 것이다. 스페인은 살면서 딱 한 번 그것도 바르셀로나만 다녀왔다.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 가우디 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까사 밀라, 까사 바트요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히나 다들 건물이나 경치구경으로 마드리드를 짧은 일정으로 다니던데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를 통해서 마드리드만 3개의 보고 싶은 미술관이 생겨버렸다. 그것도 3곳이 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전략적인 위치까지 가지고 있다고.

이번 책은 미술 전공자가 집필하기도 했고, 많은 미술사 책을 사서 봤지만 매우 알차다. 모름지기 그림을 설명해주는 책이라면 그 원화가 실려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현대미술 같은 경우는 저작권이 어마어마해서 조금 힘들 수 있다지만 확실히 미술사에 대한 책은 그림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실제로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설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나도 직접 그림을 보면서 만나는 그 느낌으로 그 작품을 더 알고 싶은지 아닌지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품이라서 꼭 봐야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전시회의 주연이 아닌 작품들 중에서 내 맘에 쏙 드는 작품을 고르는 것에 더 희열을 느낀다. 작가양반도 그런 듯 해서 동지 같아서 반가웠다.

일단 두툼하고 스페인 느낌이 나는 작품들도 많았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3 작품 중에서 스페인 하면 이걸 보러간다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 있다. <시녀들>은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중이다.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스가 어린 마르가리타 왕녀와 왕과 왕비 그리고 자신까지 집어넣은 그림이다.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리는 자신을 실제로는 더 크게 그린 신기한 그림이기도 하다.

삼등분한 표지 제일 왼쪽의 그림은 프라도 미술관의 이영애라고 불리는 <아말리아, 빌체스 백작부인>이다. 화가는 페데리코 마드라소다. 이 그림도 무척 복스러운 귀부인을 잘 그려냈다. 그렇지만 나는 이 그림과 같이 소개된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서덜랜드 공작부인 밀리센트의 초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오만하게 내려다 보는 듯한 강한 선을 느끼해 해 주는 표정과 분수에 손을 올리고 있는 당당한 자세가 마음에 든다. 이와 별개로 이 책을 통해 만나본 작품 중에 제일 짜치고 짠하게 마음에 와닿는 그림이 있었다. 이는 같은 작가의 <베네치아의 양파 장수>. 처음에는 그림까지만 보고 작가 이름은 생소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재독하면서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고 나 이런 그림 좋아하네! 라는 취향을 재발견 할 수 있었다. 정말 양파를 파는 소녀(라고 하기도 뭐한 생활에 찌든 표정)이 야근하고 있는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는 듯 했다. 현대인에게도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듯이 저 소녀에게도 물러터지기 전에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양파가 있었을 것이다. 내 상상속의 소녀는 모델 서주고 나면 오늘의 양파는 다 사주시는 거죠? 약속 지키실거죠? 하는 삶의 무게와 질문이 둥둥 떠다녔다.

이외에도 고흐의 잘 보지 못했던 그림이나, 호안 미로 등 여러 명작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 스페인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여기에 있는 명작들을 위해서라도 마드리드에 3일 이상은 머물러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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