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기술 -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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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기술 박우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살면서 무언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벌써 12월이 되어서 감정이 싱숭생숭해지는 때인지 몰라도 올 한해를 책을 읽으며 되돌아봤다. 올해의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평생 살아오면서 제대로 이만큼 힘들었다고 느낀 해가 없었지만, 정말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잠깐이라도 덜 후회가 남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그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잃어버린 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매일매일 고통이 반복되고 있거나 (나처럼) 아직 자책과 후회를 매일 하는 사람이라면(나처럼) 애도의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책에서 말하는 애도의 기술은 특별한 것이 없다. 충분한 시간과 감정을 들여서 감추려 하지 말고 <애도하라>는 것이다. 끝까지 바라보고 바닥까지 치고 내려와야 하는 것, 나 자신을 괜찮다고 그냥 덮어놓으려 하지 말라고 어디선가 다시 터져 나온다고 말이다. 읽었던 많은 심리학 서적 중 작가의 이력이 제일 신선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수녀였고, 수사였던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는 이야기에 애도뿐만이 아니라 작가의 인생 전반이 궁금해지는 경험을 했다. 어떤 믿음이 있으면 일생을 헌신하려던 삶에서 뱃머리를 돌리게 되는지 말이다. 자신도 변화의 감정에 이르러서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까봐 두려워했었다는 점도 책의 다른 사례만큼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새벽에 오르간을 연습하고, 10년 넘게 같이 생활한 그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제는 못하겠다고 말해야 했을 때의 기분은 감히 상상하지 못하겠다.

애도의 기술을 읽으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언급하고, 순간순간 다가오는 추억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덮어두려고 하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일같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힘들지만 열심히 해볼 것이다. 갑자기 다른 바쁜 일이나 대체수단이 될만한 일들로 덮어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읽은 또하나의 문장은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이다. 정신분석을 하다 보면 이 문장은 결국 <내가 원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원하지 않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알고 싶지 않다>는 진실과의 간극이 생긴다고 한다. 나도 최근에 내가 원하는 나를 리스팅 해보았다. 내가 그리는 이상향의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떠나고, 쾌활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 하면 좋아할 것 같은 일들을 적고 버킷리스트처럼 도장깨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만 다가오면 그 일들이 실제로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다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두 달 넘게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그 것이 참 편안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리는 나는 그러니까 원하는 나는 멋진 인플루언서인데, 실제의 나는 혼자를 두려워하는 껍질 속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보니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좀 깊게 생각해보는 단계까지 갔는데, 책에서 누구나 이 간극의 차이를 겪는다는 이야기에 안도했다. 그래도 나는 좀 이 간극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결국 조용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된 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티비를 보면서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신이 트리거가 된 사람처럼 갑자기 혼란을 겪게 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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