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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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성혜령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간편하게 외출하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설집이라 <트리플>시리즈를 좋아한다. 시집 같은 소설집이라고 할까.

이번에는 트리플의 29번째 책을 만났다. 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을 만나왔던터라 역시 기대했고, 만족했다.

단편 3편의 묶음이지만 <산으로 가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다. 넓게보면 단편 모두의 이야기가 <>이라는 공간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귀환>, <꿈속의 살인>, <원경> 이다. 최근 다시 시작된 끔찍한 불면증으로 <꿈속의 살인>의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제일 공감했다. 물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예지몽을 꾼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친한 친구 나겸이 죽어나가는 꿈을 꾼 이후 냄새나는 직장동료에 빗살무늬 금반지를 낀 죽음까지 보았다. 언제나 죽음과 삶이 공존해 있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그 거리감은 느끼기 힘들다. 왜냐 나는 살아있으니까.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게 계속적으로 실현되면 얼마나 끔찍하겠나. 나때문이 아니지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엄마와 투닥거리고 바람난 젊은 내연녀 때문에 아직까지도 노화에 집착하고, 전세사기를 당하고 군식구처럼 딸 집에 머물러도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죽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필요없는 건 버리면 된다는 산속 마을의 주인의 대화가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그렇다 세상에는 필요없는 것은 버리면 심플해진다. 인생도 집도 마음속도.

꿈속의 살인을 포함해서 산속에는 참 다양한 것들이 있다. 살처분한 돼지들도 있고, 버섯 집도 있고, 돈이 될 만한 것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 산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단절을 의미하는 공간이고, 거리를 두는 곳이지만 생각나서 찾아가고 싶은 장소이기도 할만큼.

<귀환>은 약간 이야기의 틀이 82년생 김지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지영씨가 빙의된 것과 이집 아들이 빙의된 것은 좀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후 이야기가 젠더화 되며 흘러가는 느낌이라 이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원경>에서는 내가 입버릇처럼 지금부터 20년 동안만 행복하게 같이 살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 이렇게도 들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유방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고심하던 여친(원경)을 차버리고 나서, 췌장암에 복막전이까지 되어버린 주인공 신오의 마음을 이해했으니까. 내 짝과 백년해로 하고 싶은 알량한 마음 때문에 그녀를 버렸는데 왜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생각했을 사람. 염치 없지만 그 때의 속죄를 위해서 5년만에 찾아간 원경. 둘이 이렇게 금방 만나게 된다고? 잘지내? 한마디에? 만나서 뜻하지 않은 보물찾기를 하지만 실제로 원경의 생각을 듣고 나서 더 어떻게 자기합리화를 했을지 무척 궁금했다.

산에는 모든 것이 있고, 숨어있을 수 있다. 그 숨어버린 것에 대해 찾을 용기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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