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지금당장 2
매튜 맥케이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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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매튜 맥케이 외 6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표지부터 살벌하다. 키보다 커다란 선인장 옆에 누가 봐도 냉수마찰 중인 선인장 가시에 찔린 여자가 있다. 확실히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화르륵 불타오른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찬물을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을 따라서 선인장 가시같이 따가운 마음들이 쓸려 내려가고 있다. 결국 분노라는 감정을 평생 억누를 수는 없다.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니 나에게서 분노가 일어나는 기미를 빨리 알아채고 분노를 가라앉히고 현명하게 화내는 방법이 중요하다.

책에서 말하는 <분노의 초대장>이 당신에게도 매일 날아오지 않는가? 책의 지침대로 수없이 날아오는 분노의 초대장이 있어도 나는 그것을 거부할 자유가 있다. 쳐내자. 특히 나의 경우에는 속상함과 죄책감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가 나기 직전에 느낀 느낌을 생각해보라는 측면에서 사실로 객관화 해보기가 더 동굴로 들어가거나 자책으로 이어지지 않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에 도움 되었다.

속상함: 남들이 자신을 깎아내리거나 모욕하는 느낌이다. 나를 모욕한다고 느끼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남을 원망하지 않고 분노를 바다로 실어 보내도 내가 보내는 타이밍을 정하는 건데, 참 갈등상황으로 인한 분노는 감정까지 더해져서 컨트롤 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도 생업에서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더 현명하게 화를 컨트롤해야 한다. 기본기는 역시 심호흡! 짧은 시간 자리를 옮기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으며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만병통치약이다. 원망을 붙들고 살면 인생을 망치게 되니 원망하는 사건에 대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더 낭비하지 말자.

또한 분노에는 <갈망>으로 인한 것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화나고 분노하는 갈망에 이어지는 것은 결국 집착 뿐이니 이것도 내려놓기로 하자. 특히 나는 사람에 대한 갈망이 심한 편인데, 받아들이자. 저 사람은 저 사람일 뿐 나와 다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왜저럴까 생각하면 분노하는 것은 나 뿐이다.

마지막으로 내 기분과 생각, 행동은 모두 내 책임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최근 대단히 바쁜 사람과의 미팅에서 그 사람에게 배울만한 점이 바로 이런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당신과의 대화를 하면서 이동하거나 운전하고 싶지 않으니 대화를 종료하고 싶다.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 화를 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시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획득하는 것을 보고 확실히 분노하는 사람이 얻지 못하는 게 많구나 하고 느꼈다. 늘 차분해 져라. 먼저 화르륵 하면 당신의 스코어는 적어진다. 분노는 어디까지나 내 영역이니 실컷 화를 낼지, 분노의 초대가 지나가고 감정이 자연스러워지도록 연습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하루에 얼마나 화를 내는지 사소한 것부터 적어보려고 하는데, 메모지가 가득찰 것 같은가? 이 책으로 도움받길 바란다. 특히 내가 분노하는 포인트 중에 그 뒤에 숨어있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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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라이프 밸런스 - 디지털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가는 101가지 방법
타이노 벤즈 지음, 이은경 옮김 / 책장속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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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라이프 밸런스 - 타이노 벤즈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삶을 균형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알고리즘의 선택과 특별하게 할 것이 없을 때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도 심심하지 않다. 최근 하게 된 업무가 메일 관련이라 언제나 메일 창을 컴퓨터 1번 화면에 띄워놓고 생활한다. 그래서 놓친 메일이 없는지, 제대로 회신을 해줬는지 메일을 관리하는 것에 특히 주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말에도 계속 울려대는 회사 메일알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 주말에는 몸이 회사에 있지도 않은데, 이걸 내가 계속 뱃지 알람으로 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꺼버렸다. 끄는 김에 내 개인메일도 아예 알람기능 같이 삭제해버렸더니 확실히 스마트폰을 보는 횟수가 줄었다. 그렇지만 주중에는 10시간 정도 메일의 알람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책에서 알려준 메일 수신은 10. 2시에 한다는 알림메일을 걸어놨다간 책상을 빼야하니, 이 방법은 해도 되시는 분들만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맛집이나 좋은 풍경을 보면 <이걸 블로그에 올려야겠다>라는 뼛속부터 블로거로 길러진 탓이라 손이 먼저 카메라를 켜고 있다. 어떤 경험을 하면서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싶은 충동이 다른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것인지 과시하고 싶은 것 인지를 잘 들여다 보라고 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과시하고 싶어서 올린다. 새로운 사진이 없으면 이야기를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딜레마인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디톡스가 필요한 거겠지.

책에서는 101 가지의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특히 퇴근 시간 이후에 취침모드를 그냥 설정해버리면서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니 확실히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 인간이란 이토록 형형색색에 매료되는 생물이었구나를 확실히 체감했다.

책을 통해 <덤폰><퍼빙>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다. 덤폰은 스마트폰의 반대인 일반폰을 말하는 것이다. 똑똑이의 반대로 멍청이라고 하다니 외국 사람들은 좀 잔인하네하고 생각했다. 퍼빙은 스마트폰에 팔려 앞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게 되는 행동을 말한다. 서로 시간을 내서 만났는데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나 채팅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나도 가끔 급한 일이 생기면 미안하지만 이렇게 행동했을 때도 있다. 이런 행동 자체가 하나의 단어로 규정되었다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테크라이프밸런스(테라밸)가 필요한지 느꼈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심히 예의와 배려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지금 여기 같이 시간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잠금 서랍에 두고 쉬는 오두막(언플러그드 오두막)은 아마 경치 좋은 곳에서 명상을 하려고 핫한 <템플 스테이>와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확실히 무한히 연결된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물해 주는 물리적이고 확실한 쉼이라 사업 아이템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나도 엄청난 스마트폰 중독자인데, 조금씩 멀어지는 연습을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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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감정 수업 - 21세기 젊은 여성을 위한 생존 심리학
타라 포터 지음, 백지선 옮김 / 또다른우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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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감정수업 타라 포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소녀들이 알아야 할 생존 심리학이라는 느낌의 부제를 가지고 있지만 책은 상당히 심오하다. 애착을 필두로 지금 성인이 되어 자녀를 키우는 여성과 지금의 10대 잘파세대에게는 상당히 다른 환경이 되었다. 현재 영국에서 25년간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는 저자는 많은 내담자들의 사연과 함께 생각해봐야 할 심리학에 대한 개념과 바운더리를 정리해 준다. 초록색으로 각 내담자의 사연과 그에 상응하는 소녀들이 가졌으면 하는 기준과 타협점 등이 제시되어있다.

먼저 <애착>파트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애착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성과 사랑, 감정, 친구 등 관심 가는 파트가 많겠지만, 꼭 제일 먼저 읽어보길 권하고 있다. 애착은 쌍방향이다. 단순하게 눈 맞춤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실험만으로도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아기들이 자라는 동안 오랜 시간 무시, 방임, 해로운 양육 등을 당하면 애착장애가 올 수 도 있다. 나를 믿어주고 안정감을 주는 관계를 동물적으로 알 수 있다. 애착을 형성하는 최적의 시기가 있는데 이는 생후 첫 2년간 따뜻한 돌봄을 받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2살까지면 거의 뭘 잘 모를 때 인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나를 지켜주는지 아닌지에 대한 체득이 이 시기에 된다고 하니 놀랍다.

이후 저자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춤으로 표시하는데, 부모님의 집을 클럽이라고 생각한다던가. 같이 춤을 출 수 있고, 서로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친구들이 더 소중하고 인기를 얻고 싶거나 호감을 얻고 싶어지는 나이가 온다. 인기는 좀 더 권력적인 면, 호감은 더 개인적인 친밀도에 가깝다. 친구와의 관계 형성에서도 요새는 온,오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신 예전과 다르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많은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어 적당한 고립을 느낄 수도, 영원히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낄 수 도 있는 것이 최근이란다. 바로바로 인별그램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에 목말라 할 수 도 있고, 아예 이런 무관심으로도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반부의 외모와 식사 부분에서는 나도 아직 나를 보는 눈이 괜찮은가에 대해 생각했다. 하필이면 오늘 책에 등장한 치아씨드 샐러드 도시락을 먹으며 읽었는데, 얼마나 뜨끔하던지. 최근 소녀들은 계속적으로 많은 이미지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몸이 부적절하게 크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녀들이여 인별그램의 그 인플루언서들은 타고 태어난 것이 더 크오니 자신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거울로 바라보는 축소된 나와 내 시선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보는 내 몸 사이의 이미지의 차이를 받아들이라고 한다. 어차피 뇌는 내 모습을 100% 남들이 보는 것처럼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없다. 가능하면 이분법적이지 않게 먹기를 말이다. 의지력이 없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요요라는 다이어트 이후 퍼펙트 스톰(두가지 이상의 악재가 겹쳐서 더 큰 악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강압적인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자유롭게 먹고, 너무 넘치게만 하지 않는 것. 마지막의 성과 사랑 그리고 매력의 부분에서는 감정적인 성숙과 함께 신체적인 것이 따라와야 하고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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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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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최도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인 최도담은 실제로 공무원이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실업급여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렇게 잘 녹여내는 것도 취재가 아니라 생활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단 책을 끝까지 읽으며 뒤섞이는 이야기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의 반전에 머리가 멍했다. 보통 중간 서사가 있으면 그 이야기가 주축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한 사람의 제로의 세계(영혼으로 돌아다니는 서이안의 이야기)와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책의 시작은 퇴근 시간이 가까운 550분 주안시의 실업급여 팀으로 총을 가지고 들이닥친 복면 강도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이 아주 불친절로 수모를 당해서 보는 창구놈들 죽이겠다고 들어온 것. 처음에는 진짜 총인가 수군거리던 사람들도 이안이 총에 맞고 피를 흘리자 다들 정신이 돌아온다. 정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테드 강연을 보고 왔는가, 왜 강도 주제에 그럴싸한 도덕과 정의에 대해 묻는거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결국 어떤 답을 말하건 간에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건데, 그런 것을 가진다는 게 바로 권력이겠지. 남의 생명을 손에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에게, 공무원놈들은 더 심드렁하다. 그거, 닥쳐봐야 알 것 같은데요 라고. 맞다. 아무리 이야기를 하면 무얼 하나, 내 가족을 죽일건지, 모르는 수십명을 죽일건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없자나.

이런 심각한 트라우마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희진과 호찬의 이야기가 앞으로 이어진다. 내가 일하고 온 곳에서 무장 살인 관련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내 안위에는 별 관심없는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는 희진. 그렇지만 센터에서는 늘 웃는 낯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집으로 오고 싶었는데, 꼭 이집이었어야만 했는데 오고 나니 나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호찬은 캠핑카에서 살고 있는 감춰진 이야기들도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이안과 갑자기 마주치면서 이안을 느끼게 되는 사람. 그리고 이안을 많이 걱정했던 사람이다.

사람들은 계속 센터에 테러를 하러 가겠다는 글들을 써올리고, 경찰은 변죽을 울린다. 그렇게 진짜 복면찾기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나는 중간 중간 숨어있는 실업급여과를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흥미가 갔다. 구두를 훔쳤다고 CCTV 증거가 제출되어 돌아가야만 했던 사람. 실제로 남을 착취하고 착복하면서도 마음에 악의를 품고 있는 사람. 나도 대체근무자로 들어와서 계약직인데, 안정적인 니들이 뭘 아냐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사람 등 실업급여과는 매일 매일이 전쟁이다. 실제로 그래서 노동부 공무원들을 참 많이 뽑았기도 하고. 그 와중에서 유리창 너머의 사람과 반대편의 사람의 진실 찾기와 입장 차이를 들어보는 것도 꽤 좋았다. 모든 실직의 이유가 그다지 즐거운 일일 수는 없듯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도 많고, 눈물쇼로 범벅된 이야기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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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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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 입니다 - 류귀복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방사선사 선생님들을 내가 만나는 곳은 새로운 정형외과를 갈 때와 치과를 갈 때 정도인 것 같다. 로비에 성당이 있는 (강남성모병원) 병원에서 치과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참 글 빨이 있으시다. 많은 독서로 다져진 글 빨 이리라. 나도 책을 많이 읽으면서 주변에 독서를 엄청 강권하는데, 작가님과 같이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역시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고, 추천하면 일상이나 밥벌이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만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래서 이제는 섣불리 추천도 잘 안하게 된다. 그래도 계속 책은 새로운 만남이니까 좋은 것이니까 독서전도사가 되어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글에서 선함과 유머러스함이 물씬 풍겨온다. 병원에서의 일상과 환자로서의 일상이 둘 다 녹록치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과 투병일기 모두 유쾌한 필체로 담겨 있다. 30대에 심지어 군대도 다녀온 후에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 받았지만, 의사 선생님의 군대 다녀오셨나는 물음에도 웃어넘길 수 있게 되신 분이다. 병원에서 샌드위치 하나 덕분에 꽃꽂이를 배우고 나서 아내분께 꽃을 배워보라고 추천해보신 부분은 인생에서 참 어떤 일을 새로 배우게 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깨어지는 것이라 느꼈다. 졸업식의 꽃다발도 아까운 마음에 펄쩍 뛰며 거부했던 사람이 꽃꽂이로 다시 태어나다니. 생각보다 손을 움직이며 풀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은 많은 위로가 된다. 오늘도 슬픔을 달래려 큰 식물을 옮겨심은 나였다. 아무리 무거워도 흙이랑 화분을 옮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사선사로서 치과에서는 주연을 담당하는 의사선생님들과 치위생사와 방사선사 등 팀으로 유기적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강직성 척추염 때문에 한 달에 반 정도만 정상 컨디션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일하는 덕분에 고통이 있을 때도 새벽같이 출근해서 링겔 투혼을 하고 나면 버틸만 하다고 한다. 환자로만 있으면 생업전선에 이상이 오고, 그렇다고 다른 직장을 다녔다면 이렇게 유연하게 치료받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난치병에 대한 긍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직업적으로 엑스레이의 방사선 관련해 방호복 착용에 대해 매뉴얼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에서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을 함께 느꼈다. 생각보다 러시아를 비롯해 의료관광을 오는 진료과도 다양함을 함께 알았다. 생존 러시아어를 통해서 한 번에 말끔하게 촬영하는 에피소드는 눈에 그려질 정도다. 생각보다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행복에 대한 기준을 살짝 낮추면 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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