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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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하거나 대체될 수 없는 ‘존재’를 교환하거나 대체될 수 있는 ‘가치’로만 평가하려는 사회에서 어떻게 ‘넘버 원’이 아닌 ‘온리 원’을 지향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고유성이 고려되지 않은, 나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불완전한 ‘욕망’을 욕망하는 삶의 헛헛함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주어진 틀’을 기꺼이 해체하고, 나를 고여있게 만드는 ‘주어진 안정’을 기꺼이 깨트리며, 자신이 직접 선택한 방황과 불안을 통해 스스로의 자유를 창조해나가는 삶은 진정 가능한가.

지난하며 혼란스러운 우리의 일상과 세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다양한 ‘현대 철학 사상’. 이를 방탄소년단(BTS)의 여러 대표곡을 매개로 사유해 쉽게 풀어낸 책. 각 곡에 깃든 철학적 메시지와 연관된 문학작품이나 영화(『위대한 개츠비』, 『매트릭스』, 『달과 6펜스』, 『헤드윅』 등)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더 깊고 넓은 이해를 도운 책. 무엇이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하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가 우리에게 허락할 삶은 어떤 모습일지를 논하는 글이 이렇게 막힘 없이 술술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던 책. 책장을 넘기면서 이 책에서 사유한 여러 철학 사상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과 어떠한 부분은 감히 반박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품게 됐으니, 이 책에 대해 ‘철학 입문서로 접해도 좋을 책’이라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수년간 매일같이 들었던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내 일상을 ‘나다운’ 모습으로 가꿔갈 수 있도록 추동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를 추동할 것이다. 더불어 이제는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철학적 근거를 곁들여 그들의 노래와 가사를, 나의 일상과 세상을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해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고통과 방황 위에 기꺼이 올라타서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빚어가도록, 내 본래적 자아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나를 넘어서는 정의를 지향하며 타자와 ‘함께’ 사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철학적인 덕질 메이트’. 방탄소년단의 팬으로서, 내 삶의 주체로서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인연을 만났다.

(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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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아파트에 삽니다
김도요.이광식 지음 / 사회복지법인 동행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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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 내 아파트에 거주하며 지역사회에 직접 부딪히고, 매일 마주하는 낯선 일상―비장애인에게는 숨쉬듯 당연한―을 하나씩 배우며 헤쳐나가고, 조금씩 천천히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 이 책은 개인의 차이를 차별하며 이들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더불어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개인을 ‘장애인’이라는 범주 하에 분리해놓고 그들을 향해 쉽고 편한 무관심과 배제를 일삼았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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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과 이동성이 안전하게 보장된 시설 ‘동백원’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며 보호받았던 중증 및 발달 장애인들. 그들에게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었다. 자유로이 오고갈 수 없도록 가로막는 숱한 방지턱들. 자신들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와 의심, 오해와 편견들. 시설 밖 우리 사회에 산재해있는, 그들을 비로소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장애물때문에 그들은 이사를, 도전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p.45 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세상은 절대 저절로 장애인에게 친절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내야 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시설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용기내어 나왔고, 지역사회로 직접 걸어들어갔다. 두려움을 견디며 그들 앞의 장벽을 조금씩 부숴나갔고, 편견과 오해와 의심에 맞서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계속해서 내보였다. 이전에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도 못 했던 평범하며 소소한 일상들을 삶의 조각으로 하나씩 채워나갔다. 더불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스스로를 천천히 변화시켜 나갔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이 아파트의 주인으로서 자신이 해야할 몫을 하나씩 배우고, 하나씩 해나갔다.

입주자들의 곁에는 동분서주하며 그들을 지원하는 직원(사회복지사)들이 있다. 직원들은 입주자들의 의사와 욕구에 반하지 않게, 입주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게 이들의 크고 작은 선택을 도왔다. 입주자들이 스스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고, 배우고, 깨닫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직원들. 그들과 함께 입주자들은 세상 곳곳을 향한 자신의 관심과 이해의 폭을 점차 넓혀가며,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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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저, 오월의봄 출판사) 이라는 책을 통해,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게 됐다. 그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는 매 순간 많은 것에 의존하면서, 의존할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각 개인이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위해 내리는 선택의 범위는 모두에게 넓고 다양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지역사회와 국가에 의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한 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정체성 중 ‘단 하나’로 인해 그가 의존할 수 있는 대상과 선택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그로 인해 사회에서 분리되고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낯설고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익숙하며 당연한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 서로의 존재와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적응하며 서로를 환대하는 사회.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의 추구와 실현으로부터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그로써 구성원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이를 이루(어야하)는 구성원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해당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책임과 관심을 독려하는 동시에 모두가 동행하기를 권유한다. 우리의 곁에 마땅히 있어야 할, 우리 삶의 풍경에 더 많이 녹아들어야 할 이들의 이야기에는 개인과 지역사회, 복지시스템 등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나아질 수 있는 대안이 삶으로 제시되어 있다. 자립과 의존, 탈시설과 시설, 장애와 비장애 등 이분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던 우리의 시선이 무관심이 관심으로, 편견과 오해가 인정과 이해로, 차별이 차이로 바뀌는 세상으로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귀한 기억과 기록들. 읽는 내내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꿈을 꾼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자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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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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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당신에게 권하면서 내가 말 하고 싶은 단 한 문장은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차례를 살펴보며 지금 당신의 마음에 와 닿는 설명이 적힌 챕터를 확인한 뒤, 그 챕터 속 예술가들만 만나도 지금의 당신에게는 더없이 충분할 것이다. 현재 당신 일상의 결과 비슷한 순간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선택을 내리며 살아냈고 살아갔는지 그 이야기를 보고 듣는것만으로도 그들로부터 잔잔한 위로나 따스한 공감, 뜨거운 용기를 나눔받을 수 있을테니.

그러나 한 종류의 결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삶이기에, 결국 당신은 다양한 결로 드러난 ‘예술가의 일’을 모두 살펴보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의 마음에 담아두고 기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하는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던 예술가들. 그들이 이승에 남기고 간 작품과 기록, 생의 흔적들에 기대며 언제든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누리는, 누릴 수 있는, 누려야만 하는 축복이 아닐까. 

+
여성 예술가를 향한 과소평가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던 과거가 오늘날의 현실과 여전히 분리되지 않고 있음을 지켜보며 통탄해 하고 있을 저승의 예술가들. 그들의 삶과 작품을 파헤치며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린 악습과 관행과 편견을 깨부수고 있는 이승의 후손들. 서로가 서로의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고 있음을, 시대를 초월해 연대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하고 확신한다.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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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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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여성 작가로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작가 자신을 향한 엄격한 자기 검열. ‘안전하지 못 한 경험’들로부터 비롯된 “영원히 상처받을 유년의 기억”을 안고 사는 작가 자신을 향한 경계의 마음. 굴곡진 개인사 및 역사 위에서 어떠한 삶과 글을 써야하는지 일생을 고뇌해 온 작가를 감히 이 산문집 한 권으로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종 분류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자기 자신으로 사는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연대하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몇 번이고 펼쳐보겠다 겨우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망각에 의지해 몸과 마음이 편한 삶과 글이 아닌, ‘잊지 않음’으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삶과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두려운 고백이 담긴 책 앞에서, 나 또한 기억과 의지의 연약함을 애써 견디고 잊지 않는 쪽을 바라보며 내 삶과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는 마음을 조심스레 품어본다. “실제로 겪은 일을 넘어 분명한 단어들로 기록”(p.28)되어 나와 연결되는 타인의 역사 위에서 나의 서사가 쓰여지고 있음을 상기하며. 생의 근원과 과정이 얽혀있는 나의 역사와 타인의 역사에 끊임없이 ‘감응’하고 ‘경청’하며 ‘소통’함으로 인해 나의 서사 또한 더욱 명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확신하며.

작가의 글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책들을 마음의 장바구니에 많이 담아두었다. 아직 접하지 못 한 박민정 작가의 여러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에게 영향을 준 글들도 모두 하나씩 읽어가려 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 했던, 끝내 홀로 알아차리지 못 할 수도 있는, 그러나 현실의 책장마다 산재하는 좌절의 돌부리들과 흐린 빛으로 실재하는 희망의 힌트들을 알려준 작가의 단호하며 친절한 용기에 기꺼이 기대면서.

(#작정단7기 에 선정되어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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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개정판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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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48 인생은 단순해요. 우리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지.
📚p.241 보이는 것이 전부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라. 이 간단한 법칙을 실천하지 못해 멀고도 고통스러운 길을 돌아가는 사람들은 불행히도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다. 

우리는 이 단순한 인생의 진리이자 교훈을 온 몸으로 끌어안지 못 한 채, 그리하여 보이는 것을 바로 보지 못 한 채 복잡한 망각 속에 괴로워하며 사랑하고 살아간다. 이를 일깨워 줄 외부의 도움, 타인의 손길,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이)의 구원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그러나 숱한 힌트와 도움과 기회들이 자신에게 와닿도록 직접 연결해야 하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 관계로부터, 관계에 의해 의미를 갖는 마음으로부터 흔들리며 자유로울 수 없는 나를 붙잡아주고 구원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걸 체득하는 과정의 연속이 바로 인생이지 않을까.

작가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표현들이 담겨있는 단문의 연결, 감정의 변화, 시간의 흐름은 강한 흡인력을 갖고서 이어진다. 다수의 공감을 사고 다수의 마음을 찌를 문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각자 안팎의 상황이 어떠한지에 따라 각자에게 와닿거나 혹은 내게서 멀어지는 문장들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문장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언제 들어도 슬픈 말, 언제 들어도 고마운 말, 언제 들어도 가슴 아픈 말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 산문집 앞에 ‘언제 펼쳐도 좋은 책’ 이라는 표현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다수의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는 문장을 끌어내는 작가의 존재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안타까울만큼 읽는 내내 슬프고도 좋았다. 수년 간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펼쳐진 책의 힘은 (문장 자체로는) 간단명료하나 (스스로 깨우치며 실천하기에는) 난해한 문장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한 문장들 앞에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며 조금이나마 자신을 붙잡고 구했으리라 믿고싶다.

한편, 개정판에 새로이 담은 ‘그 후’의 이야기로 인해 이 책이 ‘엔딩이 없기에 더없이 지난하며 애달픈 보통의 삶과 사랑’ 앞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고 느껴진다. 움찔하며 미리 겁 먹게 되는 모든 고통의 기억을 뒤로하고 돌아서고 싶은,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라는 희망을 안고 싶은, 그렇기에 마음이 이끄는대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은 모든 마음과 말들이 몹시 현실적이어서.

(해당 게시물은 을유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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