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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아파트에 삽니다
김도요.이광식 지음 / 사회복지법인 동행 / 2021년 11월
평점 :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 내 아파트에 거주하며 지역사회에 직접 부딪히고, 매일 마주하는 낯선 일상―비장애인에게는 숨쉬듯 당연한―을 하나씩 배우며 헤쳐나가고, 조금씩 천천히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 이 책은 개인의 차이를 차별하며 이들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더불어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개인을 ‘장애인’이라는 범주 하에 분리해놓고 그들을 향해 쉽고 편한 무관심과 배제를 일삼았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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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과 이동성이 안전하게 보장된 시설 ‘동백원’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며 보호받았던 중증 및 발달 장애인들. 그들에게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었다. 자유로이 오고갈 수 없도록 가로막는 숱한 방지턱들. 자신들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와 의심, 오해와 편견들. 시설 밖 우리 사회에 산재해있는, 그들을 비로소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장애물때문에 그들은 이사를, 도전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p.45 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세상은 절대 저절로 장애인에게 친절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내야 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시설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용기내어 나왔고, 지역사회로 직접 걸어들어갔다. 두려움을 견디며 그들 앞의 장벽을 조금씩 부숴나갔고, 편견과 오해와 의심에 맞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계속해서 내보였다. 이전에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도 못 했던 평범하며 소소한 일상들을 삶의 조각으로 하나씩 채워나갔다. 더불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스스로를 천천히 변화시켜 나갔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이 아파트의 주인으로서 자신이 해야할 몫을 하나씩 배우고, 하나씩 해나갔다.
입주자들의 곁에는 동분서주하며 그들을 지원하는 직원(사회복지사)들이 있다. 직원들은 입주자들의 의사와 욕구에 반하지 않게, 입주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게 이들의 크고 작은 선택을 도왔다. 입주자들이 스스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고, 배우고, 깨닫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직원들. 그들과 함께 입주자들은 세상 곳곳을 향한 자신의 관심과 이해의 폭을 점차 넓혀가며,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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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저, 오월의봄 출판사) 이라는 책을 통해,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게 됐다. 그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는 매 순간 많은 것에 의존하면서, 의존할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각 개인이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위해 내리는 선택의 범위는 모두에게 넓고 다양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지역사회와 국가에 의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한 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정체성 중 ‘단 하나’로 인해 그가 의존할 수 있는 대상과 선택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그로 인해 사회에서 분리되고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낯설고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익숙하며 당연한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 서로의 존재와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적응하며 서로를 환대하는 사회.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의 추구와 실현으로부터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그로써 구성원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이를 이루(어야하)는 구성원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해당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책임과 관심을 독려하는 동시에 모두가 동행하기를 권유한다. 우리의 곁에 마땅히 있어야 할, 우리 삶의 풍경에 더 많이 녹아들어야 할 이들의 이야기에는 개인과 지역사회, 복지시스템 등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나아질 수 있는 대안이 삶으로 제시되어 있다. 자립과 의존, 탈시설과 시설, 장애와 비장애 등 이분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던 우리의 시선이 무관심이 관심으로, 편견과 오해가 인정과 이해로, 차별이 차이로 바뀌는 세상으로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귀한 기억과 기록들. 읽는 내내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꿈을 꾼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자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