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기 변호사의 특별법 이야기
정원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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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기 변호사의 특별법 이야기 - 정원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세상에 법 없이도 살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오늘 퇴근하고 오는 길에도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으로 내 앞을 달려오며 결국 분노만 일으키고 인도로 쏙 사라진 오토바이를 보면서 도로교통법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물론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까 하고 넘어갔지만 여차하면 누구 인생을 망치려는 것인가 하는 적개심이 든다. 이렇듯 법은 내가 당사자가 될 그 상황이 되어서야 어떻게 되는거지 하고 찾아보게 되는 가이드라인 인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이건 절도인가, 배임인가, 횡령인가 늘 확인하고 사는 사람은 없듯이 말이다.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물어보면 물건을 훔치는 것이 나쁜 짓이란 건 안다. 그렇지만 법의 논리에서 상충하는 사건들이 생기는 요즘 법의 유연성을 위해서 특별법이 많이 생기는 추세다. 책에서도 알려주듯이 특별법은 개정 주기가 빨라 사회의 현실이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생물적인 성격이 있다고 한다. 제일 많이 개정하는 것은 세법이겠지만, 사람들이 적용받는 일반법보다 특별법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알아둘 필요성이 있다. 게다가 특별법은 특수한 사건이나 이슈가 발화되어 생기는 법들이기 때문에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맨 처음 등장한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김영란법>이다. 이 법이 등장하면서 그 많던 촌지가 싹 사라지게 했다는 썰이 있다. 음식접대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선물 10만원으로 정해진 3-5-10제도였다. 책을 읽기 전까지 23829일 개정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차이가 생긴 점은 선물 한도가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제 3*5=15 이렇게 외워두면 좋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이 하는 농담처럼 대가없는 소고기는 없다고, 호의는 돼지고기까지라지만, 이제 그 돼지고기조차 1인분에 2만원 가까이 하는 식당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의도없는 식사를 대접 할려면 김밥집밖에 모시고 가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이제 댓가없는 음식은 돈까스까지예요 이런 말이 나오게 될려나.

책에서는 김영란법을 비롯해 10가지의 특별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잘 몰랐던 <집시법>에 관한 내용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검법>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다른 법들도 물론 사안이나 의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조금 더 깊은 내용이라 많이 다뤄져서 나에게는 익숙하고 이해가 간다는 뜻이다.

먼저 <특검법>은 권력형 비리를 잡아내기 위해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1999년부터 실행된 제도다. 대표적으로 2008년 삼성 비자금과 BBK의혹 등이 조사된 바 있다. 그렇지만 특검법으로 큰 이슈를 만들고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도 많다. 미국의 영향을 받아 신설되었지만 클린턴 외도이슈를 사생활 측면으로 파내면서 미국은 특검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한국은 개선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상설특검법의 경우 수사기간은 임명일로부터 최대 110일로 정해져 있다. 임명일로부터 20일은 수사 준비를 하고, 60일 동안 수사 완료, 대통령의 승인 후 20일간 한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집시법>은 촛불로 이뤄낸 많은 것들과 물려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들었다. 정확한 명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다. 집회와 시위가 아니다. 현직 변호사의 작성 답게 집회와 시위의 정의를 확실히 짚고 넘어갈 수 있었다. 집회는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다. 시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을 보이며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한다. 확실히 공공장소에서 위력을 보인다면 시위인 것이다. 피켓을 들고 하는 건물 앞(보통 법원, 대기업 앞)1인 시위의 경우에는 1인은 다수도 아니며 이동하지 아니하므로 집시법 상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공권력에 저지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어떤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현재 집시법은 소음관련 규정 위반 시에만 처벌할 수 있다. 주거지의 경우 낮에 65데시벨 이상이면 처벌 할 수 있다. 그러나 꼼수처럼 집회 시간 내내 소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1분은 큰소리를 내고 9분은 조용히 있는 등의 방법으로 처벌을 피해가기도 한다고 한다.

각각의 특별법들이 생겨난 이유와 쟁점들을 대화형식을 통해서 매끄럽게 알려주고 각 장의 마지막에 놓치기 쉬운 논점을 정리해주어 읽기 편하면서도 핵심을 잃지 않아 좋았다. 나처럼 법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법률서였다. 더 많은 사회현상이 특별법이 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물음은 있지만, 시대가 원한다면 생겨나게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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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기 수달 - 버터, 솔티, 메이, 오뜨와 함께하는 행복 찾기 여행
신재현 지음, 이웃집 수달 사진 / 처음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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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기 수달 신재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에게 수달이란 애니메이션의 보노보노가 제일 친숙한 이미지인 것 같다. 파란색 느긋한 보노보노 거기에 조개를 소중히 안고 있는 모습. 이번에 35만 유튜버인 이웃집 수달과 신춘문예 동화 작가인 신재현님이 콜라보 한 <행복한 아기 수달>이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셈이다. 동화책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버터, 솔티, 메이, 오뜨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웃집 수달> 채널을 보러가게 되더라. 엄마 모카, 아빠 토피의 뒤를 따라서 늠름하게 수영하는 모습들을 보니 <행복한 아기 수달> 때보다 많이 자란 티가 보였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왜 이렇게 나는 랜선으로 동물들 채널을 많이 보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들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화책이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고, 수달이라는 동물의 어린 시절을 사진과 함께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기 때문에 아기들에게 좋을 것 같다. 특히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수달의 손(엄밀히는 앞발)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는데, 앙증맞은 손가락 사이에 야무지게 물갈퀴가 달려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얼마나 매만져봤는지 모른다. 사람처럼 손가락은 5개다. 그리고 앞서 보노보노 캐릭터를 이야기 했듯이 수달은 먹이를 손으로 쥐고 먹는다. 수달은 먹이를 먹기 전에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는데, 이를 사람들이 봤을 때는 경건하게 기도하며 먹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수달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연어라고 한다.

동화의 내용은 아기수달 4형제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최근 어떨 때 행복한가 하면 추운 겨울이다 보니 전기장판 위에서 시시한 유튜브를 보며 귤을 까먹을 때가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지점인 것 같다. 이 정도에도 행복을 느끼다니! 행복은 뽀송뽀송한 이불 같은 것이라는 표현이 너무 예뻤다. 확실히 그 속에서 헤어나오고 싶지 않은 것 그게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기 수달들도 크게 다른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인지, 예쁜 옷을 입을 때인지, 친구들과 신나게 놀 때인지 말이다. 그렇지만 결국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행복하다는 진리가 도출된다. 함께여서 행복한 그 마음이 아마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뿌리가 아닐까 한다.

귀여운 아기 수달들이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계속 영위하기를 바라면서, 가끔씩 랜선이모로서 채널에 들러 많이 팬심을 드러내야겠다. 동화책의 내용은 가족간의 시간이었으니 이렇게 한해를 마무리해가는 시점 머쓱한 사이라면 붕어빵이라도, 케이크라도 하나 사서 오순도순 가족들과 나눠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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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치의 인생 2막
버들치 지음 / 진서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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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치의 인생2버들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연일 사람들은 한해의 마지막을 이루지 못했던 일들로 이야깃거리 삼고 있다. 그 화두는 단연 <>일 터.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이나 특별한 노력을 못한 것 보다는 그냥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하는 (그런데 왜 못벌었지) 흥청망청의 분위기가 연말에는 제일 많이 녹아드는 것 같다. 이런 연말을 대비해서 11월 말부터 다가오는 새해에 기술을 하나 더 따기 위해 내일배움계좌제로 <지게차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준비했다. 사용 기간이 지나버린 내일배움카드를 연차를 내고 가서 은행에서 재발급을 받고, hrd(노동부)에서 수강할만한 학원을 찾아보고, 수강 등록도 했다. 결국 지게차는 사비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시간절약이 된다는 말로 포기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직 지게차운전을 배우는 것은 진행 중이다. 사무직이지만 기술로 먹고살며 월 400월급을 꿈꾸는 사람이 바로 <버들치의 인생 2>의 작가 버들치이다. 작가는 남들이 들으면 당연히 전업 투자를 꿈꿀만한 증권맨으로 33년을 먹고 산 그야말로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런데 본인은 실제로 퇴직하고 전업 투자를 할 생각은 첫 번째로 버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계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워렌 버핏 정도일까. 투자의 세계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능을 통해 먹고 사는 일에 대한 니치시장을 잘 알았기에 여러 가지 종목에 도전해본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래서 그 경험담과 여러 과목을 배운 경험담이 주를 이룰 줄 알고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의외로 많은 면적이 <투자서> <투자에 관한 철학>이 담겨있다. 나처럼 기술인으로서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읽으면 조금 의외다 싶겠지만, 인생 2막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담보되는 것은 자력과 경제력이니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먼저 내가 관심 있어 했던 기술을 배워 취직해본 경험썰이 앞에 나와있다. 솔직하게 어떤 업종인지 2교대인지 3교대인지 업무의 특성상 어떤 부분이 고된지 정말 솔직하게 써있다. 업에서 종사하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말이다.

지하철 시설관리부에서는 생각보다 화장실 막힌 걸 뚫는 일이 주된 일과라던지, 조경관리업무를 하다보면 전지를 무리하게 하다보니 어깨 인대를 조심해야 한다던지 하는 것이다. 보기에는 소장님 하고 불려서 좋아 보이는 주택관리사 취득해서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는 것도 생각보다 인맥이나 청탁금을 필요로 하고 말이다. 배워서 취득한 자격증도 많다. 굴삭기, 지게차, 전기기능사, 소방안전 등등 11가지에 달하는 기능을 습득한 일지가 앞과 부록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특히 이번 책으로 미장 중에서도 아파트 미장을 하는 사람들의 일 시스템을 알게 된 것이 독특했다. 절대 인맥 없이는 아파트 미장을 따라다닐 수도 없겠지만 월1천만원의 고소득 가능한 직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장을 하기위해 콘크리트를 쏴줘야 하는 기계팀과 미장팀이 같이 움직여야 하고 시멘트를 양생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번호에 따라 일 마감 시간이 훨씬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도배나 타일처럼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직종이 아니고 미장 사장님을 따라다니며 도제식으로 일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뱃일보다 힘들고 일 배우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허리를 계속 숙이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디스크나 허리관련한 통증이 상당한 것 같다. 보통 난이도는 아파트가 더 있고 60대 미장공은 실력이 있어도 조금씩 밀려나 빌라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타일기술자 관련해서는 나도 국비지원 학원이 근처에 있어서 알아보았는데, 손 관절 질환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오와 열을 맞추는 작업이 있어서 즐거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작업하는 공구의 수가 많고 먼지도 많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다 안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쓴 것 같지만 기능공의 세계는 일한만큼 벌어가고 사무직에 비해 기능공과 비기능공의 임금격차가 놀랄 만큼 크지는 않다고 한다. 아마 최저임금과 연봉 1억 이상자의 차이 정도를 말하는 것이겠지. 대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이 박힌다는 말처럼 처음에는 보조기공 정도의 실력이었더라도 타이탄의 법칙처럼 계속 일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평준화는 이뤄진다고 한다. 지금 퇴직하기 멀지 않은 사람들이 기능공으로서의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다 읽고 나서 지금 다음 도전은 지게차지만, 더 유용하고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은 어떤 게 있을지, 실제적으로 내 체력으로 할 만한 직종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어서 만족한다. 전기기능사가 폭넓게 사용되니 그것을 준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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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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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 김은미 외3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주도에는 한라산도 있고 수많은 오름이 있다. 많이 알려진 오름으로는 불놓기 행사로 유명한 새별오름, 분화구가 달처럼 생긴 다랑쉬오름 등이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제주도를 가는 동안 어승생 오름은 들어본 적이 없을까에 대한 생각이 제일 컸다. 그냥 제주에 있는 작고 특이한 오름 중 하나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렇지만 어승생 오름은 한라산과 채 1000m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라산 해발고도는 1950m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어승생오름은 1169m. 다음번에 방문해보려고 검색하니 서귀포 방면으로 1100도로를 타고 한라산 어리목 지구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어리목 탐방안내소가 해발 970m에 위치하니 200m만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방문객들의 이야기를 검색해보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도 금방 오를 수 있는 높지만, 오르기 어렵지 않은 오름이다. 그리고 산정 분화구가 있지만 이미 습지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은 지질학자의 이야기로 맨틀부터 마그마, 수많은 오름들이 생겨난 것, 그동안 제주의 지형이나 기원이 궁금했던 사람들이 보면 이런 방식으로 제주가 생겨났구나에 대한 자세한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후 파트별로 식물학자, 동물학자, 마지막은 여행작가의 이야기로 제주를 4가지 분면에서 맛보고 즐길 수가 있다. 특히 나는 식물쪽에 관심이 많아서 높은 어승생오름만의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책의 면면히 지질관련해서는 멋진 풍경사진이면서 과학적 증거가 되는 사진들이, 식물파트와 동물파트에서는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생김새를 모를 종들의 삽화가 자세하게 들어가있어 읽는 사람들의 시각화에 도움을 준다. 제주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귤나무인줄 알았는데 (물론 농업적인 면이지만) 실제로는 내가 좋아하는 팽나무라는 점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름의 생존진화력으로 옆으로 뿌리가 뻗거나 노출되어서도 살아남게 되었다. 어승생 오름의 초입(숲의 가장자리)은 뿌리가 깊게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길게 뻗는 특징을 가진 나무들이 많이 자란다고 한다. 예로는 우리가 봄에 새순을 초장에 찍어먹는 두릅나무가 있다. 때죽나무의 경우 물에 담궈 놓으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서 그렇다는 오해도 재미있었다. 실제로는 마취성분이 있어서 기절해서 떠오르는 것이고, 오래 담궈두면 죽기도 한단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늘 옛날과 지금을 이어주는 소재다.

동물파트에서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오소리가 어승생오름에서는 그나마 남아있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모양이 곰과 닮고, 웅담처럼 오소리의 쓸개가 서민들의 웅담 대체품으로 사용되면서 엄청난 포획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 생물종이 말살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이 제일 지구에서 문제라는 말이 여실히 와닿는다.

다양한 자연이 숨 쉬고 있는 어승생오름 및 제주의 환경에 대해 전문가들의 유용한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잘 몰랐던 다른 오름들과 제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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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기술 -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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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기술 박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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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무언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벌써 12월이 되어서 감정이 싱숭생숭해지는 때인지 몰라도 올 한해를 책을 읽으며 되돌아봤다. 올해의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평생 살아오면서 제대로 이만큼 힘들었다고 느낀 해가 없었지만, 정말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잠깐이라도 덜 후회가 남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그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잃어버린 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매일매일 고통이 반복되고 있거나 (나처럼) 아직 자책과 후회를 매일 하는 사람이라면(나처럼) 애도의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책에서 말하는 애도의 기술은 특별한 것이 없다. 충분한 시간과 감정을 들여서 감추려 하지 말고 <애도하라>는 것이다. 끝까지 바라보고 바닥까지 치고 내려와야 하는 것, 나 자신을 괜찮다고 그냥 덮어놓으려 하지 말라고 어디선가 다시 터져 나온다고 말이다. 읽었던 많은 심리학 서적 중 작가의 이력이 제일 신선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수녀였고, 수사였던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는 이야기에 애도뿐만이 아니라 작가의 인생 전반이 궁금해지는 경험을 했다. 어떤 믿음이 있으면 일생을 헌신하려던 삶에서 뱃머리를 돌리게 되는지 말이다. 자신도 변화의 감정에 이르러서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까봐 두려워했었다는 점도 책의 다른 사례만큼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새벽에 오르간을 연습하고, 10년 넘게 같이 생활한 그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제는 못하겠다고 말해야 했을 때의 기분은 감히 상상하지 못하겠다.

애도의 기술을 읽으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언급하고, 순간순간 다가오는 추억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덮어두려고 하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일같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힘들지만 열심히 해볼 것이다. 갑자기 다른 바쁜 일이나 대체수단이 될만한 일들로 덮어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읽은 또하나의 문장은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이다. 정신분석을 하다 보면 이 문장은 결국 <내가 원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원하지 않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알고 싶지 않다>는 진실과의 간극이 생긴다고 한다. 나도 최근에 내가 원하는 나를 리스팅 해보았다. 내가 그리는 이상향의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떠나고, 쾌활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 하면 좋아할 것 같은 일들을 적고 버킷리스트처럼 도장깨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만 다가오면 그 일들이 실제로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다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두 달 넘게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그 것이 참 편안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리는 나는 그러니까 원하는 나는 멋진 인플루언서인데, 실제의 나는 혼자를 두려워하는 껍질 속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보니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좀 깊게 생각해보는 단계까지 갔는데, 책에서 누구나 이 간극의 차이를 겪는다는 이야기에 안도했다. 그래도 나는 좀 이 간극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결국 조용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된 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티비를 보면서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신이 트리거가 된 사람처럼 갑자기 혼란을 겪게 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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