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인생그림책 19
티모테 드 퐁벨 지음, 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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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었다.

 

소년은 여름방학마다 기차를 타고서 안젤로 삼촌이 있는 시골 마을로 길고 긴 여행을 떠난다소년은 그곳에서 자신의 여름을 충만하게 즐긴다안장에 엉덩이가 닿지 않았던 빨간 자전거가 어느새 자신의 키에 맞게 됨에 기뻐하면서그 자전거를 타고 온 마을과 긴 여름을 나선형으로 천천히 누비고 다니면서어디에 무엇이 존재하며 언제 열매의 시기가 오는지를 정확히 아는 소년의 여름은 ‘충분했다’모자람 없이 넉넉했다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밀밭의 수확으로 인해 늘 다니던 교차로를 지나갈 수 없게 되자소년의 길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꺾이고 휘어지게 되었다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길 위에서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풍경들을 마주하게 된 소년의 길 잃은 자전거가 다다른 곳그곳은 드넓은 바다였다벅찬 감동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져 잠겨 있을 그때소년의 등 뒤에서 또 다른 파도가 강하게 밀려왔다해변에 서서 소년을 바라보는 한 소녀‘에스더 앤더슨’이었다.

 



상상한 적 없던 곳에서 상상한 적 없던 이를 만난 그날소년을 덮친 우연은 소년을 감싸는 필연이 되어 소년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쉼 없이 떨리는 몸쉬이 진정되지 않는 감정바다와 에스더 앤더슨을 만났다는 기억 말고는 여전히 모든 것이 그대로인 여름이지만그 짧은 순간으로 인해 “영원히 달라진” 여름을 맞게 된 소년그리하여 “영원히 달라진” 나날을 살게 된 소년은 기꺼이 결심하고행동한다여름의 구심점이 ‘영원히’ 옮겨갔음을 소년은 알아버렸기에.

 

📚 “어떻게 해야 길을 잃을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소년과 에스더 앤더슨이 언제 다시 만나고어디를 향해 함께 걷게 되고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등 이후의 내용 전개는 이 그림책을 직접 펼쳐 읽을 당신의 기쁨으로 남겨두고 싶다다만이미 완전했고 충분했고 행복했던 소년의 여름을 한 순간에 흔들어버린 ‘에스더 앤더슨’에 대한 나의 얄팍한 이해를 남겨두자면…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와 인연그리고 그 안에서 생겨난 비밀은 지금껏 걸어온 ‘익숙한 길’을 잃게 만든다동시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길’로 나를 이어주기도 한다원인과 결과 모두로 소년의 삶에 깊게 새겨진 에스더 앤더슨잃어버렸기에 이어질 수 있게 된 ‘길’의 시작이 되어준 에스더 앤더슨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되고 삶마다 다르게 자리 잡았을 유년 시절의 고유명사들은 ‘에스더 앤더슨’이라는 이름 하에 선명하게 소환된다저마다 다른 모습으로여전한 그때의 모습으로.

 

(나의 ‘에스더 앤더슨’이 누구였는지는 밝힐 수 있음에도 밝히지 않으려 한다그 이유는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알게 될 것…)

 

꽉 채워진 여백의 분명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말하고 보여주는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림담백하고도 짜릿하게 유년의 기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선명한 문장과 필선편안하고도 강렬하게 여름의 풍경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돕는 맑고 밝은 수채화그리고 ‘그 해 여름’을 깊고 넓게 만나도록 활짝 펼쳐진 가로 판형까지. 이 모두가 어우러져 ‘충분한’ 감동을 자아내는 그림책, 그 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주변까지 환해지는 듯한 서사와 물성이 마치 선물같다. 지나간 여름과 지나갈 여름 모두를 눈부시게 물들이는.

 



『우리의 길』  그림책으로 알게 된 이렌 보나시나 작가님이 이 작품의 그림 작가인걸 알고서 잠시동안 어리둥절한 즐거움을 느꼈더랬다같은 작가여도 작품마다 전혀 다른 그림체를 선보일 때 느끼는 색다른 감각은그림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오직 나만 아는 ‘비밀’의 기억은 나를 얼마나 자라게 하는가누군가에게 전시하고 어딘가에 드러내는 이야기가 아닌내 안에 내밀하게 간직한 이야기는 나를 어디까지 나아가게 하는가나를 성장하게 했던 나의 비밀을 회상하고 고민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최혜진 작가님! '이 작품만큼은 다른 분에게 (번역작업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는 작가님의 진심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그 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과 작가님의 북토크 영상안 본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는 진득한 팬심을 살포시 적어본다 :)

 

(북토크 영상은 길벗어린이 @gilbutkid_book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 길벗어린이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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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작아그작 쪽 쪽 쪽 츠빗 츠빗 츠빗 - 텃밭 시 그림책 그림책은 내 친구 69
유현미 지음 / 논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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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밟고 흙을 만지고 흙을 탐구하는 시간은 어린 시절의 내 것이 아니었다. 뭔가에 스치고 닿는 감각에 몹시 민감했던 나의 기질 때문이었고, 밭을 만나기 힘든 도시 어린이의 환경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손주들에게 흙을 밟고 흙을 만지고 흙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내어주기 위해 연고 없는 지역으로 귀촌을 결정한 부모님께 늘 감사했다. 더불어 나의 예민한 기질을 어느 정도 물려받았음에도 할머니댁에 가면 밭에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는 아이에게도 늘 고마웠다. 삼대三代가 흙 위에 모여 밭의 노래를 맡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더해줄 한 권의 그림책 앞에서 고백하는, 나의 진심이다.





‘텃밭 시 그림책’이라는 책의 특성을 더없이 잘 담아낸 길고 긴 제목, 『아그작 아그작 쪽 쪽 쪽 츠빗 츠빗 츠빗』. 텃밭에서 삶을 틔우고 키우는 생명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한 제목을 읊조리며 한 장씩 천천히 넘긴다. 계절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서, 다정의 마음이 한 겹씩 쌓여간다. 보드라운 맨몸으로 추위와 싸우느라 멍이 든 노지 시금치에 감탄하며. 조금씩 온기와 밝기, 세기를 높여가는 자연의 손길 아래 첫 싹과 첫 열매를 내어놓는 땅에 감사하며. 쏟아져 나오는 텃밭의 작물을 당연하게도 이웃과 나누어 먹으려는 마음에 감동하며. 삶을 먹이고 죽음을 먹으며 ‘순환’이라는 이치를 살아내는 생명의 장엄함 앞에 고개를 숙이며. 벌레와 곤충과 사람 모두의 미각을 만족시켜 주는 콩잎의 듬성듬성한 구멍 사이로 후후 바람을 불어넣으며. 길고 깊은 겨울밤에 가족과 함께 무 방귀를 퐁퐁 뀌었다는 이야기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도시 변두리의 작은 텃밭. 그 안에서 직접 체험한 사계의 시詩를 틈틈이 그려내고 적어낸 이 그림책은 흙의 가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모든 이의 ‘존귀함’을 간증하고 있다. 작가님이 그린 원화를 그대로 엮어 만든 듯한 책의 질감과 색감은 찬탄을 자아낸다. 자라나고 퍼져가고 피어나는 생명들의 시계에 맞춰 자신의 몸을 숙이고 펴고 굽히고 뻗었던 기억의 기록은 (그 색과 태를 불문하고) 모두가 찬란하다.


밭일 사이사이에 그리기를 반복했던 작가님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그림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생각한다. 내가 모르고 자랐던, 내가 만나지 못했던, 내가 불러본 적 없던 밭의 노래를 나의 눈으로 조금씩 배워가며 나의 입으로 조금씩 흥얼거리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밭을 찾아가 ‘흙의 시’를 발견하고 부를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나이 든 부모님과 나이 어린 아이만을 위한 축복이지 않도록.


봄보다 먼저 온 냉이의 뿌리 향을 맡고 싶어지는 삼월의 어느 날.

따스한 볕이 모든 존재의 생장을 힘껏 격려하고 있다.





“평생 농사꾼이었던 춘하씨에게”라는 문장 앞에서, 아흔 살의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던 ‘유춘하’ 작가를 떠올린다. 아버지와 함께 그렸던 그림책 #쑥갓꽃을그렸어 . 그리고 아버지를 깊게 그리워하는 듯한 그림책, #아그작아그작쪽쪽쪽츠빗츠빗츠빗 .  두 사람이 함께 일군 ‘인생’이라는 밭의 기록이자 기억처럼 느껴지는 두 권의 그림책 모두가 귀하다.



* 논장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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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기 딱 좋은 곳, 파리
로라 키엔츨러 지음, 박재연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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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다섯  여섯 날을 떠올려본다다녀온   년도   그곳의 기억들샤를 드골 공항에 내릴 때부터  오고 흐렸던 날씨는 샤를 드골 공항을다시 찾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짓궂게 맑아졌더랬다어두컴컴한 습기를 만끽한 파리 여행이었지만그래도 좋았다오래도록 기대하고 상상해 왔던 곳에직접 와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기쁨을 느꼈기에오랜 기대와 다른 모습도 마주하고상상하지   일도 일어나곤 했지만 도시의 축축한 숨을  안에 달갑게 채워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었기에흑백모드로 촬영했냐는 말을 들을 만큼 명도와 채도 모두 낮은  파리 여행 사진들은 그럼에도 행복했던 그때의 짧은 추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파리에 대한 아쉽고 그리운 마음 조각 하나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조금 어려웠던지라가끔씩 파리를 담은 영상이나  속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파리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 시즌 6 마지막  에피소드는 살면서  번을 봤는지   없을정도파리를 배경으로  여러 그림책은 내가 있는 이곳에서 쉽고 빠르게 여덟 시간의 간격을 뛰어넘도록 도와주었다이야기의 과정과 결말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든지네모난 프레임 안에서 나만의 파리를 마음껏 그리워하고재주껏 그려내었다그렇다나는 지금  눈앞에 놓인  그림책  『낮잠 자기  좋은 파리』  더없이 반가운 이유를 이렇게나 길게 적고 있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산에 살며배낭을 절대 내려놓지 않고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좋아하지만 쉽게 지치기도 하는 느긋한 예티이백  생일을 맞은 예티는  하루의 파리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을 내린다그런 예티를 위해 파리의 비둘기 마르셀이 파리 여행 가이드로 나선다과연 하루동안 파리를  돌아본다는 가능한 일일까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마르셀은 빠듯한 일정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 하지만여독이 풀리지 않은 예티는 여행을 하면서도 계속 낮잠  만한곳은 없는지 마르셀에게 묻고  묻는다.

 

사크레쾨르 성당루브르 박물관스트라빈스키 분수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그리고 에펠탑까지・・・ 파리 시내 열세 곳의 명소를 두루두루 다니는 동안예티의 마음과 마르셸의 마음 모두에  마음을 포개보았다발길 닿는 곳마다 저마다의 색과 빛을 발하는 도시 어딘가에서 피곤한 몸을 뉘어 아름다운 꿈을 꾸고픈 예티.   곳도  것도 많은 파리를 하루 안에  둘러봐야 하는 바쁜 일정 탓에 예티 몫까지 마음이 바쁜 마르셀누구의 마음에도 공감되는  그림책은 파리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들 모두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파리의 어디를 가든 당신만의 아름다운 낮잠을 청하며 잠시 쉬었다 가세요파리의 어디를 가든 당신의 피로 따위 잊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넘치게 경험하고 가세요.

 




젖은 벤치에 앉아 굳어버린 바게트를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언젠가 다시 온다면 그땐 내게 부디 맑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렴’하고 에펠탑에게 말을 건넸던 이십 대의 나에게 파리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선물해  그림책포토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실제 사진을 일러스트에 자연스레 녹여낸 작가의 파리를 향한 ‘애정’이 파리를 그리워하고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스며들 그림책한동안은  『낮잠 자기  좋은 파리』  파리에 대한 아쉽고 그리운 마음 조각들을 달랠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이야기 하나눈길 닿는 곳마다 아름답고 손길 닿는 곳마다 유쾌한  그림책에는 파리의 도시를 활보하는 비둘기들이 파리 전문가로서여행 가이드로 활약한다는 설정이 담겨있다이야기는 여행을 함께 하고 인연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의 ‘의인화된 서사’로만 남지 않는다 안에는 비둘기를바라보는 인간의 시선과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전환’의 가능성이 담겨있다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다른 이야기로까지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도록그리하여 펼쳐보는 이로 하여금 보다 넓은 사유를   있도록 돕는 그림책은 언제나 고마울 수밖에 없다.



*후즈갓마이테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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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문지아이들
울리카 케스테레 지음, 김지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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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생각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원치 않는 것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저마다 다른 인간의 저마다 다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는 문장을 일상 속에서 자주 떠올리려 노력한다. 우리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도록 돕는 지혜의 말을.


그러나 이 다름의 지혜는 머리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입으로 도통 쉽게 번져나가지를 못 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말 자체는 너무도 잘 알지만, 매일 부딪히는 다양한 면면의 ‘다름’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행을 내보이려면 마음속 용기를 힘껏 끌어모아야 한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피해 갈 수도, 외면할 수도, 건너뛸 수도 없는 주제를 이용해 다름의 지혜를 말하고 보여주는 그림책을 볼 때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마음이 자라고 넓어지길 바라는 어른의 삶 또한 다정히 격려하는 듯한 그림책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우연히 받아든 ‘선물’과 같다. '생일'을 주제로 다름의 지혜를 사랑스럽게 알려주는 이 『생일』 그림책 또한 계절이 두세 번 바뀌어야 생일을 맞을 우리 가족 모두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찾아온 그림책이었다.

〰️

이 세상에 태어난 특별한 날, 생일. 일년에 단 하루뿐인 생일을 맞은 동물들은 생일에 대해 저마다 다른 마음, 다른 태도, 다른 소원을 내보인다. 친구들을 잔뜩 초대해 시끌벅적한 파티를 열고 싶은 이가 있고, 맛있는 케이크를 혼자서 실컷 먹고 싶어 파티에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이도 있다. 시끌벅적한 파티가 너무도 싫지만 모여든 친구들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해 속상해하는 이도 있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어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이가 있고, 혼자 거품 목욕을 하면서 느긋하게 생일을 즐기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생일인 줄도 모르고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이도 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서로 다른 마음으로 생일을 대하는 동물들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각자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각자가 바라는 방식으로 각자의 날을 축하해 주어야 한다고. 더불어 내가 원하는 모습과 마음으로 나의 날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지나가고 싶다고. 생일을 어떻게 기다리든, 생일을 어떻게 준비하든, 생일을 어떻게 지나가든, 각자가 보내(길 바라)는 생일은 각자의 정답일 것이라고.


매년 반드시 돌아오고야 마는 생일처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매일의 나날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분투하며 살아가는 무수한 마음들을 든든히 응원하고 단단히 연결하는 다름의 지혜들을 열심히 끌어모아본다. 이 모두가 내 마음과 내 입으로도 유유히 번져나가길 바라며, 얄따란 그림책을 계속해서 들여다본다. 입가의 미소가 점점 도톰해져간다.


📚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은 정말 다양해요. 우리가 다 다른 것처럼요! 여러분은 어떻게 축하하고 싶나요?”


그림책을 읽고 나서 친구들과 마음껏 장난치며 놀고 싶다며 생일에메롱 파티 열고 싶다고 말한 일곱 어린이. 언제부턴가 생일만을 위한 선물을 따로 주고받지 않는 아이의 양육자들. 가끔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 잊어버리는 반려인. 아이가 아빠와 함께 차려준 소박한 생일상 앞에서 이거면 생일 기분 충분히 냈다고 좋아하는 . 다르지만 같은, 특별하지만 평범한 우리의 하루들 속에서 자주 그림책을 펼치고 만날 같다. 각자의 정답을 존중하며 우리 모두의 정답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배려 노력 하나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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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피아 3 : 엽기 상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 팩토피아 3
케이트 헤일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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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일곱 살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던 팩토피아 시리즈. 이전의 1,2권 <잡학상식> 은 마지막 3권 <엽기상식> 을 위해 ‘빌드업’한 게 아닐까 느껴질 만큼, 아이의 반응과 관심의 정도는 이 3권에서 최고점에 달했다. 순서대로 한 장씩 넘기며, 혹은 화살표를 따라 이리저리 부지런하게 페이지를 옮겨가며 만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쾌하고, 질척대고, 끈적거리고, 오싹하고, 근질거리고, 역겨운’ 400가지의 사실들. 아이의 눈이 이전보다 더 초롱초롱 빛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과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온갖 분비물과 관련된 역사적 기록부터 오늘날에 이르러 검증된 사실들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트림 기록이 1분 13초’, ‘한 달이나 밥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바퀴벌레’와 같은 사실처럼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알게 되면 대화의 가지가 쭉쭉 다양하게 뻗어 가도록 돕는 흥미를 돋우는 사실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는 노란 책. 이 책에 대한 (양육자로서의) 단 한 가지의 조언을 한다면…… 되도록이면 식사 시간 전에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지 말라는 것! 이 책을 아이가 처음 펼친 곳은 식당에서였는데, 음… 아… 이제 한글을 자유자재로 읽다 보니 일부러 엄마아빠의 반응이 격해지는 팩트만 쏙쏙 골라 말해주는 7세 어린이였다. 팩토피아 1,2권은 여전히 외출이나 외식 시 자주 챙기고 다니지만, 아무래도 3권은 온 가족의 비위 상하지 않는 식사 시간을 위해 집에서만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꺼내어본다🥲


엄마의 책갈피들을 죄다 가져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페이지마다 착착 꽂아 넣는 어린이와 함께 즐겁게 읽었던, 그리하여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일상에 유쾌하게 스며들었던 팩토피아 시리즈. 세상 만물에 관한 호기심을 품고서 재밌게 세상을 읽어나가길 원하는 아이를 위해 우리의 세계에 들인 학습 만화 덕분에 우리 가족의 대화 주제가 더욱 다양해질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앞으로 시리즈의 책들이 출간될 계획은 없나요 @sigongj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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