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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딛고 다이빙 -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송혜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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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딛고 다이빙 – 송혜교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어머 세상에 <안 움직여 인간>이라고 자신을 명명하다니. 꽤나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이름이 유명 배우와 한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은 송혜교라니.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에 서점에서 송혜교라는 이름이 보였다면 거들떠도 안보고 유명인의 책인가보다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반인이지만 유명인으로 사는 또 다른 자아가 있고, 열심히 움직이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꼈다. 이는 유명인의 이름으로 살면서 운동을 가기위한 최소한의 단계를 위해 주황색 원피스를 입고 수영장으로 나선 에피소드에서 읽을 수 있다. 나도 지금은 <곧 버릴 옷 모음 박스>에 넣어둔 무릎까지 오는 오렌지색 원피스가 있다. 이름은 물론 범인일지라도 사람들도 나를 보고 <인간 당근>으로 오해 했을까봐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이제 영원히 봉인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정말이지 최소로 움직이는 것을 지향하는 안 움직여 인간이었던 작가는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 수영장에 딱 2자리 남았다는 신의 가호로 수영에 입문하게 된다. 나머지 인원은 아버지와 함께 채워버림. 남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이후에 부녀에게 불륜 딱지를 붙이며 수근거렸다는 것에서는 좀 화가 났다. 이렇게 어디든 남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런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주4회 운동 레슨을 받으러 간다. 물론 피곤하면 몸에서 잠을 원했다는 핑계로 안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운동이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자괴감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저번 달 까지는 딱 나에게 알맞은 정도인 주2회 레슨이었는데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몸뚱이에 다른 종목의 레슨을 추가해버렸다. 원래 이런 식으로 다 운동센터에 기부금을 적립하는거 아니겠나.
읽으며 나도 예전에 한손 접영까지 나갔던 수영 진도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25m레인이 너무나 힘들어서 중간에 몇 번이나 가다가 서고 싶었던 열망. 진짜 줄줄이 소세지처럼 다가오는 다음 사람 때문에 레인 끝에서만 쉬어야 해서 강제로 늘었던 체력이다. 정말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는 누워있기가 특기였는데, 그래서 <배영>을 배울 때 우등생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대신 활동적인 인간 개구리가 되어야 하는 평영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오리발(핀) 수영에서 접영까지 마스터 했다는 업적을 이루었다.
나도 수영장에서 핀을 달고 다리에 모터가 달린 듯 돌고래가 이런 기분일까를 느꼈던 그 때를 추억했다. 인력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한다는 것을 정말 몸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오리발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오리발 이후부터 너무 다리에 쥐가 자주 났지만. 다만,<침대 딛고 다이빙>을 쓰기 위한 물리적 시간을 내기 위해서 지금은 수영을 쉬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이다. 그렇지만 편안하고 안온한 침대를 벗어나 운동의 고통을 느끼고 몸을 쓰는 기쁨을 느꼈다는 간증과 효과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나도 최근에는 그나마 사람처럼 생활할만한 체력을 얻었으니까.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렇게나 침대와 혼연일체 된 사람도 즐거움을 발견했다고 하니 동참해보면 어떨까. 돈을 벌러갈 체력 이외에 내 워라밸을 위해 쓸 체력이 있다면 삶이 더 빛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