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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 사는 사람 -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서 공연기획자로 산다는 것
이성모 지음 / 오르트 / 2025년 3월
평점 :

무대 뒤에 사는 사람 - 이성모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름대로 연뮤덕의 명맥까지는 아니지만 혼공 하는걸 좋아한다. 오늘도 전시회를 혼자 다녀왔는데 언젠가부터 누구와 같이 보는 것보다 혼자 보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만의 페이스에 맞추게 되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공연기획자의 삶은 이렇게 시간과 장소만을 맞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책의 면면히 느껴졌다. 얼마나 많은 <공연기획자>가 원작의 판권을 위해서 혹은 새로운 작품을 쓰기위해서 고군분투 하는지 알게되었다.
작품이 무대에 올라갈 때까지 수많은 연습이 있었다면, 그 작품 자체의 시작이 이뤄지도록 물밑작업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사람이 바로 이 <무대 뒤에 사는 사람>이다.
공연 시작 전에 하는 파이팅콜 에서기획팀도 모이라고 해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에 찡한 감동을 받았다니, 아무리 같은 작품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부대끼지 않으면 편한 사이가 될 수 없나 보다. 공연기획자는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도 아니고 무대를 만드는 예술가도 아니다. 다만 그 중간 어딘가에서 공연 전체를 아우르며 모두가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그래서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작가는 13살때 룰라 공연을 보고 그런 환상적인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덕분에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에 폭삭 늙은 친구들보다 꿈을 찾아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좀 덜 늙은 것 같다고. 그렇지만 공연기획관련한 일을 십년이상 봐온 나로서 그 자금을 끌어당기는 일과 집행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게 이뤄지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소극장 공연을 더 많이 보러 다닌다. 물론 대극장 표가 엄청나게 비싼 요금으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 산업에 비해서 들이는 제작비와 아웃풋이 나오는 곳이 많은 것과 달리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은 인풋대비 터질 곳도 딱 한 곳 뿐이다. 잘되면 시즌제가 되거나 추후 오픈런 공연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작가가 연출한 작품을 하나도 보지 못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2017년도에 <보도지침>을 보았다. 내 블로그에서 열심히 찾아봤더니 기록한 보람이 있었다. 그때도 벌써 기성세대화가 되어가고 있는 내가 있더라. 책에서 <보도지침>을 위해서 김주언 기자님, 김종배 시사평론가님, 한승헌 변호사님과의 만남을 위해 간곡한 기획서를 작성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연극<국화꽃 향기>, 넌버벌 퍼포먼스 <펀치> 등등 굵직한 작품들을 끝없이 해내고 있다.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 김정민형의 콘서트를 위해 성적을 올린 어린이가 그의 콘서트에서 다리가 금이가고, 그 병원비를 가수가 내주고, 그 뒤에 결국 뮤지션의 콘서트를 기획해준 멋진 어른으로 거듭난 에피소드에서는 작가가 얼마나 꿈 하나만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는지가 느껴졌다.
여기에 고등학교때 만난 멘토 선생님이 공연기획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하니까 <사회복지학>을 전공해보란 말씀을 믿고 시도해본 작가도 대단하다. 결국 그 배움이 현업을 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작가에게는 정말 많은 귀인들이 모여드는 행운의 사나이가 아닐까. 룰라 무대 만드시는 분이 했던, 자기가 다 한 게 아니고 함께 해 간다는 말이 정답인 사회가 맞는 거니까. 어쩌면 너무나 정답인 말들은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