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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ㅣ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신춘문예 2관왕 : 러브 플랜트 - 윤치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트리플 시리즈 11번째인 윤치규 작가의 <러브 플랜트>를 읽었다. 실제로 트리플 시리즈를 은모든 작가의 작품 <오프닝 건너뛰기>로 먼저 읽어봤는데, 그때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트리플의 출판의도를 알게 되었다. 3가지의 단편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시도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작가의 작품집은 이번이 첫 소설집이고, 서울신문 (제주, 애도)와 조선일보 (일인칭 컷)을 통해 2021년 신춘문예 2관왕을 달성한 신성 작가이다. 일인칭 컷, 완벽한 밀 플랜, 러브 플랜트 세 작품이 간결하게 실려 있다. 역시 시집정도의 두께이므로 초단편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면 좋아하실 것이다. 단편 이후 작가의 에세이인 <모든 연애의 기록>이 더 소탈하고 재미있게 느껴진 것은 글을 써내려간 작가의 연애의 소상한 내력이 소설에 담겨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리라.
1) 일인칭 컷
나는 여자친구인 희주의 비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왔다. 여자친구가 비혼식을 올려서 축의금을 회수하고, 직장에서 사내 연애인 게 알려진 터라 결혼 축하한다는 이야기에도 사실이 아니기에 웃음을 지을 수가 없다. 나와 결혼이 아니라는 그런 비정한 선택지를 알리는 자리에 참가해야 하는 <나>의 황당함에 많이 이야기가 이입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희주가 퇴사하게 되기 전 언어적 성희롱에 휘말리면서, 상사를 주먹다짐해버린 남자친구인 나의 입장도 나온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싶지도, 떠나버리고 싶지도 않은데, 얽혀버린 실타래 속에서 튕겨져 나와버리게 되었다. 왜 니가 내대신 그 사람을 용서했는지, 그 사람을 용서할 생각도 없었는데 (니가 무슨 자격으로) 용서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계속 나온다.
거기에 길에서 난 교통사고와 희주는 끝없이 밖에 보이는 나무가 야자나무인지, 팜트리인지 계속 물어대고, 낚시를 일삼는다. 아마도 <나>는 여기서 보이는 나무의 대다수가 다 그게 그거 같고, 사고 난 번호판번호로 로또를 사면 잘 맞는다는 말을 믿고 내려가 보는 그런 희주가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다 그런 나무인데 유별나게 행동하는 사람이 희주인 것처럼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남자친구이면서 장차 남편이 될 사람의 자격으로 대리 용서를 하는 것은 혹은 그 불편함을 벗어던지려 하는 행위가 희주에게는 무척이나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으리라고 추측 할 뿐이다.
2) 완벽한 밀 플랜
주인공 <나>는 신부인 현영과 이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섬으로 신혼여행을 왔다. 워터 풀빌라가 있다니 몰디브를 상상했다. 그냥 신혼여행 하면 몰디브 생각이 나버려서. 현영은 조금 우울하고, 손목을 긋고, 결혼식 전날 수면제를 과다하게 먹어 사달을 내고 마는 불안한 친구다. 내가 곁에 있으므로써 좀 더 나아지기를 요원해보지만 그럴 틈이 보이지 않는다. 늘 이래도 저래도 괜찮다는 그녀가 위태하게 보인다.
- 그럴 때 마다 현영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게 제일 괴로웠다. 이 모든게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 나를 만나도 똑같다는 것. 내가 곁에 있어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런 생각이 자꾸만 나를 어딘가 아득히 먼 곳으로 내몰았다. p.57
아마도 사람은 다 자기 방식대로 자신의 필터로 남을 보기 때문에,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음을 느낀 소설이었다. 내가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도 역시 내 방식일 뿐이라는 것.
3) 러브 플랜트
드디어 작가의 실직업인 은행원이 등장한다. 물론 나는 이혼한 남자 <백현준> 은행 건물에서 이혼 후 퇴사하고, 꽃집을 운영한다. 여주인공인 이미나 차장은 그 건물에 일하는 사람이다. 똑같이 이혼한 처지임을 알게 되고, 직장동료가 고백을 하는 것도 목격하게 된다. 결혼도 어찌어찌 하게 되고, 이혼도 상대의 흠을 잡아 어찌어찌 하게 된 뒤로, 현준은 식물처럼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열린마음 열린 결말을 기대하며 한걸음 다가가야 하는데, 적극성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40대의 관점에서는 에르메스 켈리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는 고소득자와 자영업자의 갭이라고 보기도 했다. (작가님이 실제 은행 다니셔서 공감하지 않으실지도?) 율마와 관련한 에피소드에서 이미나 차장의 속앓이가 너무 간단하고 짧게 그려져서 그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죽진 않았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게 연애세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봤다.
- 너 가끔 나이 많은 여자 고객님 오면 어머님이라고 부르더라? 그 사람이 어머니인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고 그래? 연세 좀 있는 여성은 다 어머니야? 너한테는 디폴트인 게 다른 사람한테는 아닐 수 도 있어. p.72
내가 병원가면 잘 듣는 이야기가 그건데, 묘하게 기분 나쁜 포인트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었는데, 남들에게 그렇게 여겨 진다는 거, 도매급으로 생각당해진다는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런 미묘하고도 복잡한 감정을 남자 작가의 소설에서 발견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서 좋았다.
다음 장편 소설집이 기대되는 작가를 또 한명 알게 되어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른 트리플 작품집도 계속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이건 참고용 <제주, 애도>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101029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