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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반항, 분노, 사랑, 열정을 품은 스페인의 화가와 작품들
이안(iAn)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 - 이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보통 유럽에서 미술관 투어를 좀 다녀왔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치중되어 있다. 나도 프랑스에서 제일 미술관을 많이 가기도 했었고 일단 루브르가 어나더 레벨이기 때문에 갖는 생각일 것이다. 스페인은 살면서 딱 한 번 그것도 바르셀로나만 다녀왔다.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 가우디 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까사 밀라, 까사 바트요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히나 다들 건물이나 경치구경으로 마드리드를 짧은 일정으로 다니던데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를 통해서 마드리드만 3개의 보고 싶은 미술관이 생겨버렸다. 그것도 3곳이 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전략적인 위치까지 가지고 있다고.
이번 책은 미술 전공자가 집필하기도 했고, 많은 미술사 책을 사서 봤지만 매우 알차다. 모름지기 그림을 설명해주는 책이라면 그 원화가 실려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현대미술 같은 경우는 저작권이 어마어마해서 조금 힘들 수 있다지만 확실히 미술사에 대한 책은 그림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실제로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설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나도 직접 그림을 보면서 만나는 그 느낌으로 그 작품을 더 알고 싶은지 아닌지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품이라서 꼭 봐야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전시회의 주연이 아닌 작품들 중에서 내 맘에 쏙 드는 작품을 고르는 것에 더 희열을 느낀다. 작가양반도 그런 듯 해서 동지 같아서 반가웠다.
일단 두툼하고 스페인 느낌이 나는 작품들도 많았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3 작품 중에서 스페인 하면 이걸 보러간다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 있다. <시녀들>은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중이다.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스가 어린 마르가리타 왕녀와 왕과 왕비 그리고 자신까지 집어넣은 그림이다.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리는 자신을 실제로는 더 크게 그린 신기한 그림이기도 하다.
삼등분한 표지 제일 왼쪽의 그림은 프라도 미술관의 이영애라고 불리는 <아말리아, 빌체스 백작부인>이다. 화가는 페데리코 마드라소다. 이 그림도 무척 복스러운 귀부인을 잘 그려냈다. 그렇지만 나는 이 그림과 같이 소개된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서덜랜드 공작부인 밀리센트의 초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오만하게 내려다 보는 듯한 강한 선을 느끼해 해 주는 표정과 분수에 손을 올리고 있는 당당한 자세가 마음에 든다. 이와 별개로 이 책을 통해 만나본 작품 중에 제일 짜치고 짠하게 마음에 와닿는 그림이 있었다. 이는 같은 작가의 <베네치아의 양파 장수>다. 처음에는 그림까지만 보고 작가 이름은 생소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재독하면서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고 나 이런 그림 좋아하네! 라는 취향을 재발견 할 수 있었다. 정말 양파를 파는 소녀(라고 하기도 뭐한 생활에 찌든 표정)이 야근하고 있는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는 듯 했다. 현대인에게도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듯이 저 소녀에게도 물러터지기 전에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양파가 있었을 것이다. 내 상상속의 소녀는 모델 서주고 나면 오늘의 양파는 다 사주시는 거죠? 약속 지키실거죠? 하는 삶의 무게와 질문이 둥둥 떠다녔다.
이외에도 고흐의 잘 보지 못했던 그림이나, 호안 미로 등 여러 명작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 스페인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여기에 있는 명작들을 위해서라도 마드리드에 3일 이상은 머물러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