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으면 뭐가 어때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319
마야 마이어스 지음, 염혜원 그림.옮김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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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나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쉽게 무시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존재들을 생각한다. 물성을 지닌 어떤 것들. 또는 생명을 지닌 어떤 이들. 그들이 맡고 있는 역할과 지니고 있는 능력까지 ‘작다 여기는 무례한 시선과 언행들은 어떤 것들과 어떤 이들의 존재를 쉬이 왜곡하고 편히 축소한다

 



여기, 이름부터 ‘작다(little)’는 뜻을 품고 있는 한 아이, ‘엄지’가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엄지를 그저 키 작은 꼬마라 여기는 어른들이 있다. 키가 큰 어른들은 엄지가 할 수 있는 것도, 엄지가 아는 것도, 엄지가 배우는 것도 작다고 생각해 엄지의 삶까지 작다고 여긴다. 엄지는 그런 어른들 앞에서 작지 않은 자신을 당당히 말한다. 책을 빌릴 때도, 음식을 주문할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엄지는 자신을 ‘꼬마’라는 단어 안에 넣어두려는 어른들에게 힘껏 외친다. 키가 작은 사람의 앎은 결코 작지 않다고. 키가 작은 사람의 노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그리하여 키가 작은 사람의 삶 또한 결코 작지 않다고. 그렇게 날마다 엄지는 왜곡되고 축소되는 자신의 존재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분투를 이어간다. 외친 만큼 나아가고, 자라가고, 살아가면서. 

 

📚어린이가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해서 어른의 반만큼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아무리 작아도 명은 명이다.”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사계절출판사 


 



그러던 어느 날, 엄지의 교실에 새로운 친구 ‘산이’가 전학을 오게 된다. 엄지가 보기에도 자신보다 키가 더 작아 보이는 산이. 엄지는 산이 곁에 다가가 대화를 나눠보고 싶기도, 누가 더 크고 작은지 키를 재보고 싶기도, 친구를 놀리는 ‘못된 친구’의 존재에 대해 경고해 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과는 다르게 산이에게 말 한마디 쉽게 건네지 못하고 있던 엄지. 그런 엄지를 달라지게 한 것은, 산이의 존재를 왜곡하고 축소하는 ‘못된 친구’의 무례한 시선과 언행이었다.  

 

산이의 몸은 점점 더 움츠러든다. 엄지의 몸은 점점 더 달아오른다. 괴롭힘을 당하는 산이의 사정이 이내 자신의 사정이 되어버렸기에, 잔뜩 주눅이 든 산이의 모습이 결코 자신의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엄지는 산이의 옆에 서서 ‘못된 친구’를 향해 목청껏 소리친다. “난 꼬마가 아니야!” 이 단단한 외침의 파장은 엄지와 산이가 속한 공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믿고 싶은 상상이 실현되는 과정은, 공간 안에 속한 이들과 공간 밖의 읽는 이들 모두를 안심시킨다. 모두를 안전하게 한다. 

 

공감의 마음을 토대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지키는 행동을 선보였던 엄지. 그런 엄지에게 산이는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내보인다. 독자들까지도 쉽게 왜곡하고 편하게 축소해 받아들였을 산이의 마음. 그러나 어쩌면 처음부터 엄지의 마음보다 더 크고 단단했을지도 모를 산이의 마음. 산이가 엄지에게 건넨 모든 말은 크기와 몸집을 무심하게 규정하는 세상의 척도를 다정하게 왜곡한다. 산이와 엄지가 나눈 대화는 결코 작지 않은 엄지와 산이의 삶을 한 뼘 더 자라게 할 것이다. 활짝 웃고 있는 엄지와 산이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확인하고, 확신한다.

 

이 작품을 보다가 궁금해져서 직접 원작의 정보를 찾아보았다. 이 책의 원제는 ‘NOT LITTLE’이며, 원작에서 엄지와 산이의 이름은 각각 ‘Dot’과 ‘Sam’ 임을 알고서 혼자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존재의 작지 않음을 선언하는 제목. ‘점(Dot)’처럼 작은 이름에 자신을 가두지 않으려는 ‘엄지’. 앎과 삶의 크기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산(Mountain)’이 된 ‘Sam’. 이 모든 것이 감탄과 감동의 기제가 되는 그림책, 『작으면 뭐가 어때서』. 염혜원 작가님 특유의 색연필 그림체가 작지만 작지 않은 이들을 포근히 끌어안는 듯한 이 그림책은 (나이와 키 모두를 불문하고) 누구의 마음에라도 작은 물결을 일렁이게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크기로만 좁고 얕게 세상을 감각하는 이에게는 자신의 작은 마음을 넓힐 고마운 기회가 되어줄 테니. 자신만의 분명한 척도와 기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는 자신의 단단한 삶을 지지하는 반가운 응원이 되어줄 테니.   

 



*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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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해님
노석미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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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무 사랑스럽잖아! 밝고 맑은 그림책을 처음 펼쳐 봤을 , 나는 두세 어린아이의 몸과 기분으로 그림 풍경 속에서 폴짝폴짝 뛰어놀고 싶었다.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잠깐의 눈부심을 견디며, 머리 해님을 향해 늦은 아침 인사를 건넸다. “굿모닝 해님!”




겨울부터 가을까지 모든 계절이 자신의 속도로 무르익어가도록, 계절이 각자의 쓸모를 다할 수 있도록, 계절이 다음 계절로 자연스레 모습을 바꿔갈 수 있도록, 변함없이 자신 아래 모든 생명을 만지고 감싸는 해님. 그리하여 땅은, 땅속의 생명들은, 땅 위의 생명들은 매일같이 고마운 해님을 향해 아침 인사를 건넨다. “굿 모 닝!” 


해님의 따스한 안에서 싹이 트고 꽃이 활짝 피어난다. 나비와 벌은 사이를 윙윙대며 날아다니고, 온갖 채소와 과실은 자신의 속을 든든히 채워나간다. 안의 모든 생명들로 하여금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낼 있도록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비추는 해님. 계절은 변하고, 생명은 자라고, 해님은 변치 않는다. 변해야만 하는 존재와 변하지 않는 존재의 필연적 관계가 모두를 나아가게 한다. 자연의 당연한 순리가 모두를 살아가게 한다.


굿모닝, 아침 인사를 건네는 표정 하나하나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변함없는 일상이 지겨운 하루, 급격히 변해버린 일상이 버거운 하루・・・ 어떠한 무게와 질감의 하루더라도 시작을 변함없이 응원할 해사한 얼굴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하고 싶은, 그리하여 그날 내내 얼굴 위로도 잔잔히 스며들기를 바라는 모두의미소 마치 해님의 내어주는 노오란선물같다. 물론 그것이 해님에게도 몹시 기쁜 선물이 되었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작품에서 살아 있는 생명이 외치는 모든 말은 그림처럼 붓으로 그려져 있다. 만약 붓이 아닌 키보드로 입력한폰트 표현됐다면 서로에게 와닿고 가닿는 마음의 온도가 내려갔을 것만 같기에, 작가님의 선택에 나는 그저 찬탄할 뿐이다. 해님 아래 모든 것이 생동하는 그림 앞에서.



*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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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피아 2 : NEW 잡학 상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400가지 사실들 팩토피아 3
케이트 헤일 지음, 앤디 스미스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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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불문하고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흥미로운 팩트들이 순간의 감탄과 유희를 자아내었던 『팩토피아 1 - 잡학상식』. 아이와 어른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을 다양한 분야의 상식들이 가득 찬 『팩토피아 2- new 잡학상식』 을 받아들자마자, 아이는 첫 번째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찾아보기’ 페이지부터 펼친 아이는 자신의 흥미를 돋우는 단어들을 찾아 곧장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떠한 방식과 방향으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알찬 재미가 보장되는 ‘팩트의 세계’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새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더 개구쟁이가 된 것인지, 아이는 인간과 동물을 불문한 똥과 관련된 온갖 팩트를 만날 때마다 그 위에 살을 덧붙이고 이어붙여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나갔다.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는 어른들의 속이 비어있어서 다행이었고, 어른인 나 또한 신기하고 놀라운 사실들이라 아이가 우리의 몫까지 깔깔대며 웃어주는 것이 내심 고맙기도 했던 시간.


십여 년 전, 응원하는 야구팀의 선수가 한여름 경기를 견디기 위한 자구책으로 모자 안에 양배추 잎을 넣어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하는 게 도움이 되나’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전설의 타자 베이비 루스가 심적 평안을 얻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이었다니! 양배추, 정녕 너는 몸과 마음의 열기를 모두 빼앗아가는 채소였는가!




엄마가 독서 중에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형형색색의 플래그를 붙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 자신 또한 엄마처럼 플래그를 붙이고 싶다 말하더니, 곳곳에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마음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가팩트의 세계 여행을 떠날 때마다, 두둑이 아이 몫의 플래그를 옆에 챙겨주어야 것만 같다. 넓고 깊은 팩토피아 곳곳에 자신의 깃발을 마음껏 꽂을 있게 하려면 말이다. 언제든 그곳을 반갑게 기억할 있도록. 언제든 그곳에서 활짝 웃을 있도록.



* 이 글은 시공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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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가 만난 내일 글로연 그림책 32
나현정 지음 / 글로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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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주어진 하루 내내 ‘내일’의 의미를 알기 위한 지난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던 하루살이. 만나는 이들에게 내일에 대해 묻고 각자의 답을 듣는 과정은 곧 충만하게 살아온 그의 일생一生이었다.
하루살이가 스스로 찾아내 살아낸 내일의 의미는 제각기 다른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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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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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붙여 ‘작’이 되자 더 깊고 넓어진 ‘우리’의 범위. 오늘도 자신과 타인을 돌보며 자신의 작업 또한 묵묵히 해나가는 우리 모두가 ‘나아가고’ 있음을 함께 확신하도록 돕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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