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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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먼저 작가 양반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아니 이렇게 끝을 내면 어쩌오!

챠밍과 의명과 도깨비의 탈주범 잡기 여정을 얼른 보여주시오! 라구요.

어느 허름한 오피스텔이라기도 뭣한 빌라 같은 것이 펠리치따 오피스텔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동네 현월동이다. 거기에 밤이고 낮이고 환하게 조명을 밝혀두고 있는 <챠밍 미용실>이 존재한다. 낮에는 산 사람을, 밤에는 죽은 이를 단장하는 곳이다. 주인장의 이름은 있지만 간판 따라서 챠밍이라 불리운다. 미용실의 터는 도깨비터 인데다가 복덕방 주인은 실제 도깨비.

참 희안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의외로 도깨비와 챠밍과 같이 더불어 지는 이웃들은 잘 모른다. 의명이 계속 도깨비의 얼굴이나 연배가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는 초월적인 존재들을 감지할 수 있게 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길가다 눈이 짐승같이 생긴 신인 <>과 부딪혀서 결국 의명을 꾀여오라는 점지를 받은 것은 좋은 것일까 아니면 억울한 것일까. 이 책에서 제일 곰살 맞고 막무가내인 캐릭터는 80억 인구를 턱없이 부족한 난쟁이들을 부려 꿈 공장을 돌리는 판인 것 같다. 지 오고 싶으면 오고, 아무리 많은 요청을 해도 내키지 않으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점찍은 자는 어떻게든 구슬려서 이용한다. 거기에 기가 막힌 불공정 계약은 필수조건이다. 그렇게 해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챠밍에게도 평생 쉬지 못할 노예계약의 굴레를 씌운다.

처음에는 애를 버리고 무려 남편이 버젓이 있는데도 내연남을 불러들여 자식을 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몰염치한 엄마가 나온다. 우연히 돌고 돌아 챠밍 미용실에 당도하는 설정이다. 이렇게 죽어도 싼 인간이 있는가 하면 구구 절절한 한이 있는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부인과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징집되어 첫 전투에서 사망하고, 나중에 부인이 죽으면서 아버지로 소개되는 장면은 참 찡했다.

도깨비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간의 모든 감정을 배운 것이라는 설정도 참신했다. 그래서 결국 배신과 질투와 모든 감정을 다 알아가고 나니 소년의 모습에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아마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무구한 눈빛으로 진실만을 말하는 때는 어린 아이일 때, 어른이면 어떻든 속내를 한겹 쯤은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읽으며 내내 궁금한 것은 의명이 눈치 챌 만큼 둘 사이는 각별해 보이는데 의명은 이것을 알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순영을 보면 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질투라는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밑바닥까지 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고는 자신은 복수한 것에 대해 수없이 후회했으니 너는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는 선처를 바라는 것일까 진심이었을까.

더운 여름밤 구미호, 도깨비 같은 전통적인 호러와 꿈 공장, 영혼의 단장, 수면구슬 등 판타지적인 요소가 적절히 버무려진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을 만나서 즐거웠다. 바라는 바가 한 가지 더 있다면 벌벌 떨리지만 기간제(무려 2)으로 계약한 의명이 계약만료 후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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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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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한 번 읽으면 누구나 생활 속 식물학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왜냐하면 나는 실력은 없지만 바지런한 <식집사>이기 때문이다. 식물학 잡학사전을 읽고 나서 나는 과감하게 콤팩타와 수채화 고무나무를 댕강 잘라버렸다. 이 두 가지 식물은 내가 사오고 나서 외목대로 수형이 길기만 했다. 특히 콤팩타는 50센치도 넘는 시원한 줄기였지만 2두나 3두를 보기 위해서는 과감히 잘라줘야 했다. <정아우세>는 식물이 동물에게 먹혔을 때 위력을 발휘하는 특징이다. 맨 위의 새순이 정아인데, 동물이 이것을 먹어버렸을 경우 밑에 있던 많은 측아가 정아가 되면서 <정아우세> 성질에 따라 우선적으로 자라는 것이다. 이 현상은 <옥신>이라는 물질이 지배한다. 외목대로 키만 멀뚱히 크는 식물이 지겹다면 정아를 잘라주고 삽수를 만들어서 나눠서 키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식물이 잘 자라는 6월 정도가 괜찮은 시기다.

그리고 식물 줄기를 짧고 통통하게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왜 통풍을 잘 해주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했다. 바람은 식물에게 하나의 <접촉자극>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람이 자꾸 쓰다듬어 주는 등의 접촉 자극을 주면 그만큼 줄기가 짧고 튼튼하게 자란다고 한다. 웃자람을 방지하고 싶다면 적당한 광량과 함께 바람 그리고 터치를 해서 키워보자.

그리고 최근 보았던 브라이언의 꽃 살리기에서 궁금했던 내용이 책에도 나와있어서 소개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꽃이 열리고 닫히는 구조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올 봄에 사다 심었던 오렌지색 튤립이 아침마다 활짝 피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아침에 행복하던지. 보통 튤립은 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히는 개폐운동(수면운동)10일 정도 반복한다. 인위적으로 활짝 핀 튤립이 보고싶다면 방의 온도를 높이면 된다. 예능에서 브라이언이 만개하고 시들해진 꽃을 살리는 것이 바로 얼음물에 담가놓는 일이었다. 어떻게 단순히 차가워진 것만으로 꽃이 다시 생생하게(실은 폐화현상) 된 것인가 했는데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되었다. 꽃잎은 내측과 외측이 있는데 기온이 내려가면 꽃잎 외측이 급속도로 자라지만 내측은 거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외측으로 벌어지지 않으며 이를 폐화현상이라고 한다.

다육이들을 키우는 식집사들이 특히 경계하는 것이 바로 웃자람이다. 보통 햇볕이 제일 중요하다. 광량 부족이 제일 큰 원인인 것 이외에 어떤 것이 영향을 미칠까. 과한 비료 또는 고온다습한 상태가 이어질 때에도 일어난다. ! 프로 과습러인 나의 경우 그리고 봄에는 비료가 필요하겠지 싶어서 액체비료를 몇 번이나 시비했던 나의 무지함이 떠오른다. 내딴에는 영양분을 채워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멀대같이 자라도록 서포팅해주고 있었다니 충격이었다! 식물 줄기의 웃자람을 방지하는 물질로는 <피토크롬>이 있다. 피토는 <식물>을 크롬은 <색소>를 의미한다.

생활속의 식물에 대한 지식도 알 수 있었다. 보통 냉장고를 보면 아래 두 칸이 야채칸 그리고 과일칸으로 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과일에서 많이 나오는 (특히 사과) 에틸렌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에틸렌은 과일 성숙 호르몬으로 채소에서도 나온다. 채소를 조금이라도 더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고 싶은 사람들은 주목해보자. 자연에서 자랄 때의 자세 즉 뿌리를 아래쪽으로 해서 세워 놓으면 에틸렌 발생이 적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시금치, 쑥갓, 아스파라거스, , 양배추, 양파 등은 이렇게 보관하도록 하자. 그렇지만 오이, 가지, 피망, , 당근은 어떻게 놓아도 에틸렌 발생량의 차이가 없으니 기억하자. 그렇기 때문에 과일과 야채는 가능하면 냉장고 안에서도 분리보관하는 편이 좋다.

식물을 좋아하는 식집사에게는 그동안 왜 저런 거지? 하고 궁금했던 부분을 과학적인 설명으로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다. 각 꼭지의 분량도 1장 내외인 데다 칼라 삽화를 통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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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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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사이 박수인, 지유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성 목수들로만 이루어진 공방을 운영한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나게 읽었던 그리고 그들의 연봉이 부러웠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나는 그저 책만 읽어봤는데 황선우 김하나 작가가 팟캐스트(팟캐스트명 : 여둘톡)도 하고 있을 줄이야. 실은 책 이외의 매체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나무 사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영양 몰랐을 정보다. 계속 이 작가님들과의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카밍 그라운드>가 여둘톡의 광고주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뻔한 광고라면 안 했을거지만 삶의 방식부터가 비슷한 이들의 만남이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프리랜서와 편집자 친구와의 집마련과 동거 그리고 그들의 바운더리를 넓히는 일.

이 책의 작가인 박수인과 지유진도 회사에서 만난 사이인데 집이 필요한 사람과 월세를 받으면 좋을 사람이 만나 이루어진 새로운 가족의 형태다. 책은 자작나무 테이블이 그려진 꼭지는 과거에 과장이었던 박수인작가가 쓰고 의자(확실치는 않다)그림이 그려진 꼭지는 지유진 작가의 글이다. 둘은 새로 기술을 배워서 목수가 되고, 공방을 연 사람들의 비즈니스적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두 명의 여성이 만나서 평범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그 결과물을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단다.

그래서 제일 놀랐던 것이 만든 그녀들이 봉고에 상품을 싣고 배송까지 직접 한다는 이야기였다. 제작에만도 상당히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일 텐데, 큰 가구의 경우 배송지가 지방이면 공방 인원 최소 2명이 빠져야 한다. 그런데도 소중히 만든 물건을 그 스토리를 모르는 아무나가 배달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직접배송을 고집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나는 고객들과의 이야기가 좋았다. 수인 작가가 손을 다쳐서 한동안 공방의 스케줄이 딜레이 된다는 이야기에도 죄송한 마음을 담아 전화했는데, 괜찮으시냐는 답이 돌아왔을 때가 그랬다. 내가 주문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이 공방과 가구에 스미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특별히 주문 제작한 소파를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집으로 배달 가면서 직배송을 원칙으로 삼은 것을 후회 했지만 뭉클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이 써준 편지에 투병생활을 하시는 분인데 소파 겸 침대로 건강히 지내겠다고. 좋은 가구는 좋은 삶을 이끌어 준다는 말을 믿고 건강히 살아내 보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도 전에 계단만 있는 4층 집에 살아본 결과 거기에 장정들도 실제로 가구를 배달하려면 돈을 더 줘야 올려준다는 이야기도 들어 봤었어서 이분들 서로의 마음이 다 이해되었다. 미안하지만 고맙고, 또 고맙지만 꽤나 힘들고 강렬했을 기억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무직에서 일하고 있지만, 기술직으로의 전직을 위해 어떤 것이 맞을지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라 실제로 기술직 사업으로의 애환도 잘 느낄수가 있었다. 최대한 이런 내용은 얻을게 없을거라고 하셨지만, 여성이 잘 분포해 있지 않은 직군에서 견습이나 막내생활 자리를 따내는 것도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 찬밥 주는 회사 이야기는 진짜 측은했다. 무려 작가님들은 30대에 시작해서 한 건데, 나는 이미 40대이니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사이드잡 정도로 먼저 시작해보거나.

집에 침대도, 책상도 모두 나무로 이루어진 가구를 쓰고 있다. 특히 책상같은 경우 찍히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 이런 수고로움도 다 나무의 특성이려니 하고 더 이해하기 되었다. 나무를 가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안락하게 해주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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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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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 부자형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이렇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기 싫을 만한 <실패>에 대한 경험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자영업자가 뼈맞았다거나 시찰당했다고 생각할 만큼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간단하게 물건을 공급해 줄테니까 남는 상가도 있겠다 너만(사장인 나) 열심히 하면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모은 돈을 투자하고 망한 경험이 있다. 물론 공급해주는 확실한 공급처가 있었고, 폐업 시에는 매입물품을 땡처리도 해주었다. 그렇지만 결국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재고관리도, 직원 관리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 매출 부진이라는 늪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창업했던 상가는 희안하게도 평일장사만 되고 주말에는 장사를 다 쉬는 참으로 워라밸을 추구하는 복합상가의 한 곳이었다.

 

장사: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

사업: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우리의 주인공인 수호는 레버리지를 통해 수입 창출을 하겠다는 목표로 프랜차이즈 <반찬가게>를 차린다. 그가 창업 박람회에서 아이템을 선정하고,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는 것부터 친구의 창업스토리를 가감 없이 듣는 느낌의 책이다. 아마 요식업이나 어떤 프랜차이즈를 하더라도 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실전 팁을 많이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능력치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장사가 처음이라면 믿을 구석 하나 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네임드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신도시인 우리 집 근처만 해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이 없다. 완전한 독립매장은 거의 20% 내외다. 확실히 개인 매장은 자신의 차별성을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알려진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배달 어플에 띄우기도 쉽고 전반적인 인식만 잘 시킨다면 큰 홍보가 필요치 않다.

아무튼 프랜차이즈를 믿고 상가를 얻어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다. 이 공사팀도 나중에 빌런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상가를 얻기 위해 부동산 사장님과 그 위대하신 건물주님도 만나게 되는데. 월세를 깎아달라는 마음과는 달리 이미 한 수 접히고 들어가게 된다.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그 분들에게는 얼마나 초짜 사장님이 훤히 읽혔을까.

결국 레시피전수는 엄마가 주방장을 맡게 되면서 그쪽으로, 홀직원과 합을 맞춰 일한다. 주에 한 두 번만 가면 된다는 도매시장 사입도 매일 4시에 일어나서 12시간씩 일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다 결국 몸이 망가지면서 주방장도 새로 구하게 되고, 직원도 물갈이 되면서 엄청난 인적자원 관리에 대한 괴로움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요리를 못하는 사장님이라면 주방장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잠깐이라도 준비타임 겸 쉬는 시간을 갖으면 그 동안 직원들은 사장이 눈을 부릅뜨고 있을 때와는 태도가 달라진다. 또한 시절이 딱 코로나의 중간이라 코로나 때문에 쉬어야 하는 사람들, 출산, 육아, 워라밸 등 엄청나게 인생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주인공도 만나볼 수 있다. 돈 많이 벌어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 생각밖에 없었는데 왜 잠도 못 자고, 직원들 눈치를 보고, 몸은 고장 나고, 가족간의 아우성이 넘쳐나는 2년여를 보내게 되었을까. 매일 마주치며 들어가서 밥을 사 먹고, 물건을 사오는 소매점 사장님들의 애환이 보였다. 영업시간이라는 고객과의 약속부터가 무너지는 순간 매출 하락은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가게를 접기로 한다. 표지에 나온 것처럼 주인공도 폐업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그 폐업에도 수많은 하이에나가 몰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입맛에 맞게 팔아준다는 이름으로 컨설팅비를 뜯어가는 업체. 시설권리금과 바닥 권리금은 고사하고 나중에는 팔리기만 했으면으로 마음이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1억이라는 손해를 고스란히 남긴다. 이제는 진심으로 수호가 평안을 찾고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한동안은 회사 관두고 자영업이 꿈이라는 소리는 입 밖에 내지 못할 것 같다. 회사 최고다. 극한으로 나를 갈아 넣으면서도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구나 역으로 느껴진다. 사장님 뽑아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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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딛고 다이빙 -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송혜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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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딛고 다이빙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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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세상에 <안 움직여 인간>이라고 자신을 명명하다니. 꽤나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이름이 유명 배우와 한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은 송혜교라니.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에 서점에서 송혜교라는 이름이 보였다면 거들떠도 안보고 유명인의 책인가보다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반인이지만 유명인으로 사는 또 다른 자아가 있고, 열심히 움직이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꼈다. 이는 유명인의 이름으로 살면서 운동을 가기위한 최소한의 단계를 위해 주황색 원피스를 입고 수영장으로 나선 에피소드에서 읽을 수 있다. 나도 지금은 <곧 버릴 옷 모음 박스>에 넣어둔 무릎까지 오는 오렌지색 원피스가 있다. 이름은 물론 범인일지라도 사람들도 나를 보고 <인간 당근>으로 오해 했을까봐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이제 영원히 봉인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정말이지 최소로 움직이는 것을 지향하는 안 움직여 인간이었던 작가는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 수영장에 딱 2자리 남았다는 신의 가호로 수영에 입문하게 된다. 나머지 인원은 아버지와 함께 채워버림. 남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이후에 부녀에게 불륜 딱지를 붙이며 수근거렸다는 것에서는 좀 화가 났다. 이렇게 어디든 남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주4회 운동 레슨을 받으러 간다. 물론 피곤하면 몸에서 잠을 원했다는 핑계로 안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운동이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자괴감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저번 달 까지는 딱 나에게 알맞은 정도인 주2회 레슨이었는데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몸뚱이에 다른 종목의 레슨을 추가해버렸다. 원래 이런 식으로 다 운동센터에 기부금을 적립하는거 아니겠나.

읽으며 나도 예전에 한손 접영까지 나갔던 수영 진도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25m레인이 너무나 힘들어서 중간에 몇 번이나 가다가 서고 싶었던 열망. 진짜 줄줄이 소세지처럼 다가오는 다음 사람 때문에 레인 끝에서만 쉬어야 해서 강제로 늘었던 체력이다. 정말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는 누워있기가 특기였는데, 그래서 <배영>을 배울 때 우등생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대신 활동적인 인간 개구리가 되어야 하는 평영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오리발() 수영에서 접영까지 마스터 했다는 업적을 이루었다.

나도 수영장에서 핀을 달고 다리에 모터가 달린 듯 돌고래가 이런 기분일까를 느꼈던 그 때를 추억했다. 인력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한다는 것을 정말 몸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오리발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오리발 이후부터 너무 다리에 쥐가 자주 났지만. 다만,<침대 딛고 다이빙>을 쓰기 위한 물리적 시간을 내기 위해서 지금은 수영을 쉬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이다. 그렇지만 편안하고 안온한 침대를 벗어나 운동의 고통을 느끼고 몸을 쓰는 기쁨을 느꼈다는 간증과 효과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나도 최근에는 그나마 사람처럼 생활할만한 체력을 얻었으니까.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렇게나 침대와 혼연일체 된 사람도 즐거움을 발견했다고 하니 동참해보면 어떨까. 돈을 벌러갈 체력 이외에 내 워라밸을 위해 쓸 체력이 있다면 삶이 더 빛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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