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한 남자
펠릭스 발로통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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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남자 펠릭스 발로통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스위스 태생의 펠릭스 발로통이라는 화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화가인 발로통이 42세에 썼고 그는 60세에 사망했다. 주인공인 <자크 베르디에>28살에 권총 자살에 성공한 것으로 끝맺지만 말이다. 작가의 생애가 궁금해서 조금 더 들여다 봤는데, 유복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서 굉장히 다작을 했고, 이후 처가와의 관계가 좀 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자크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죽어나가는(?) 기묘한 일들에 휘말린다. 책의 30쪽 이내에 한 3명 정도 죽어나가니까 얼마나 빠른 전개이지 알겠는가? 그러니 그만큼 자크의 인생에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열망이 공존했을지 알 수 있다. 처음 친구인 벵상은 강둑 난간을 걸으며 같이 장난치다가 그림자로 놀래켰는데, 자크가 밀었다며 가해자 취급한다. 물론 우리는 자크의 입장에서 기술된 내용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밀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억울해하지만. 결국 자크를 범인으로 지목한 벵상은 며칠 뒤 사망한다.

두 번째 친구는 새장을 칠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집에 있던 안료를 주었는데 그게 또 아이러니하게도 독극물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독극물이라면 아버지가 잘 밀폐 해놓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호의로 퍼준 화학물질이 친구를 독살한 살인범이 되게끔 만들었다. 자신은 추호도 친구에게 독극물을 먹이려던 게 아니었다는 항변을 해보지만 여론은 되돌릴 수가 없다.

이후 윗층에 세공사에게 편지를 가져다 주려다 장난친 것으로 또 사람이 사망. 이정도면 유해한 남자가 아니라 위험한 남자라고 이름 붙여야 맞을 것 같다.

결국 고향을 떠나 파리로 상경하게 된 자크. 조각가와 화가 등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서 또 이야기의 주축을 이르는 잔느와의 에피소드가 생긴다. 잔느는 19살의 모델로 화실에 들른 자크가 일으켜세워줄려다 중심을 잃고 그녀는 뜨거운 난로에 맨몸이 닿아버려 병원에 실려간다. 그 뒤로 죄책감에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잔느는 희안하게 원망과 연정을 품어버린다. 그렇지만 자크는 그 당시 만나던 몽테삭 부인을 사랑한다. 이후 계속 그녀의 곁에 맴돌면서 사랑을 갈구하다가 나중에 그녀와의 잠자리 이후 돌변하는 태도를 보면 얼마나 이중적인 사내인지 알 수 있다. 본인은 충고해준 자기 말대로 마차를 탔다가 사고난 몽테삭 부인을 가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마음속의 말을 참아낸다. 결국 고귀한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사람이라 필요가 없는걸까. 아니면 결국 몽테삭 부인조차 자신의 유해한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되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초반에 그려진 것처럼 친구도 없고 얼마간의 재산은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자크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아버지의 장례식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자신에게 유의미한 사람들은 다 저세상으로 간 뒤다. 현대의 고립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자신이 한때나마 의지했던 사람들이 다 곁을 떠나니 얼마나 황망했을지도 엿보인다. 인생은 아무리 혼자라지만 모든 사람이 떠나가는 걸 겪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결국 유해한 남자는 자신조차 떠나보내지만 그 결론이 그렇게 힘들어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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