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는 마음 - 문화예술 변호사 박주희의 예술 같은 나날들
박주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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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마음 박주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인 작가의 에세이다. 책 표지의 그림처럼 몰랑몰랑한 글들과 법조인으로서 느끼는 살벌하기까지 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곁들였다. 물론 나 역시 인생에 변호사를 만나본 경험이 없기에 변호사들의 일상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맨 처음 등장한 에피소드처럼 강제로 사람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 직업임은 자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물어보는 일에 대한 직업적 소명에서 자신이 다치지 않을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이 맨 처음 등장한 것만 봐도 멋졌다. 작가는 이를 <납작하게 바라보기>라고 이름붙였다. 내가 새벽 2시반에 온 12개의 메시지로 방해를 받았는지 >> 아니오. 심각한 사안인지>> 아니오. 팩트체크가 끝났다면 아침 시간의 알람 확인으로 상대가 보낸 무신경함 (혹은 그 딴에는 절실함) 때문에 화를 내고 하루를 망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업을 하거나 매일의 결정이 많은 직업의 사람들은 특히 이런 자세를 가지는 것 같다. 계속해서 결정하고 지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가지 일 때문에 나머지를 망칠 수는 없다는 효율적 마인드라고 할까.

이렇게 바쁜 변호사도 의외의 취미생활에 몰두한다고 한다. 책에서는 <화과자를 빚는 일>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팥을 불리고 앙금을 만들어서 화과자를 빚는다. 팥앙금의 수명은 설탕만 들었으므로 고작 이틀이란다. 꼬박 10시간을 정성들여야 나오는 화과자라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백화점 매대에서 예쁘게 놓여있는 것만 봤기에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줄도 몰랐다. 이런 손끝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직업적으로 느끼는 불안을 해소한단다. 이외에도 킨즈기 등을 해왔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킨즈기의 이야기도 다뤄줬으면 했다. 실제로 금간 도자기를 붙이거나 더 아름답게 금박으로 수리하는 일인데, 작가의 직업적인 면과도 닮아있다고 느꼈다. 누군가 마음에 생채기를 내면 깨질 듯 아프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킨즈기 같은 수리법이 아니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집에 가면 20호 크기나 되는 자신의 초상화가 있단다. 본인이 나르시스트라 그런 것은 아니고, 의뢰인의 선물이었다. 교수의 소개로 작가의 커스터마이징을 해준 학생은 자신의 작품을 빼앗겼다고 돌려달라는 소를 제기했지만 패소했단다. 그놈의 증거불충분(혐의없음). 그렇지만 의뢰인이 나중에 자신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주며 변호사님 덕분에 다시 붓을 들 수 있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선물이었다. 한 사람이 사람을 위해 치유받고 다시 소생되는 느낌을 받았다.

현 작가의 전시에서 암전처럼 어두운 전시 상태를 원하는데 소방법 상 비상구 등을 켤 수 밖에 없다는 말은 예술가와 법률가의 언어가 이다지도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법을 이기지 못한 작가가 수긍하긴 했지만. 서로 변호사가 법정에서 돌아다니며 진술하는 것 때문에 법정드라마를 못보는 작가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작가들도 영감에 의해 일필휘지 하는 것은 아니라며.

마지막의 말처럼 자신은 예술의 언어를 법조인의 언어로 풀어서 번역해주는 다리 같은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한쪽에서는 당연하거나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들도 법리적으로 해석하고 둘 다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 해준다. 이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변호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제목처럼 앞으로도 계속하는 마음을 가지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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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 60부터는 외모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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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 와다 히데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의 50%이상이 60대의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60대들의 신체적 고민과 노화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많다. 유난히 젊어보이고자 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타입도 있다. <60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을 읽기 전에는 젊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좀 주책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의욕이야 말로 외모 나이가 젊어지는 치트키라고 한다. 사별하신 분들이라면 이성간의 만남으로 기분좋은 설렘을 가져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와다 히데키의 전작인 <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에서는 본업인 노인 전문 의사의 냉철함이 돋보였는데, 이번 책에서는 좀 더 한명의 노인으로서의 작가를 만난 것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냐 수트를 이야기 하면서 좋은 옷을 자신을 위해서 사서 입으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늙고 병들어서 침대에 있게 되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면서. 또한 좋은 옷으로 사교적인 만남의 자리에도 참가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줄어드는 노령기에 좀 더 활발하게 사람들과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지금 연금을 받는 세대는 역시 버블 시대의 꽤 돈을 벌어놓은 노년층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의 10%정도는 좋은 옷과 자신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해 보라는 말에서 놀랐다. 나만 해도 아직은 그렇게 좋은 옷을 구매하기 망설여져서 패스트패션 위주로 사고 있다. 아직은 젊으니 괜찮겠지만 저렴한 옷들로만 채워진 옷장으로는 노년에 조금 궁상맞아 보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꼭 미용시술을 하라거나 (여유가 있으면 해도 됨) 값비싼 옷을 사라는 조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전작을 읽은 나의 경우 지금 노년층의 소비가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저자의 주장과 결이 같아서 그런 말이 더 나오지 않나 한다.

또한 노년기가 될 수록 체중 1kg1~1.2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하루 300g이상의 고기를 섭취하는데 비해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는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인상이나 탄력 모발, 손톱 등 보여지는 신체의 푸석함이 나타난다면 단백질 부족이 있을 수 있으니 꼭 더 챙겨서 먹으라는 조언이 좋았다. 자기가 만나본 많은 노년 환자들 중에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젊어보였다면서 말이다.

또한 노년의 품격으로 대화의 기술을 들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라떼를 시전하거나, 내가 했던 모든 경험이 맞다는 식의 맨스플레인을 대화법으로 사용하게 된단다. 이렇게 되면 점점 더 사람들과 만났을 때 소외될 수 있으니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잘 해보라고 했다. 자신도 매일같이 쓸데없는 공상을 하면서 이야기를 생각해 낸단다. 저자가 들려준 서민 와인을 마시는 미국인이 와인 평론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들었다. 나였어도 보르도의 산지를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나이는 누구나 들지만 의욕있고, 젊게 살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액면가보다 더 젊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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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하는 것 - 최고의 마케터가 찾아낸 1만 일잘러의 비밀 5가지
아다치 유야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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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하는 것 - 아다치 유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늘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받았다. 과학적이라고 하면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이야기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 꼭 이과적 정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질문이었는데 같이 생각해 주면 좋겠다. 상사와의 대화였기에 내가 한 의사전달이 의미에서는 맞을 수 있겠지만 다른 면에서는 지는 대화를 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보름달과 정월 대보름의 달 중에서 큰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물론 달의 크기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있고! 슈퍼문이 되는 공전 궤도의 가까워짐에 따라 정월 대보름달이 크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사가 원하는 대답은 어차피 달의 크기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똑같다는 대답을 듣고 싶으셨나보다. 결국 그건 알지만 보이는 것은 다르다는 의견의 합치까지 갔지만 이유 없는 설전이 되고 말았다. 근본의 달라짐이 없는 것을 초첨에 두느냐,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원인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른 이야기였다. 내가 회사에서 제일 많이 소통을 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1년 넘게 이 모양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니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긴 틀린 것 같다. 결과적으로 상사는 내가 똑같다면 똑같은 줄 알아야지! 하고 호통을 치는 선으로 마무리 되었으니 나는 어리둥절 할 수 밖에.<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하는 것>에서 나 같은 벽창호를 위한 대화 팁을 제시했다. 대화를 잘 하려면 딱 2가지만 잘 기억하면 된다고 한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것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란다. 어떻게 보면 아부의 기술이 아닌가? 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경청의 자세를 취하면서 상대방이 먼저 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의견이 다른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다.

또한 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하는 것으로는 특히 결단력을 꼽았다. 일을 하는 곳에서의 대화는 반드시 <요구사항>이 들어간다. 문서를 처리하라, 신청하라, 반려하겠다. 요청하겠다. 요구사항이 없는 말은 회사에서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 또한 상하 관계와 듣는 사람 중심의 말하기가 요구된다. 그렇기에 결론부터 말하고, 상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예의를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앞선다느니 일을 방만하게 한다느니 하는 모순적인 말을 계속 듣고 있는 시점에서 와닿는 말이 있었다. 알아서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바운더리 안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또한 그 권한 안에서 행동한다고 해도 보수적인 사람은 반감을 가질 수 있으니 그것까지 배려하면서 일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가진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바운더리 체크를 하는 것을 이달의 목표로 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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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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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성혜령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간편하게 외출하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설집이라 <트리플>시리즈를 좋아한다. 시집 같은 소설집이라고 할까.

이번에는 트리플의 29번째 책을 만났다. 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을 만나왔던터라 역시 기대했고, 만족했다.

단편 3편의 묶음이지만 <산으로 가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다. 넓게보면 단편 모두의 이야기가 <>이라는 공간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귀환>, <꿈속의 살인>, <원경> 이다. 최근 다시 시작된 끔찍한 불면증으로 <꿈속의 살인>의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제일 공감했다. 물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예지몽을 꾼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친한 친구 나겸이 죽어나가는 꿈을 꾼 이후 냄새나는 직장동료에 빗살무늬 금반지를 낀 죽음까지 보았다. 언제나 죽음과 삶이 공존해 있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그 거리감은 느끼기 힘들다. 왜냐 나는 살아있으니까.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게 계속적으로 실현되면 얼마나 끔찍하겠나. 나때문이 아니지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엄마와 투닥거리고 바람난 젊은 내연녀 때문에 아직까지도 노화에 집착하고, 전세사기를 당하고 군식구처럼 딸 집에 머물러도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죽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필요없는 건 버리면 된다는 산속 마을의 주인의 대화가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그렇다 세상에는 필요없는 것은 버리면 심플해진다. 인생도 집도 마음속도.

꿈속의 살인을 포함해서 산속에는 참 다양한 것들이 있다. 살처분한 돼지들도 있고, 버섯 집도 있고, 돈이 될 만한 것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 산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단절을 의미하는 공간이고, 거리를 두는 곳이지만 생각나서 찾아가고 싶은 장소이기도 할만큼.

<귀환>은 약간 이야기의 틀이 82년생 김지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지영씨가 빙의된 것과 이집 아들이 빙의된 것은 좀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후 이야기가 젠더화 되며 흘러가는 느낌이라 이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원경>에서는 내가 입버릇처럼 지금부터 20년 동안만 행복하게 같이 살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 이렇게도 들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유방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고심하던 여친(원경)을 차버리고 나서, 췌장암에 복막전이까지 되어버린 주인공 신오의 마음을 이해했으니까. 내 짝과 백년해로 하고 싶은 알량한 마음 때문에 그녀를 버렸는데 왜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생각했을 사람. 염치 없지만 그 때의 속죄를 위해서 5년만에 찾아간 원경. 둘이 이렇게 금방 만나게 된다고? 잘지내? 한마디에? 만나서 뜻하지 않은 보물찾기를 하지만 실제로 원경의 생각을 듣고 나서 더 어떻게 자기합리화를 했을지 무척 궁금했다.

산에는 모든 것이 있고, 숨어있을 수 있다. 그 숨어버린 것에 대해 찾을 용기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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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운다
안영실 지음 / 문이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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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운다 - 안영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대표작인 <늑대가 운다><여자가 짓는 집>이 인상깊었다. 책의 많은 부분이 폭력과 단절 그리고 희생과 불합리함이 녹아있다. 따뜻한 이야기들 보다는 그러한 현실에 처해있는 사람과 나는 그런적이 없었던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다.

특히 <여자가 짓는 집>은 본인이 실제로 실랑이가 벌어진 여자와의 싸움마저도 나는 환시처럼 느껴진다는 느낌일 받았다. 나는 남편(J)와 지하철을 타고 결혼식장에 가고있다. 머리도 했고 남편의 트라우마의 장소이긴 하지만 지하철을 함께 탄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남편에 대한 서사가 먼저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지하철에 타있는 키 180의 부숭부숭한 다리에 빨간 킬힐을 신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솔직히 그 사람이 어떤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앉은 모습이 여자일거야 남자일거야, 울대가 보이니 남자가 맞아 하고 계속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도 내 눈에 여장남자인게 분명한 사람이 있다면 특이하네 하고 생각하긴 하겠지만 이 정도까지 재단할까 싶었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남편은 결국 돈을 벌겠다고 영업직으로 나섰다가, 배포를 키운다는 트레이닝을 위해서 전철에서 큰 소리로 담력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가 갑자기 운동선수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그 이후로 성악가를 꿈꿨지만 그가 말도 잃어버리고 게임 속에서만 살게 되어 육아와 돈을 버는 일까지 전부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부모님께서 저딴 놈을 만나기 전에 네 눈에 동태껍질이나 벗겨내라고 하셨다는데, 어떻게 딸내미 고생시킬 놈이라는건 한눈에 알아보신건지. 그렇지만 그렇게 온전치 못하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어도 남편에게 의지했고, 그가 건네는 말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손길 한번이면 만족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딱한 사람이기도 하다. 더 많은 애정과 사랑이 필요했을 텐데, 직장내에서도 남들의 뒷담화에도 끼지 않는 선을 두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타인과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봤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영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안그래도 각박한 세상 힘들게 일하는데 남들의 안주거리가 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는 알량한 자존심이었을까. 소설은 짧은 지하철 안에서 사람을 관찰하고 부대끼고 사소한 시비가 붙는 잠깐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하나의 서사를 울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었다. 다들 어디론가 실려가지만 그 여자가 살고 싶은 삶은 그런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빨간 킬힐도 마찬가지다.

대표작인 <늑대가 운다>는 웃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녜르가 몽골에서 와서 남편에게 여러모로 수모를 당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에 젊은 와이프랑 결혼해서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겠네 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소름이 끼쳤다. 그냥 부르기만 종년처럼 부른게 아니었다. 시커먼 속셈을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과의 삶은 도망치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이주자들의 삶의 안타까운 면이 그려졌다. 간병인들로 확실히 외국인들이 많이 고용되고 있는 점도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책을 읽으며 참 세상에는 다양한 폭력이 존재하고, 그 와중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함을 느꼈다. 잔잔한 폭력의 시대인가.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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