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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평점 :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 염기원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빨리 읽어서 결말을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소설이었다. 염기원 작가는 처음 만났는데, 그가 2년 여간 8편의 장편을 집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차기작이 매우 기다려진다. 추천사에 써있는 염기원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는 게 허언이 아니었다. 다음번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면 <인류 최후의 아이들>이다. 발간 되는대로 늘 새 작품이 나왔는지 궁금해할만한 작가가 또 한명 생긴 것 같아서 행복하다. 장강명 작가의 작품도 흡입력이 빠르고 현실을 반영한 글들이 많아서 좋아하는데, 같은 동인이라는 것에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게 적중했네 싶었다.
노골적인 제목처럼 이 글의 내용은 주인공인 채하나가 연락되지 않던 친오빠이자 최강천재라는 기괴한 타이틀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기꾼이 되어버린 것 같은 채강천을 잡으러 서울로 상경하는 내용이다. 거기에 하나의 친구인 태백의 나름 금수저 미주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황색언론의 하수인인 하연 언니도 나온다. 후반에 나오는 하연언니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일침 그리고 조언이 또 이 책의 재미를 증가시켜 주었다. 확실히 공장 일에서는 서투른 사람이라도 자비로 책을 냈을 지언정 책을 쓰거나 글을 쓰는 재주는 있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스킬은 다른 것을 보여준다.
내가 벌어온 돈으로 대졸 백수가 놀고먹는 것처럼 보이던 놈이 서울에서 스타트업이라는 걸 차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나라도 하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그 오빠라는 놈이 사기꾼이 된 것 같다고. 내가 봐서는 돈버는 기술은 없는 놈이니 혹여라도 다단계 피라미드에라도 끌려간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게 인지상정. 그렇다가도 직접 찾아간 선릉역의 공유 오피스에서 유령회사 같은 꼴을 보고 점점 더 오빠에 대한 의심은 증폭된다.
확실히 지금은 유튜브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어떤 틈새시장에서도 돈을 벌었고, 내가 하는 방법으로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자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래서 내가 공장에서 일하든, 배달알바를 하든, 월급을 받든 성실하게 모으는 것으로는 앞서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심리를 교묘히 긁어서 돈을 갖다 바치게 만드는 그런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라고나 할까. 인생에 책 한 권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과 니즈를 파고든 책기꾼들의 이야기도 작가가 꿈인 내가 속지 않게 잘 피해야 할 꾼의 유형이겠다. 자비출판이 낫지, 하연이처럼 내 책 995권이 쌓여있으면 어쩔꺼야. 매대에 깔아놓는 비용만 해도 얼마인지 아는데, 불태워버릴 수도 없고.
책의 말미에는 결국 오빠를 만난다. 그리고 하나와 강천은 오해를 푼다. 오빠는 멀쩡했고, 꽤나 대의를 위해 일하는 몇 안되는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믿음과 사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지. 나만해도 하나가 말했듯 돈 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런 나같은 소시민 가운데, 진짜 선한 영향력 내지는 힘닿는 데까지 진실과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인류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남의 일이라고 못본 척 하지 않는 것, 그런 게 나에게 필요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작가를 책에 녹여내 페투페에서 실제로 만났던 사람을 모델로 소설을 쓴 부분이다. 실제로 하나에게 카카오 택시를 불러 돈까지 내준 친절한 일산 사는 소설가 아저씨로 변신한 작가님이 이렇게도 작가 자신을 소설에 캐릭터화 해서 녹여낼 수 있구나를 보여준 참신함이었다. 내가 겪은 일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지만, 거기에서도 실제의 나 같은 인물을 창조해서 투영한다는 시도가 재미있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는 작가이며 강천이가 진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건지, 미주가 해맑게 플렉스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