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보름달 안과 – 변윤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새로운 소설을 만나는 것은 하나의 메타버스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 변윤하 작가의 보름달 안과를 읽으면서도 도선생과 보름달 안과 세계의 끝 등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의 전공이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해서 혹시 책의 일러도 직접 하셨는지 궁금했는데, 다른분이 해주셨다. 아마 작품과 더 분위기가 잘 맞는 일러로 해주신 거겠지 하는 생각이다.
주인공인 김은후는 아빠가 사라진 뒤 헌책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살아가고 있다. 평일에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엄마를 쉬게 하기 위해 효녀답게 헌책방에서 일한다. 어느 날 자꾸 편의점에서 초콜릿이 사라지는데, 훔치는 같은 학교 학생인 강시우를 발견하고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준다. 나였으면 아주 얄짤 없이 신고행인데, 주인공은 역시 대범하다. 그런데 반전은 이 도벽이 있는 친구가 잘 생긴데다 시험도 잘 봐서 전교 1등인 주인공과 같이 문제를 풀어나갈 문제학생이라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아빠의 유품인 거울을 까마귀가 낚아채 가버린다. 그 녀석을 따라서 학교에서 갑자기 거울을 통해 <보름달 안과>에 도착한다. 거울을 찾기 위해 까마귀인 사라에게 어떤 맹세를 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판타지답게 <피의 맹세>는 어떤 것이든 깰 수 없는 결속을 가진다는 것이 등장한다.
보름달 안과에서는 사람들의 눈을 치료해준다. 그런데 그 안과에는 까마귀를 닮은 도선생과 사사건건 너는 안된다는 식의 약제사 미나가 있다. 실은 자기도 인간이면서 까마귀(사라)와 맹세한 이유로 석 달 동안 은후는 보름달 안과에서 일하기로 한다. 일이 끝나면 아버지의 거울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계약 아래서.
은후가 보름달 안과에서 하는 일은 알바생 치고는 엄청 중요한 일이다. 초에 불을 붙이고 손님의 영혼의 색깔을 잘 기억해서 차트에 적어둔다. 보름달 안과에서는 달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도 신기하지만, 병원비를 치르는 것도 독특하다. 그 사람이 제일 내놓지 못할 내밀한 욕망에 기반한 것을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약초와 물건을 구해주는 새소년(린)도 있고, 악으로 등장하는 바사의 약국의 겉모습은 귀여운 바사도 있다. 중간중간 미나와 은후의 어머니, 아버지, 왜 사라가 은후를 보름달 안과로 데려올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은후의 어머니와 도선생과의 이야기에서 늘 엄마를 여리게만 봤던 은후도 능력으로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생명을 치유해주는 나무 그 영목을 사람들이 까마귀에게 속아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어지간히 골든 구스를 내버려두지 않는 탐욕으로 그려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남 잘되는 꼴을 못보고 귀가 얇아서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만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언제나 악이 이기지만은 않는다는 것, 희생과 운명을 짊어지는 자들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간다는 이야기의 결말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스 신화와 사람들의 탐욕, 환타지가 적당히 섞여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는 가독성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