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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평점 :

소년 - 가와바타 야스나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을 읽게 된다면 당연히 <설국>이 먼저일거라고 생각했다. 그 유명한 첫 문장 때문이기도 하고 노벨상 수상이라는 작가의 빛나는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에게 온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첫 책은 설국이 아니라 <소년>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서 이것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경험담을 녹여낸 사소설이냐 그냥 창작 소설이냐 묻는다면 나는 창작물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정말이지 이게 본인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법한 명문장이 나온다.
너의 손가락을, 손을, 팔뚝을, 가슴을, 뺨을, 눈꺼풀을, 혀를, 치아를, 다리를 애착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나를 사랑했다고 해도 좋다. _35쪽
이 문장을 처음 접하고 이런 느낌이라면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잖아. 라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세이노의 답장을 보면 그는 이런 신체적 접촉에의 갈망이나 추억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방장으로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졸업하게 되면서 그 그리움을 나타낸 듯한 모습으로 느껴졌달까. 그렇지만 세이노가 표현한 긴 복도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대목에서는 역시 쌍방인가 하는 의문도 고개를 든다. 소설속의 <나>의 동성애는 없었다. 이야기 하고 다음쪽에는 절묘하게 동성애 기록이 있다라고 한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놓은 감정의 복기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 작품은 연재가 되던 시절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출판사에서 띄엄띄엄 되다가 말다가 하다보니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데도 제대로 모아서 읽은 사람이 없는 기이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합본으로 소개되게 되었고.
소설속의 <나>는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는 50대 소설가다. 중학생때 기숙사 생활에서 참으로 예뻐라 하던 소년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중학교때는 일기로 고등학교(대학)때는 작문 형식으로 작성했다. 지금 완성한 이 책이 있으니 그간의 원고는 필요없다며 태워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끝이 난다. 그렇지만 나는 더 확실히 느껴졌다. 그 느낌을 되살린 이상 원고가 실재하든 아니든 세이노는 살아있는 것이 되어버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