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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밤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현대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6위 : 포근한 밤 - 싼마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문학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오면서, 그때 청소년기를 맞은 나는 자연스레 일본소설을 많이 접했고, 실제로 중국 작가의 작품은 잘 접하거나 찾아보지 않았었다. 이번에 읽게 된 <포근한 밤>이라는 에세이집은 중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이면서 여행을 한 이야기를 많이 펴낸 <싼마오>라는 작가이다. 생각보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읽기 쉬운 원전으로 처음 접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가 1943년생으로 지금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여류작가이면서 여행한 이야기에, 내용도 현대적이다 보니 아직도 많이 사랑받는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사하라 이야기>까지 읽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며, 이 사람이 1970년대에 사하라에서 살았다고? 이렇게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여러 번 놀라게 되었다. 책은 여러 곳에 기고했거나 펴낸 에세이를 발췌해서 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목인 포근한 밤 이외에도 7편의 산문이 실려 있고, 총 8편이다. 내가 제일 괜찮게 읽은 이야기는 첫 번째 실린 <유럽 견문록> 이다. 90년대 아니 새천년 초반까지도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 금지된 사람들이 많은걸 기억하는 나에게 히드로 공항의 유치장 경험담으로서 큰 재미를 주었다. 제목은 견문록이지만, 강제구금 되었다가 풀려난 것도 견문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마인드에 큰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목적을 위해 굽히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내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언어실력이 있으니 이런 기개도 펼치는 구나 하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되었달까.
그리고 책에 실린 중에서 제일 긴 작품인 <오월의 꽃>도 재미있었다. 그전에 실린 <그해 겨울>이라는 작품에서 남편인 호세를 이렇게 만나게 되었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이지리아에서 부당한 노동에 대한 쟁의와 임금투쟁 그리고, 또 다른 강제노동이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해 재미있게 써내려간 이야기다. 어떻게 직원의 아내가 챙겨주러 온 마당에 일하는 고용인들을 짜르고 그 일을 시킨단 말인가. 아무래도 동양인이라 더 차별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더라. 편견이라고 그래도 그런 바이브가 있었다구. 거기다 악덕사장들 임금도 주지 않고, 14시간 이상씩 잠수를 시키는 걸 보고 기함했다. 호세의 직업은 그때 당시 스페인에 28명밖에 없는 1급 잠수사였다는데, 그런 특수 기능직도 못된놈들 앞에서는 소용이 없더라. 남들 등쳐먹을려고 하는 사람들을 당해내기에 착한 사람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 물론 마지막에 권선징악처럼 사장 중 한 명인 한스가 크게 다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결론은 임금체불문제도 다 해결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씁쓸했다. 그리고, 이게 엄청 옛날 글인데, 예나 지금이나 이런사람들은 수두룩 빽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싼마오의 책을 읽으면서 <무소유>를 떠올렸다고 하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바이브가 나에게는 있었다. 일단 지금 읽어도 무리가 없는 현대적인 글인데, 70년대에 씌였다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책의 제목이자 대표작인 <포근한 밤>은 부랑자를 도와주지 말까 하는 나의 내적갈등에 대한 짧은 글이었는데, 선의를 베푸는 것에 대한 의식의 흐름이 잘 표현되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소유를 언급한 느낌은 마지막 편인 <돌 이야기>에서 무릎을 쳤다. 무소유의 난초처럼 아끼는 돌을 향한 내 마음의 변화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법정 스님처럼 자의로 난을 처분하지는 않고, 타의에 의해 잃어버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읽기 전에는 왜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가인지 혹시 허풍이나 과장이겠지 생각했던 것이 잘 이해간다.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그 예전에도 특이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했을 작가를 생각하며 오늘은 모두들 포근한 밤을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