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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ㅣ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평점 :

지나가는 것들 – 김지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달달북다 시리즈가 6권이 나왔다. 그 6권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짧지만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집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지나가는 것들>은 줄거리도 있을 법 하고,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큭큭거리며 읽었다.
연애시장에서 내가 살이 좀 찐 거 같아 안팔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남들은 어플한번 돌리지 않고 진짜 자연스럽게 연애를 잘만 이어가는데 나는 애인이랑 헤어졌다는 생각을 할 때. 심지어 진짜로 헤어지자는 단락 없이 어영부영하게 되어서 본인도 아리송 하기까지 할 때. 쇠락해가는 지방에서 친했던 사람들은 전부 서울로 갈 때. 사람을 만났는데 쎄해서 도망가라는 촉이 왔지만 어영부영 체면 때문에 일어나지 못했을 때 들이 그랬다. 소설에서 지수는 물론 쌍욕을 박고(마음 속으로) 실제로는 방금 나온 꿔바로우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없는 살림에 애인은 아니더라도 한 동네 사는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류와의 교류에서 그렇게까지 미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은 이러한 평판까지 신경을 쓰기 때문 아닐까. 그와 별개로 미용실에서의 스몰토크 등에서 갑자기 커밍아웃을 하면서 나의 이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물어보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는 데에서는 현대인과 퀴어의 고독까지 함께 느껴지곤 했다.
앞서 말한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나의 동질감과는 별개로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앱을 돌려 퀴어 지망생일지도 모르는 영경과 만난다.(성 정체성을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뜻에서 지수의 지인들의 대화에서 차용) 사마귀를 괴롭히는 영경. 사마귀 같은 자세를 취하는 여자애를 사랑할 지는 몰랐다는 지수가 주인공이다. 거기에 지수가 어릴 적 봤던 상 부치언니 같지만 지금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사는 <지희 언니>에 대한 소회도 같이 시작된다.
영경은 특별히 촉이 좋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고양이 우유와 살고, 대학에 다닌다.
지수가 영경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무인도에 남아있는 나를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정을 붙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말이 또 서로의 사랑이 엇나가는 모습인 걸 확인해버렸다면, 이 역시 둘에게 지나가는 것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미부여를 했는지 모르겠다. 겨울이라 그럴까.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