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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운다
안영실 지음 / 문이당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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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운다 - 안영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대표작인 <늑대가 운다>와 <여자가 짓는 집>이 인상깊었다. 책의 많은 부분이 폭력과 단절 그리고 희생과 불합리함이 녹아있다. 따뜻한 이야기들 보다는 그러한 현실에 처해있는 사람과 나는 그런적이 없었던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다.
특히 <여자가 짓는 집>은 본인이 실제로 실랑이가 벌어진 여자와의 싸움마저도 나는 환시처럼 느껴진다는 느낌일 받았다. 나는 남편(J)와 지하철을 타고 결혼식장에 가고있다. 머리도 했고 남편의 트라우마의 장소이긴 하지만 지하철을 함께 탄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남편에 대한 서사가 먼저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지하철에 타있는 키 180의 부숭부숭한 다리에 빨간 킬힐을 신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솔직히 그 사람이 어떤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앉은 모습이 여자일거야 남자일거야, 울대가 보이니 남자가 맞아 하고 계속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도 내 눈에 여장남자인게 분명한 사람이 있다면 특이하네 하고 생각하긴 하겠지만 이 정도까지 재단할까 싶었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남편은 결국 돈을 벌겠다고 영업직으로 나섰다가, 배포를 키운다는 트레이닝을 위해서 전철에서 큰 소리로 담력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가 갑자기 운동선수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그 이후로 성악가를 꿈꿨지만 그가 말도 잃어버리고 게임 속에서만 살게 되어 육아와 돈을 버는 일까지 전부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부모님께서 저딴 놈을 만나기 전에 네 눈에 동태껍질이나 벗겨내라고 하셨다는데, 어떻게 딸내미 고생시킬 놈이라는건 한눈에 알아보신건지. 그렇지만 그렇게 온전치 못하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어도 남편에게 의지했고, 그가 건네는 말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손길 한번이면 만족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딱한 사람이기도 하다. 더 많은 애정과 사랑이 필요했을 텐데, 직장내에서도 남들의 뒷담화에도 끼지 않는 선을 두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타인과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봤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영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안그래도 각박한 세상 힘들게 일하는데 남들의 안주거리가 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는 알량한 자존심이었을까. 소설은 짧은 지하철 안에서 사람을 관찰하고 부대끼고 사소한 시비가 붙는 잠깐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하나의 서사를 울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었다. 다들 어디론가 실려가지만 그 여자가 살고 싶은 삶은 그런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빨간 킬힐도 마찬가지다.
대표작인 <늑대가 운다>는 웃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녜르가 몽골에서 와서 남편에게 여러모로 수모를 당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에 젊은 와이프랑 결혼해서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겠네 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소름이 끼쳤다. 그냥 부르기만 종년처럼 부른게 아니었다. 시커먼 속셈을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과의 삶은 도망치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이주자들의 삶의 안타까운 면이 그려졌다. 간병인들로 확실히 외국인들이 많이 고용되고 있는 점도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책을 읽으며 참 세상에는 다양한 폭력이 존재하고, 그 와중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함을 느꼈다. 잔잔한 폭력의 시대인가.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