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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평점 :

내가 널 살아볼게 - 이만수, 감명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여자와 음악을 하는 남자의 동거이야기다. 12년째 만나서 지금은 오랫동안 동거를 하는 커플이다. 곧 결혼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동거와 결혼이 그들에게 분리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책은 각자의 타이틀에 만수의 이야기와 명진의 이야기가 짧게 실려 있다. 그리고 책의 면면히 그들의 삶을 실제로 엿본 것 만 같은 그림들이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먼가 그녀의 그림에는 사람들의 눈도 코도 텅 비어있는 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게 삶을 관조하는 건지, 멍한 건지, 태평한건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보통 일상을 캐치한 그림이 많아서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싱글이나 솔로나 비슷은 한데, 가장 다른 점이라면 집에 2명이 사는거겠지 하는 느낌이었다. 그림의 내용은 따스한데 색채는 좀 차가움에 가까운 것이 일상은 안온하지만, 그 안온함을 위해서는 나를 몰아붙여 도시생활에 기꺼이 풍파를 겪어내야 하는 그런 배경색을 닮았다고 느껴진다.
재미있는 그림에서, 작년에 나도 코로나를 앓아내며 유난히 먹고싶은 게 대봉밖에 없었다. 대봉이 올라오는 시즌에 하나씩 꺼내서 몰랑하게 익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진짜 대봉은 그렇다, 단감처럼 내가 먹고싶다고 그 맛을 내주는 게 아니다. 적게는 한 달 이상의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몰캉하고 달큰한 맛이 주는 깊이는 대봉만의 것이다. 나도 누군가 고향에서 올려보내준 대봉의 마음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로 재미있게 읽은 내복 에피소드에서는, 나도 추위를 많이 타는 터라 3월인 지금까지도 내복을 입는다. 그래서 추위에 떨지 않기를 바라는 만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거기에 내복보다는 예쁜 잠옷을 원했던게 실제 마음이었다는 명진도 이해가 갔다. 왜몰라줘. 그건 실제로 따뜻한 것과 별개의 예쁜것은 용서가 되는 그런 마음인데. 그렇지만 그림을 보고 추위를 많이 타는 자는 내복 외에도 요술버선을 야무지게 신은 그들의 모습에서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렇지, 수족냉증에는 안 벗겨지는 요술버선이지. 짧은걸 신었던데, 무릎까지 올라오는 게 짱짱맨이란 말이다. 거기에 파쉬 물주머니까지라면 완벽하지 그럼. 향초 코너에서는 언젠가 나도 잠들어버린 새 티라이트에서 집에 불이 붙을 뻔 한 적이 있어서 만수의 사연에 공감했다. 누군가 깜빡 잊은 채 잠든 향초의 불길이 사람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안되겠지. 두 분에게 팁을 주자면 저희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할로겐 램프로 된 초에 불을 안 붙이고도 향초를 녹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니 두 분이 이것으로 재합의를 보시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본다.
그림도 재미있고, 결혼이전에 오랫동안 같이 사는 커플의 마음은 어떤걸까 하고 그들의 내밀함까지 알 수 있었던 커플에세이였다.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