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정김경숙(로이스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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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 정김경숙(로이스 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3일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에 이 책을 골라들었다. 이번 연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본 것 1건을 제외하면 온전히 집에서 쉼 그 자체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봐야지 하는 생각과 실천을 하고 이건 나랑 안맞아 하고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다시 기운을 내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누구나 나랑 잘 맞을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저자는 구글 코리아에서 전무였다가 구글 본사로 들어가 16년 동안 일한 열정의 구글러였다. 유퀴즈에서도 인터뷰한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음. 그런데 그 방송 6개월 이후에 바로 메일 한 통으로 구글에서 정리해고 당했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 메일을 들어갔는데 블락된 것을 알게 된다. 뭐지 하고 개인 메일을 열었는데 해고당했으니 회사 안와도 됨 블라블라 하는 것을 끝으로 회사생활이 종료되었다. 늘 유튜브 짤들에서 돌아다니는 자유롭게 일하는 구글 본사 에서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주위 동료들의 걱정어린 전화에 진짜 회사에서 나가게 된 것이구나 생각했다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했는지는 글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어 구글에서 주는 1년간의 실업급여 비슷한 위로금을 거절하고,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해보고 싶었지만 회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도전하기로 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미국 대학생들처럼 갭이어라 칭하면서 말이다. 사흘 만에 늘 일하고 싶어했던 슈퍼마켓 체인이었던 <트레이더> 조에 인터뷰를 신청한다. 미국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으로 노 세일, 노 배달, 노 할인 등등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슈퍼마켓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도 엄청 진지한 면접 자세에 임해서 결국 취업에 성공하고 만다. 30년동안 사무직으로 일했던 사람으로 육체노동을 하기에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고 책 말미에 밝힌다. 무거운 짐수레에 계속해서 계산하면서 한손으로 물건을 들어올려야하고, 냉장 혹은 냉동된 제품들을 계속 만지느라 어려웠다고. 세상에 미국에서 냉동김밥과 해물파전이 그렇게 핫한 상품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진짜 한류를 너머 k푸드까지 유행인가보다. 그리고 서서 일하는 것도 꾸준한 체력을 쌓아놓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검도와 수영 그리고 달리기까지 꾸준하게 체력을 단련하지 않았으면 도전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을 공감했다. 책의 면면히 체력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트 직원으로 출근한 것으로 끝이 아니다. 다음 해보고 싶었던 일은 바리스타. 그래서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지원한다. 엄청나게 여러번 떨어지는 사람도 수두룩 할 정도로 스타벅스 채용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섞이기 위해 특유의 밝은 인사로 얼굴을 익혔다.

이 두가지 일을 하면서 우버 같은 <리프트>라는 공유 기사로도 일해서 결국 갭이어 동안 1만명 만나기 프로젝트를 깨버릴 수 있게 된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울점을 찾는다.

지금도 꾸준하게 했던 커뮤니케이션 잡 오퍼에도 응시하고 있고, n잡러의 생활로도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미리 은퇴 후의 내가 어느 정도의 소비와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으로 충만해졌는지 미리 예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내가 그런 정리해고 단계에 속했다면 몸과 마음이 허탈하더라도 꾸역꾸역 지원금을 타먹었을 것 같다. 왜냐? 그 정도는 내가 해도 되지 않나 생각했을 테니까. 그런데 확실히 열정적인 사람들은 삶의 루틴을 깨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더 도움된다는 것을 알아서 다시 얼른 궤도로 올라타고 자신을 잃지 않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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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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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박주영(조이스박)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동화 여주 잔혹사라고 해서 확실히 더 흥미롭게 읽었다. 내가 이 책에서 딱 한가지만 얻어 간다라고 말한다면 바로 4장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갈까? 이다. 어릴 적 자주 하던 게임 중에서 (고전 오브 고전) 슈퍼마리오라는 게임이 있었다. 콧수염난 아저씨가 용에게 끌려간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숲을 헤치고 버섯을 먹고, 힘이 세지고, 덩치가 커지고 아무튼 그렇게 피치공주를 구한다. 어릴적부터 작가처럼 왜 게임을 할 때마다 왜 여자만 혹은 미모의 공주만을 납치하는건가. 나는 왜 꼭 남자가 되어서 그녀를 구하러 가야하는 모험에 뛰어들어야 하나 생각했었다. 동화나 게임이나 어린이에게 비슷하게 클리셰를 주입시키면 이런 부작용이 있다. 작가는 이것을 <곤경에 처한 아가씨 모티브>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여성성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 중에서 가부장적 사회가 허락하는 여리고 공주 같은 이미지만 남겨지게 기록된 것이다. 용이 공주를 잡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주자체가 용이라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한 힘을 가진 여자가 남성이 지배권을 가진 가부장제에서 배척당하는 것은 계속 있어왔다. 기가 쎈년, 광녀 거기에 마녀라는 꼬리표까지 붙으면서. 책에 실려있는 삽화 중 제일 충격적이었던 마녀사냥과 뒷돈 거래는 돈이 많은 미망인조차 거슬려 마녀로 둔갑시키고 죽여서 자체적으로 부를 재분배한 기득권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백설공주 관련해서는 백설공주를 그 비싼 유리관에 죽음을 전시할정도의 트로피화 하는 것에 대해서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전시되고 양도되는 대상이 되는 것이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봐야한다. 죽음마저 전시된다는 것은 사람의 안온함마저 빼앗는 일이다. 그런데 그 죽은 사람마저도 왕자가 보고 반하는 대상이 되다니, 생각해보면 참 기괴한 일이다. 죽어서도 욕망이 되는 삶이 바람직한 것일까. 이제 어린이들에게 백설공주를 읽어주는 경우에 이런 생각이 날 것 같아서 두렵다. 동화 이면에 새겨진 너무나도 극명한 힘의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한 도널드 바셀미의 <백설공주>를 읽고 싶어졌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재해석한 옆집사는 자기가 왕자지만 왕자인지 모르는 왕자와 그런 멍청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라고 한다. 엄청난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현재의 자신을 애처로워 하는 것은 덤이라고.

책에서는 많은 동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어떻게 그려지게 되었는지와 기존에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대신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른들이 지금까지 즐겁게 읽었던 동화를 다시 톱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잔혹한 권력과 해체를 이야기로 전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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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남자
펠릭스 발로통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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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남자 펠릭스 발로통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스위스 태생의 펠릭스 발로통이라는 화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화가인 발로통이 42세에 썼고 그는 60세에 사망했다. 주인공인 <자크 베르디에>28살에 권총 자살에 성공한 것으로 끝맺지만 말이다. 작가의 생애가 궁금해서 조금 더 들여다 봤는데, 유복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서 굉장히 다작을 했고, 이후 처가와의 관계가 좀 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자크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죽어나가는(?) 기묘한 일들에 휘말린다. 책의 30쪽 이내에 한 3명 정도 죽어나가니까 얼마나 빠른 전개이지 알겠는가? 그러니 그만큼 자크의 인생에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열망이 공존했을지 알 수 있다. 처음 친구인 벵상은 강둑 난간을 걸으며 같이 장난치다가 그림자로 놀래켰는데, 자크가 밀었다며 가해자 취급한다. 물론 우리는 자크의 입장에서 기술된 내용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밀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억울해하지만. 결국 자크를 범인으로 지목한 벵상은 며칠 뒤 사망한다.

두 번째 친구는 새장을 칠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집에 있던 안료를 주었는데 그게 또 아이러니하게도 독극물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독극물이라면 아버지가 잘 밀폐 해놓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호의로 퍼준 화학물질이 친구를 독살한 살인범이 되게끔 만들었다. 자신은 추호도 친구에게 독극물을 먹이려던 게 아니었다는 항변을 해보지만 여론은 되돌릴 수가 없다.

이후 윗층에 세공사에게 편지를 가져다 주려다 장난친 것으로 또 사람이 사망. 이정도면 유해한 남자가 아니라 위험한 남자라고 이름 붙여야 맞을 것 같다.

결국 고향을 떠나 파리로 상경하게 된 자크. 조각가와 화가 등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서 또 이야기의 주축을 이르는 잔느와의 에피소드가 생긴다. 잔느는 19살의 모델로 화실에 들른 자크가 일으켜세워줄려다 중심을 잃고 그녀는 뜨거운 난로에 맨몸이 닿아버려 병원에 실려간다. 그 뒤로 죄책감에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잔느는 희안하게 원망과 연정을 품어버린다. 그렇지만 자크는 그 당시 만나던 몽테삭 부인을 사랑한다. 이후 계속 그녀의 곁에 맴돌면서 사랑을 갈구하다가 나중에 그녀와의 잠자리 이후 돌변하는 태도를 보면 얼마나 이중적인 사내인지 알 수 있다. 본인은 충고해준 자기 말대로 마차를 탔다가 사고난 몽테삭 부인을 가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마음속의 말을 참아낸다. 결국 고귀한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사람이라 필요가 없는걸까. 아니면 결국 몽테삭 부인조차 자신의 유해한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되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초반에 그려진 것처럼 친구도 없고 얼마간의 재산은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자크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아버지의 장례식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자신에게 유의미한 사람들은 다 저세상으로 간 뒤다. 현대의 고립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자신이 한때나마 의지했던 사람들이 다 곁을 떠나니 얼마나 황망했을지도 엿보인다. 인생은 아무리 혼자라지만 모든 사람이 떠나가는 걸 겪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결국 유해한 남자는 자신조차 떠나보내지만 그 결론이 그렇게 힘들어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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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쇼크 - 어떻게 시장을 점령하는가
김숙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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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쇼크 - 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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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알리익스프레스> 천원마트에서 구입한 초이스배달(7일이내 배달완료)로 도착했다. 다이소에 가느니 괜찮아 보이는 물건들을 알리에서 구입한지 꽤 되었다. 오늘 산 물건은 케이블타이 20p와 자석으로 케이블 고정하는 홀더, 접착식 행거다. 살려면은 물론 국내에서도 충분이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알리익스프레스가 더 싸다! 특히 케이블 자석홀더의 경우에는 확실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 나처럼 알리와 테무에서 심심풀이 제품을 사는 사람이 제법 많아진 것으로 안다. 내가 제일 많이 가는 쇼핑몰이 쿠팡단독에서 쿠팡과 알리로 반씩 지분이 옮겨갔을 정도다. 중국 빅테크 기업이 일주일 내에 배송해주면서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어느 회사이건 시장을 선점하면 반은 먹고들어간다.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점한다는 것은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독점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알테쉬가 잘되는 이유중에 하나는 리테일 생태계를 새로 구축한 점이 크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계열사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인화해서 계속 그 사람이 필요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임산부가 처음에 엽산제와 철분제를 검색했다면 1년 뒤에는 출산에 관련한 용품을, 그 다음에는 이유식이나 아기옷을 권하는 식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회장도 자신은 리테일 유통회사가 아니라 데이터 회사라고 칭한 이유가 있다. 테이터를 수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아갈 점이라고 칭했다. 리테일 산업에 활용되는 빅데이터는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구매성향, 구매패턴 등 직접적인 정보 외에도 소비자의 성별, 나이, 지역, 종교 등 개인 라이프스타일 관련 정보까지 포함한다. 생각해보면 나의 돈과 시간을 쓰는 것들이 검열당한다는 생각으로 오싹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도 자주 들어가는 쇼핑몰에서 아직 이 상품을 살지 말지 망설이고 있지 않나요? 할인해드리겠습니다 하고 나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은 영악하다고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신유통 리테일 전략을 통해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는 소비자 편의성 중심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네트워크를 이룬 공동구매 방식으로 수요와 신시장을 개척한 C2B 모델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먼저 공동구매를 이끌고 가격을 낮춰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공동체를 이룬 공동구매로는 농촌과 저소득 지역 시장까지 디지털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제조까지 소비자의 입맞에 맞게 만들어내는 C2M까지 발전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니즈를 바로 반영해서 만들어버리니 훨씬 더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알리바바의 타오터가 이를 구현한 서비스라고 한다.

우리도 좀 더 구매데이터를 일원화 해서 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중국 시장의 물량공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이제 심심풀이 물건 뿐만 아니라 농수산물까지 알리에서 팔기 시작했다. 아직은 사지 않지만 특별한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인다면 언제까지나 구경만 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철저하게 개인으로 다가가라는 점을 특히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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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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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Andersen, Memory of Sentences) - 박예진 편역 · 안데르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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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등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현대인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읽었던 동화에 비해서 내가 안데르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상당히 몰랐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안데르센의 사진을 거의 처음 봤다. 1805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마르고 큰 키, 외모적 콤플렉스, 게다가 양성애적 애정문제 등이 있었다는 점은 전혀 몰랐다. 특히 그 유명한 <인어공주>는 후원자인 요나스 콜린의 아들인 에드워드 콜린을 향한 본인의 사랑 이야기가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에드워드 콜린과 안데르센 모두 남자다. 본인의 절절한 사랑고백을 편지로 했지만, 콜린은 이성애자였기 때문에 안데르센의 마음을 거절했다. 게다가 청천벽력처럼 거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경험을 대입시킨 후 다시 <인어공주>를 읽어보니 지금까지 아름답게 포장되었던 디즈니의 흥겨움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왜 하필이면 인어공주의 많고 많은 가진 것 중에서 목소리였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말을 할 수도, 결국 왕자에게조차 자신이 물에서 구해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답답함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모습은 나타낼 수 있다. 그림자처럼 드리워 질 수는 있지만 나만의 의견(목소리)은 낼 수 없다. 사람한테 또 이것만큼 힘든 포지션이 있을까. 물론 자신을 바라봐준다는 대전제가 있다면 모습을 드러내고, 손짓 발짓으로 뭔가 표현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동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왕자님은 다른 나라 공주와 결혼을 해버린다. 결국 언니들의 도움으로 왕자의 심장을 찔러서 그 피가 인어공주의 다리를 적시면 다시 인어가 될 수 있는 최후의 비기를 알려준다. 그렇지만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될 지언정 왕자를 찌르지 못한다. 결국 공기방울이 되어버린 인어공주는 공기방울의 정령들이 300년 동안 공덕을 쌓으면 다시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승천할 수 있다고 해서 그 길을 택한다. 원래 <물거품이 되었다>라는 결말로 알고 있었는데 기억의 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육체도 영혼도 다 잃어버린 자에게 300년이나 노력해서 영혼이나마 건질 수 있게 된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아니면 자신의 영혼이 300년 동안은 그러모아야 할 만큼 분해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는가 모르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일러스트가 있는 동화책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이 <빨간 구두>였다. 지금도 빨간 구두가 예뻐서 사고 싶을 때도 망설여지는 것을 보면 이 동화가 나에게 미친 영향력이 매우 큰 것 같다. 동화책에서 읽은 빨간 구두는 메리제인이었는데, 특히 빨간색 메리제인만 보면 귀신들린 듯이 춤추는 빨간 구두의 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잔혹동화라고 하면 특히 이 허영심을 억누르게 하는 <빨간 구두>가 제일인 것 같다. 가난해서 팔려 오다시피한 카렌이 갖고 싶었던 단 한 가지가 반짝거리는 빨간 구두 이다. 양부모의 수발이라는 현실 문제를 회피하려는 사람에게 벌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분수에 안 맞게 갖고 싶은 것을 탐하면 결국은 어떻게 되는지 보았지? 하고 잔뜩 겁을 주는 느낌이다. 색깔 있는 구두 한 켤레가 검은색 구두와 착실하게 나오는 교회와 어떻게 대척점에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다리가 잘리고 나서도 목발을 짚고 나오는 곳이 결국 교회다. 다리 잃은 카렌이 회개 해야만 하는 곳으로 왔지만, 이미 잘려나간 욕망들이 계속 춤을 추고 있어서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자신이 다하지 않은 의무를 져버린 사람은 공동체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도 잔혹한 묘사로 알려주고 있다.

책은 총 16편의 안데르센 동화 중에서 주요작품을 추려냈다. 간략한 줄거리와 영어로 번역된 기억할만하고, 필사해봄직한 문장들을 같이 실어놓았다. 더 유명한 동화들에 가려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도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어 좋았다. 특히 <장미의 요정>의 경우에는 <데카메론>에서도 남친을 죽인 오빠들 몰래 연인의 머리를 화분에 심어둔 이자벨라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유럽 쪽에 구전되는 큰 모티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는 신분의 차이를 넘지 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연인의 머리를 데려와 눈물로 가꾼다는 것도 좀 놀라운데, 결국 왜 가족들은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하게 많이 했을까.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정략결혼을 해야만 하는 그 시대의 낮은 인권 또한 보였다. 불쌍한 로렌조...

어릴 때 늘 잠들기 전에 읽었던 따뜻한 이야기들의 이면에 이렇게 차갑고 섬뜩한 잔인함이 녹아있다는 것을 알면 놀랍다. 이제는 인어공주 애니메이션이 보이면 인어공주가 인어왕자처럼 보일 것 같다. 그 시대에 소수였을 안데르센의 사랑의 깨짐도 잔혹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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