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장정환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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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사말추) - 장정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60여편의 시를 만났다. 시인의 가이드처럼 어느 부분을 읽어도 되는 시집과 다르게 기승전결의 느낌을 담아서 준비했다고 하니, 앞 부분부터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방식을 권한다. 나는 누가 뭐래도 사랑이 마음속에 많은 사람이니 맨 먼저 만난 사랑 파트가 좋았다. 그리고, 나의 경우 타이틀 시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이너한 시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사랑해요...말에 몸살이 나 추스를 수 없을만큼 (이하 :사말추)> 에서는 <열병>이라는 시가 제일 좋았다. 제목의 내용이 제일 마지막 연이다. 그렇지만 나는 앞부분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다.

(앞 생략)

칼은 뭐든 베어버려도

그 집은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은 나를 조련하고,

나는 당신을 애증합니다

(이하 생략)

세상 잘난 뭐든지 베어버리는 칼이 존재해도 하나만큼은 칼집에서만큼은 온순히 있을 거라고. 천둥 벌거숭이 같은 사람도 한 사람에게만큼은 정착하고 온전히 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내가 아닌거겠지. 혹은 그런 칼이 아닌거겠지 하고 생각했달까. 그렇지만 마지막은 요행을 계속 바라는 나라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언제쯤 이 생각의 고리가 끝날까 계속 생각한다. 시인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겠지. 그런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제목이 <열병>이 아니겠는가. 열병이란 것은 곧 이 열이 멈추고 언젠가는 삶의 평온함으로 돌아오기 전 특수한 상태라는 뜻. 그러니 이런 마음가짐을 계속 가지고 갈 수는 없다는 말로 이해했다.

사랑 테마 이외에도 이 시집의 독특한 점이라면, 보통 시어 중에서 잘쓰이지 않는 말이나 주제에 대하여 짧게 정보 전달만을 해주는 시집이 많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는 이런 저런 사유로 시를 짓게 되었습니다. 라는 코멘트가 붙어있는 시들이 꽤 있었다. <이태원시리즈1>번인 <장밋빛 인생>이라는 시도 그렇다. 시인과 댓글을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다. 이태원에서 그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 주는 느낌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고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찾다보면 제목이 아래에 있다거나 하는 책의 집필 방식이 독특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권태>라는 시의 한 대목으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 숨쉬는 걸 잊고 사는 것처럼> 이라는 말에서 내가 느끼는 권태로움도 지금의 이 지난한 세월도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사랑과 이웃을 보는 따듯한 시각이 담겨있는 시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아직 나는 열병의 단계지만 언젠가는 적당한 온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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