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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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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 부자형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이렇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기 싫을 만한 <실패>에 대한 경험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자영업자가 뼈맞았다거나 시찰당했다고 생각할 만큼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간단하게 물건을 공급해 줄테니까 남는 상가도 있겠다 너만(사장인 나) 열심히 하면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모은 돈을 투자하고 망한 경험이 있다. 물론 공급해주는 확실한 공급처가 있었고, 폐업 시에는 매입물품을 땡처리도 해주었다. 그렇지만 결국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재고관리도, 직원 관리도 쉽지 않았다. 거기에 매출 부진이라는 늪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창업했던 상가는 희안하게도 평일장사만 되고 주말에는 장사를 다 쉬는 참으로 워라밸을 추구하는 복합상가의 한 곳이었다.
장사: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
사업: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우리의 주인공인 수호는 레버리지를 통해 수입 창출을 하겠다는 목표로 프랜차이즈 <반찬가게>를 차린다. 그가 창업 박람회에서 아이템을 선정하고,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는 것부터 친구의 창업스토리를 가감 없이 듣는 느낌의 책이다. 아마 요식업이나 어떤 프랜차이즈를 하더라도 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실전 팁을 많이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능력치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장사가 처음이라면 믿을 구석 하나 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네임드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신도시인 우리 집 근처만 해도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이 없다. 완전한 독립매장은 거의 20% 내외다. 확실히 개인 매장은 자신의 차별성을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알려진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배달 어플에 띄우기도 쉽고 전반적인 인식만 잘 시킨다면 큰 홍보가 필요치 않다.
아무튼 프랜차이즈를 믿고 상가를 얻어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다. 이 공사팀도 나중에 빌런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상가를 얻기 위해 부동산 사장님과 그 위대하신 건물주님도 만나게 되는데. 월세를 깎아달라는 마음과는 달리 이미 한 수 접히고 들어가게 된다.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그 분들에게는 얼마나 초짜 사장님이 훤히 읽혔을까.
결국 레시피전수는 엄마가 주방장을 맡게 되면서 그쪽으로, 홀직원과 합을 맞춰 일한다. 주에 한 두 번만 가면 된다는 도매시장 사입도 매일 4시에 일어나서 12시간씩 일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다 결국 몸이 망가지면서 주방장도 새로 구하게 되고, 직원도 물갈이 되면서 엄청난 인적자원 관리에 대한 괴로움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요리를 못하는 사장님이라면 주방장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잠깐이라도 준비타임 겸 쉬는 시간을 갖으면 그 동안 직원들은 사장이 눈을 부릅뜨고 있을 때와는 태도가 달라진다. 또한 시절이 딱 코로나의 중간이라 코로나 때문에 쉬어야 하는 사람들, 출산, 육아, 워라밸 등 엄청나게 인생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주인공도 만나볼 수 있다. 돈 많이 벌어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 생각밖에 없었는데 왜 잠도 못 자고, 직원들 눈치를 보고, 몸은 고장 나고, 가족간의 아우성이 넘쳐나는 2년여를 보내게 되었을까. 매일 마주치며 들어가서 밥을 사 먹고, 물건을 사오는 소매점 사장님들의 애환이 보였다. 영업시간이라는 고객과의 약속부터가 무너지는 순간 매출 하락은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가게를 접기로 한다. 표지에 나온 것처럼 주인공도 폐업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그 폐업에도 수많은 하이에나가 몰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입맛에 맞게 팔아준다는 이름으로 컨설팅비를 뜯어가는 업체. 시설권리금과 바닥 권리금은 고사하고 나중에는 팔리기만 했으면으로 마음이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1억이라는 손해를 고스란히 남긴다. 이제는 진심으로 수호가 평안을 찾고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한동안은 회사 관두고 자영업이 꿈이라는 소리는 입 밖에 내지 못할 것 같다. 회사 최고다. 극한으로 나를 갈아 넣으면서도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구나 역으로 느껴진다. 사장님 뽑아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