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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 원자 단위로 보는 과학과 예술의 결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지음, 강민지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7월
평점 :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 -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콤보로 다가왔다. 물론 세상은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일상의 모든 순간을 화학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가미된다면 굉장히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된다. 다른 화학책들처럼 흥미에 치중해있지 않고 굉장히 폭넓은 화학지식의 무게감까지 다뤘다. 아마 다른 화학관련 책들에서 시시함을 느꼈다면 이 책에 대해서는 조금 더 흥미를 느낄거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전문적이라는 이야기다.
작가는 예술에 응용할 수 있는 재료 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화학자 겸 커뮤니케이터라고 한다. 그래서 푸른 벨벳에서부터 붉은 벨벳에 이르기까지 작품 25개와 그에 관련한 재료나 안료 화학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처음에는 이브 클랭의 <S41> 석고상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는 조각을 특별한 대리석이나 브론즈로 만든게 아니지만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흔해빠진 석고 위에 특별한 울트라마린 안료로 칠한 벨벳 질감의 석고상이기 때문이다. 이브 클랭이 계속 사용하는 울트라마린 블루는 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울트라마린 안료가 굉장히 보편화 되었지만, 예전에는 굉장히 비싼 원료였다고 한다. 게다가 굉장히 성스러운 색으로 여겨셔 성녀의 옷을 칠할 때만 사용되었다고 한다. 울트라마린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팔거나 미완성으로 두었던 작가들도 있을 정도였단다. 울트라마린은 라피스라줄리(청금석)을 곱게 갈아서 만든 원료다. 라피스 라줄리는 지금도 유색원석으로 사용되는 준보석 제품으로도 만날 수 있다. 무튼, 특별한 파란색이 주는 이유는 청금석이 흡수하는 주황색의 보색인 푸른색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며, 그 이면에는 황이 갖혀 있는 원자의 공간 때문이라는 것을 아주 자세하게 풀이해준다.
처음에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다 좋은데 왜 작품을 사진으로 도록화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이는 작품에 대한 판권보다도 이후에 나올 작품에 대한 떡밥을 위해서라도 스케치였을 필요가 있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물론 스케치에서 작품을 검색하는 것으로, 이후에는 직접 그 작품을 보러가고 싶은 것으로 예술과 화학의 만남을 더 진일보시키라는 작가의 큰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이후에 종이가 바래는 원리와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이라는 작품의 재질이 종이냐 자기냐를 확인해보며 읽는 과정과 겹친다.
마크 로스코의 <검정 위의 선홍색>을 다룬 에세이에서는 추상표현과 더불어 안료와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감상하는 방식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 책을 통해 유명한 고전회화 뿐만 아니라, 현대의 그림을 이해와 신선함으로 동시대적 선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임을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 로스코는 자신의 그가 그림을 그릴 때처럼 45센티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감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확실하게 그 그림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그림의 특별함은 색채 뿐만이 아니라 붓칠이 남지 않은 특별한 그리기 기법에 있다. 이는 캔버스 애벌처리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희석한 안료와 아교를 동시에 바르는 방식을 취해서 굉장히 붓터치가 남지 않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온전한 색으로의 감상을 이끌게 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다양한 현대작품을 다루기에 특히 현대미술과 그에 관련된 비화(특히 화학)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현대 미술을 굉장히 실험적으로 느끼게끔 해준 책이라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