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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인 줄 알았는데 유격 - 할수록 진땀, 갈수록 태산
고유동 지음 / 문학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육아인 줄 알았는데 유격 - 고유동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아마 이번 생에 육아를 할 팔자는 아닌 것 같다. 최근 결혼시장에서 나이 많은 독신자(특히 여성)가 가지는 지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애초에 출발선 자체가 되지 않는달까. 1년 사이에 자녀 출산에 대한 희망을 가져봤지만 뭐랄까 생물학적으로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녀에게나 혹은 낳아야 하는 엄마에게나.
그만큼 사람에게 종족번식이란 것은 큰 욕망이자 대업이다. 그 관점에서 육아라는 관문을 같이 헤쳐 나갈 전우가 있다는 것이 부럽달까. 책은 육아를 열심히 하는 가모장시대의 아빠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따님을 키우며 즐겁게 살아간다. 혹시나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서 키즈카페도 솔선수범해서 나간다. 언제나 <아빠 사랑해>를 외치는 딸이지만 마지막에 둘 만의 비밀은 다 폭로해버리는 귀여운 딸.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줘도, 달달한 팝콘을 먹게 해줘도 그 때는 둘만의 로맨스인데, 집에 돌아오고 나면 호랑이 마나님한테 혼이 난다. 귀엽게도 달달한 팝콘을 좀 쉐어하려 했더니만 귀여운 아가씨는 아빠의 당뇨까지 걱정해주는 고단수가 되어버렸다.
육아가 힘들고 고되다고는 하지만 사랑이 가득 넘치는 매일 매일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아 키울 일이 없는데도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하는 의문은 작가가 프롤로그로 먼저 풀어주었다. 첫 번째로는 세상 모든 양육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두번째로는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다. 이 어린 시절을 망각한 나같이 삭막해져버린 어른들을 위해서다. 어려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일 때도,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소녀일 때도 나도 누군가가 다정한 시선으로 키워주었을 것이다. 그런 점들을 상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은 개인적으로 딸을 위해서 썼다는데 얼마나 스윗하던지.
자식이라는 이토록 귀한 선물을 키워나가면서 진땀은 빼지만 고마움을 더 느끼는 작가의 진솔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