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도와 경도 ㅣ 달달북다 9
함윤이 지음 / 북다 / 2025년 2월
평점 :

위도와 경도 – 함윤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달달북다의 아홉 번째 시리즈를 읽었다. 지금까지 나온 9권을 전부 읽었으니 행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이틴물이라고 하지만 좀 기묘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하이틴 시리즈의 마지막의 배경이 우주라서 세계관도 무한하게 확장된 느낌을 받았다. 흔히 생각하는 청소년에게는 학교만이 주는 공간적 제한을 생각하는 것이 클리셰니까 말이다. 주인공은 위도와 경도라 불리는 우주연구소의 테스트를 경험하는 한 쌍의 청소년(17세)이다. 위도는 소녀이고, 경도는 소년이다. 이들은 불의의 사고로 우주정거장이 폭발하면서 둘만이 가까스로 목슴을 부지하고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지구에서는 겨우 열흘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은 10년동안 우주를 떠돌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정처없이 우주를 떠돌던 그 영겁같았던 시간동안 둘은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뭔가 친구들끼리 흔히 하는 공상인 인류가 너와 나 둘밖에 안남았을 때 어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화버전 같기도 했다. 아예 인간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보다는 생면부지 얼굴을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믿고 의지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전에 읽었던 베르베르의 희곡 <인간>도 이런 느낌과 비슷한 설정이라고 느껴졌다.
이러이러한 결과로 둘만 우주정거장 사고의 생존자가 되었으므로 지구에서는 둘을 보호관찰 하게 된다. 여기에서 규와 인연이 있었던 우미가 그 일을 하게된다.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위도와 경도 사이에 앉아서 그들을 관찰한다. 결국 위도와 경도가 원하는 것은 이곳을 벗어나 불시착한 곳으로 가서 결혼을 하는 것이었다. 샴쌍둥이처럼 붙어있고 생각까지 공유하게 되어버린 것 같은 그들. 부들거리며 떨고 있는 위도와 경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남들은 자신들을 아이로 생각하지만, 자신들에게는 그 어떤 시간만큼이나 의지하는 상대가 생긴 이들에게 결혼이 뭔 대수겠나. 다만 그들을 물리적으로 감금하는 시선과 시선들이 나쁜 것이겠지. 위도와 경도의 기이한 일 보다, 그처럼 느껴지는 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