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곁에 있어 더 불행하다면 - 끊임없이 부모에게 상처받는 당신을 위한 셀프 심리학
산린 사토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센시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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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곁에 있어 불행하다면 - 산린 사토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읽는 동안 제목이 민감했기에 조심스럽게 읽었다. 책상이나 침대위에 이 책이 있는데 부모님이 보신다면 그 순간이 아찔할 것 같았기에 말이다. 즐겨보는 웹툰 중 하나의 최근 이야기가 부모에게 계속해서 가스라이팅 당했던 게다가 생활고까지 겪었던 30대 중반의 자녀가 부모로부터 물리적 심리적으로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가정이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돈을 틀어쥐고 자식들이 벌어온 돈까지 거의 갈취하는 엄마, 어렸을 때부터 동생을 잘 돌보지 못한다고 폭력을 행사했던 일 등을 읽으면서 이런 가족사를 오픈하고, 결국은 어느정도 끊어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공감이었다. 이 책의 저자도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같이 살게 되지 않은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원망이 커보였다. 같이 복닥하게 살면서 계속 힘들게 하는 것과 자신을 버린 사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마음의 독기 중 어떤 게 더 힘들까 하는 생각도.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연민이 책 속에 가득 드러나 있다.

책의 심리학 셀프테스트에서 남성성과 여성성 중에 어떤 부분이 더 벽을 치고 있는지 부모장벽을 확인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의 경우는 물론 고민되는 부분이 많지만 실제로도 남성성인 부분이 더 고민이 컸다. 생각보다 안좋은 생활환경에서 자란 것 때문에 돈을 더 잘 벌고 싶지만, 이렇게밖에 안되요 라는 응석을 나도 은연중에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상사 먹고 사는 일이 다 돈을 버는 것에 달렸기에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큰 탓도 있다. 이 부모장벽이라는 것은 자녀가 만나는 최초의 남녀가 부모님인 탓에 부모님의 가치관과 성향 등을 닮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제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부모 탈출 8단계를 제시하며 혼자만 간직하는 데쓰노트 같은 <불행일기>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종국에는 사랑과 이해와 용서를 의미하는 <부모님께 쓰는 감사편지>로 마무리 된다. 실제로 제목처럼 부모가 곁에 있어 불행하다면 불행일기를 쓰는 3단계에서 4단계 사이에 많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속적으로 받은 가족으로부터의 고통이 치유되지 않는 내마음속의 금쪽이는 영영 울고있는 어린아이일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가졌던 마음속의 앙금을 푸는 데 있어서 이 과정을 지속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의 경우 불행일기 보다는 내가 한 나쁜 행동이 남에게 도움이 된 일을 찾아보는 파트에서 그랬다. 이 과정을 통해 나도 하나의 인간이며 늘 좋은 마음을 먹을 수도 없고, 나도 누군가에게 수 없이 상처를 주고 슬프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역시 내 손끝의 아픔을 생각할 때는 나는 그런 적이 없는지 거울치료를 해보는 것이 제일 확실했다. 그러고 나니 부모님도 그때 그러신 이유가 있겠지 하고 많은 부분이 이해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엄중히 말하면 그런 범주에 들지 않는 영구적 피해를 주는 부모도 물론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형사처벌 시켜야지.

지속적으로 곁에 있는 가족 때문에 불행했다면 위로와 셀프치료가 될 수 있어서 추천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용서가 되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달린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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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 법과 정의에 대한 19가지 근원적 질문들
폴커 키츠 지음, 배명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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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 폴커 키츠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는 독일에서 2016년에 나왔고, 국내에 17년에 나왔다 이번에 개정된 판본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유럽 특히 독일의 법에 대한 생각과 다른 부분 그리고 법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다르게 적용될 수 있구나에 대한 생각을 했다. 도입부가 상당히 흥미로운데, 저자가 법학과 1학년 시험에서 다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본인은 믿음과 기도로 살릴 수 있다고 믿고 기도하다가 아내가 죽었다면 이 남자는 유죄인가 무죄인가에 대한 답변을 써냈다. 판결을 하지 않고 양쪽의 입장에 대해 전부 변호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유죄인지 무죄인지 결론을 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법은 존재하는 이상 그것에 대한 결말을 열어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대상, 상황, 여론,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법으로 심판되는 것에 대한 것이 타당한지 정의로운지에 대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다.

법과 정의에 대한 19가지 근원적 질문들을 통해 계속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법이 대의와 개인의 자유제한 사이의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유하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여성과 여성이 자기의 정자로 아이를 낳았을 때 친부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제일 쇼킹했다. 일단 여성으로 살고자 하는데, 정자를 얼린 것에 대한 것도 뭔가 개인의 자유지만, 설상 얼렸다 하더라도 그걸로 자식을 얻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후에 성이 바뀌지 않고, 여자이름, 남자이름이라고 특별히 지정되어있는 것이 아니기에 독일에서 내려진 판결이 더 흥미로웠다 하겠다. 책에서 나온 성별을 결정하는 범주가 첫째 이름, 둘째 고환이나 가슴을 통해 드러나는 외적 성별, 셋째 당사자가 내적으로 느끼는 감정적, 심리적 성별. 넷째 호적의 법적 성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이 첫 번째로 들어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호적정정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불리는 본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이라는 것을 정한다는 것에는 찬성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여자로 성전환한 이름을 쓰지 않고, 예전 남자였던 이름을 친부란에 적을 수 있도록 해주는 판결이 났다. 성별의 변화를 인지하되 변화 후의 이름과 사회성을 가진 사람은 인정해주지 못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본인이 느낄 때 태어나길 남자로 태어났을 뿐 여자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 결론을 얻기까지 정자냉동이 자꾸 이해되지 않았달까) 그 판결에는 근원적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기에 불임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으로 수술 여부가 성전환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외에도 최근에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국가가 CCTV등 무차별적으로 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침해까지를 내가 이해해야 하는지, 또는 그 정보를 퍼트리는 것에 대해서도 내가 잊혀지고 싶다고 간청해야만 그렇게 해줄 것인지 등 내 사례가 되면 엄청나게 민감한 사례를 특히 다루고 있어 유익했다. 특히나 내가 개인적으로 공개한 정보를 짜집기 해서 나에대한 빅데이터를 만드는 개인이나 기관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가.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내가 그 반대쪽에 서게 될 때도 그런생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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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장정환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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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사말추) - 장정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60여편의 시를 만났다. 시인의 가이드처럼 어느 부분을 읽어도 되는 시집과 다르게 기승전결의 느낌을 담아서 준비했다고 하니, 앞 부분부터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방식을 권한다. 나는 누가 뭐래도 사랑이 마음속에 많은 사람이니 맨 먼저 만난 사랑 파트가 좋았다. 그리고, 나의 경우 타이틀 시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이너한 시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사랑해요...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이하 :사말추)> 에서는 <열병>이라는 시가 제일 좋았다. 제목의 내용이 제일 마지막 연이다. 그렇지만 나는 앞부분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다.

(앞 생략)

칼은 뭐든 베어버려도

그 집은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은 나를 조련하고,

나는 당신을 애증합니다

(이하 생략)

세상 잘난 뭐든지 베어버리는 칼이 존재해도 하나만큼은 칼집에서만큼은 온순히 있을 거라고. 천둥 벌거숭이 같은 사람도 한 사람에게만큼은 정착하고 온전히 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내가 아닌거겠지. 혹은 그런 칼이 아닌거겠지 하고 생각했달까. 그렇지만 마지막은 요행을 계속 바라는 나라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언제쯤 이 생각의 고리가 끝날까 계속 생각한다. 시인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겠지. 그런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제목이 <열병>이 아니겠는가. 열병이란 것은 곧 이 열이 멈추고 언젠가는 삶의 평온함으로 돌아오기 전 특수한 상태라는 뜻. 그러니 이런 마음가짐을 계속 가지고 갈 수는 없다는 말로 이해했다.

사랑 테마 이외에도 이 시집의 독특한 점이라면, 보통 시어 중에서 잘쓰이지 않는 말이나 주제에 대하여 짧게 정보 전달만을 해주는 시집이 많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는 이런 저런 사유로 시를 짓게 되었습니다. 라는 코멘트가 붙어있는 시들이 꽤 있었다. <이태원시리즈1>번인 <장밋빛 인생>이라는 시도 그렇다. 시인과 댓글을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다. 이태원에서 그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 주는 느낌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고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찾다보면 제목이 아래에 있다거나 하는 책의 집필 방식이 독특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권태>라는 시의 한 대목으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 숨쉬는 걸 잊고 사는 것처럼> 이라는 말에서 내가 느끼는 권태로움도 지금의 이 지난한 세월도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사랑과 이웃을 보는 따듯한 시각이 담겨있는 시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아직 나는 열병의 단계지만 언젠가는 적당한 온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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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을 회복하는 연습 - 후회와 미련은 접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두뇌 재훈련 프로젝트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안솔비 옮김 / 서삼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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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을 회복하는 연습 -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20238월에 만난 책 중 최고를 꼽으라면 <멘탈을 회복하는 연습>이 되겠다. 제목처럼 멘탈이 깨졌거나 너덜너덜해진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왜 멘탈을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접근하면서 <실전 트레이닝>을 같이 할 수 있다. 책의 두께는 얇은 편이며, 또 뭐 감사일기나 계속 쓰라고 하는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두 번 이상 정독했다. 나의 독서스타일이 속독인 것에 비하면, 얼마나 이 책이 마음에 들었는가 하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들어가는 장부터 사람들이 멘탈이 부서지는 경우를 크게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인간관계(가족, 배우자, 친구 등), 몸과 마음의 건강, 자기성장(교육적, 정서적, 정신적 측면),경력문제(사업이나 이직 같은 도전을 포함), 재정적 문제이다. 내가 이번에 멘탈이 털린 것은 세 번째인 자기성장을 제외하고 4가지가 모두 복합적으로 해당되었다. 인간관계부터가 와장창 깨졌고, 그로 인해서 잠을 못자면서 체중감소와 건강이상이 같이 왔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했다. 마지막으로 이직이 순조로웠지만 재정적 문제가 같이 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아무튼 멘탈 회복의 첫 순서이자 가장 핵심은 <놓아주기>이다. 어떻게 하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은 많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바닥을 치지 않고서는 못 올라오는 사람, 분노에 매일 이불킥을 하는 사람 등 감정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게 된다. 나만해도 오늘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서 꿈에도 나왔다. 이제 잊을 만도 한데,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하니 아직도 좀 분한가 보다. 생각해보면 나도 이용한 건데, 너무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 탓을 하는게 편해서 계속 이렇게 생각하는 거로구나 하고 현실을 좀 더 직시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나를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결과를 두고 보면 내가 선택했을 때 훨씬 더 많은 나의 희생이 저당 잡히는 문제였는데, 지나고 나니 좋은 점만 떠오른다는 챕터에서 완전 공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나서 헤어졌거나, 이직을 했는데 시원찮아서 그 전 회사가 좋아보이는 경험들 있지 않은가.

과거의 경험들을 미화시키는 것일 뿐, 내가 헤어짐이나 이직을 결심한 것 모두 <이것 외에는 다른 해결방안이 없었다> 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이 방법이 최선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나는 내 가치관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 그게 지금의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감정의 배출구를 찾아 기분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위치를 부정적 감정의 집착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억지로라도 하게 만들면서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고리를 끊는 연습을 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꼭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한적한 도로(절대 막히면 안됨.스트레스 더 받음) 드라이브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책에서 내가 기분 좋아지는 활동을 5가지 찾아보라고 했는데, 확실하고, 지속 가능하고, 단순하고, 쉬운 활동이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최소한의 계획이나 지출로 내가 원할 때마다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괴로울 때 금세 떠올릴 수 있도록 적어두라고. 그래서 이번 주에 바로 700킬로미터 정도를 국토대장정처럼 드라이브 하고 왔다. 그랬더니 마음이 비워지고, 가보고 싶은 곳도 가보게 되니 12조더라. 이렇게 다양한 방법론 제시에 따라 멘탈을 회복해가는 연습을 계속 해갈 예정이다. 이후에 작가의 먼저 나온 책인 <멘탈이 강해지는 연습>도 읽으며 회복에서 강화까지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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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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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 루하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표지는 신비로운 고양이 그림이 에폭시로 그려져 있다. 이는 미다스의 수집사이자 낮에는 고양이로 지내고 밤이 되면 인간으로 변하는 <묘연 아가씨>를 표현한 것이다. 주인공인 문이안은 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생활고와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갑자기 30억이라는 돈에 현혹되어 미다스에서 밤이슬을 수집하는 집사직에 수습을 승낙하게 된다. 어머니가 찾아가라고 했던 문현남이라는 할아버지가 자살 직전 만났던 사람이라니 어찌 이리 아다리가 딱딱 맞을 수가 있을까.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사람들 간의 <인연>이라고 읽혔다. 재석집사가 못된놈을 구해준 것도. 어머니까지도 두들겨 패는 못된 놈을 처단하려다가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 사람도. 그리고, 부모와 자식, 그립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 그리고 나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도 결국 이해하고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인연 말이다.

앞서 묘연과 이안이 티키타카를 하는 장면이 서로의 다른 마음들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이안이 수습집사가 되면서 문집사의 빚을 탕감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계약서 작성에 대한 노하우를 주고받는다. 이것도 나중에 복선이 될 줄이야. 아무튼 무슨 계약이던지 간에 조사까지도 꼼꼼하게 봐야한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상황에서도 그게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름. 밤이슬 수집사가 해야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때론 길기도 짧기도 한데, 그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후회의 눈물을 집사들은 <이슬>이라고 부른다. 루인들의 앞에서 친구나 아는 친근한 사람의 모습으로 집사들이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연스럽게 삶의 회한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그러면 호리병에 담기는 푸른 액체. 그것이 바로 영롱한 밤이슬이다. 이 이슬이 미다스에서 적정한 온도로 발아하게 되면 생명의 씨앗이 된다. 이승에서 낫지 않는 병도 낫게 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힘이 담긴 것이다. 밤이슬 수집사의 세계관은 이밖에도 백로 징벌소와 천수록이 인상 깊었다. 유언을 남기고 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천수신선이 그 말을 대신 적어준다 하니, 나도 <천수록>의 한 대목을 읽어봤으면 하고 생각했다. 결국 인연도 삶도 죽음도 사람들 사이의 일이다. 끝까지 어떤 것이든 마무리가 된다고 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어진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흘린 회한이 새생명의 씨앗이 되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지키고 싶은것도 그 어떤게 나에게는 후회로 남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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