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생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62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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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으며 눈물 흘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나들‘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져 가고 있는, 아니 본래로 회복되어 가고 있는 시의 여정과 시인님의 걸음. 먼 곁에서 오래 함께 하고 싶어요. 그리하여 이 시집을 사랑하려 합니다 거의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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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초 신타 그림, 오지은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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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엄마로서의 걸음이 바깥의 공기보다 뜨겁고 무거웠던 어느 여름밤. 하루에 한 번은 『울었다』고 말하는 그림책 속 어린이는 그 밤의 나에게 하루를 넘기는 법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나는 왜 울고 싶고 울 수밖에 없는 마음 안에 고여 있는지, 그 원인과 과정을 돌아보는 일은 잘 울어내는 일이죠. 나를 봐요. 나는 울어내며 해내고 있어요, 지금을, 하루를. 그러니 자주 울고 싶은 당신 또한.

“~해서 울었다”라는 문장의 반복인 삶에서, 매일의 파도를 모른 척 없는 척 괜찮은 척 넘기고 보내지 않기로 해요. 한 권의 그림책만 있어도 충분한 용기 덕분에 나는 마음껏 울었다. 여름의 삶을 잘 살아냈다. 그림책 안팎의 어린이와 함께, 하루씩 자랐다. 울고 있는, 울고 싶은, 울지 못하는 당신들의 마음도 어렴풋이 알아차리며.

*백은선, 『뾰』, 난다,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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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지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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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되지.” (한정원,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中』)


이렇게 말한 시인의 마음을 담고 싶은 무더운 계절. 아니, 시인의 마음을 닮아가야만 그나마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뜨거운 계절. 이 계절을 마냥 싫어하는 마음으로 통과하고 싶지 않기에, 여름을 한껏 담고 그려낸 그림책들을 책장에서 자주 꺼내 펼쳐 보는 요즘이다. 다양한 그림체로 마주하는 여름이어서 괜찮은 장면, 여름이기에 가능한 순간. 덕분에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아닌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로 오늘의 여름을 넘기고 나고 있다. 해마다 여름의 그림책 한두 권씩을 ‘덕분’의 목록에 기쁘게 채워 넣으며.


그러니 이 년 만에 문지나 작가의 여름 그림책을 새로이 만난 지금. 어느 여름날보다 더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쓸 수 밖에.


지나간 여름에 ‘환히’ 빛났던 기억을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게 했던 2023년의 『여름빛』.

지금의 여름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빛나고 있는 “작은 이야기들”을 내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게 하는 2025년의 『반짝반짝』.


책장마다 가득 들어찬 여름의 빛과 색은 책장 밖의 한껏 뜨겁게 달아오른 모든 마음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모든 여름의 모든 존재에게서 반짝이는 “오렌지빛”을 그림책 안에서 알아차리는 당신 덕분에, 매일의 작지만 찬란한 여름을 그림책과 함께 기꺼이 그러모으는 당신 덕분에, 이 모든 찬란함을 곁과 옆이 되어주는 이들과 함께 그림책에 기대어 기쁘게 펼쳐 나누려는 당신 덕분에, 우리의 여름은 한탄이 아닌 감탄의 계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모두 당신 덕분에

모든 당신 덕분에

우리는 함께 계절을 조금사랑할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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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멀리 간다
김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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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를 환히 배웅하고 반갑게 마중하며 기쁘게 환대하는 수겹의 마음을 폭신하게 느껴요. 제 것의 걸음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자주 펼칠 것만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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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낙원 - 무루의 이로운 그림책 읽기
박서영(무루) 지음 / 오후의소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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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의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심리 분석가 멜라니 클라인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그 사람에 의해 완벽하게 이해받음으로써 얻게 되는 완벽한 내적 상태에 대한 갈망이라고. 그러나 세상의 그 누구도 그럴 능력이 없으며 그럴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슈라이버는 우리에게 “삶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통찰”하길 권한다. 각자의 고유한 외로움이 유발하는 고통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동시에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새로운 종류의 공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외로운 존재가 자신의 고독한 자리에서 고립의 구렁으로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타인에게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나에게,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게 다정하고 싶다는 마음은 얼마 가지 못해 약해지고 만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과 사랑 앞에서. 일상의 크고 작은 실패와 상실 앞에서. 나를 에워싼 사방의 벽 앞에서. 익숙하고 편하기까지 한 허무감 앞에서. 


그러니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계를 가늠하고 경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줄 낯선 이야기(p.121)”가 언제나 필요하다. 내가 나라서 외로운 이 삶에 좁고 깊게 매몰되지 않기 위해. 다 다른 모양과 질감의 외로움을 이해받고 이해하는 찰나의 곁에 다다르기 위해. 


그러니 우리에게는 우리 너머의 이야기들을 발견하여 나눠주는 이들 또한 필요하다. 저마다의 지난한 하루들로부터 파생되는 “맹목으로부터 구원해 주기도(p.87)”하는 이야기. 숱한 오해와 옅은 이해의 자장 안에서도 느슨하게 이어질 수 있는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 유토피아 없는 현실에서 기꺼이 살아가고 사랑하기 위해 각자와 서로의 고독을 해독하려 애쓰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를 각자의 고독 위에서 함께 만나자고 권하는 다정한 이들 ‘덕분’에, 어떤 날의 우리는 한 자리에서만 질척이는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낯선 방향으로 한 발을 뻗어 마음의 너비를 “한 칸 더 넓히는 기쁨(p.5)”을 누리기도 한다.


무루 작가님의 글을 오래 아끼고 기다려 온 이유를 이렇게나 길게 적었다. 저마다 다른 원인과 과정으로 형성된 고독의 자리들을 이어 ‘우리’가 되는 별자리를 긋는 무루 작가님. “그림책 속 이상하고 자유로운 세계”에서 홀로 걸으며 홀로가 아닌 풍경을 알아차렸을 작가님의 지나온 밤들에 나의 지나갈 밤들을 미리 겹쳐본다. 정답 없는 이 삶을 정답게 걸어갈 오늘의 힘을 얻었으니 이제 다시 페달을 밟을 시간. 외로운 두 손 위로 펼쳐진 길 위에서, 『우리가 모르는 낙원』을 이어 그려본다. “지금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는(p.26)” 세상의 모든 라일라들과 ‘함께’.


🔖 p.202-203 / 우리는 모두 같은 고독 속에 놓여 있다. 초월적인함께 기대어 매번 외로운 날들을 지난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피할 길은 없지만, 모두가 오해받고 있다는 사실만은 이해하면서. 이해가 오해보다 힘으로 서로 지지해주기를 바라면서. 



* 오후의소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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