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개정판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평점 :
#도서제공
📚p.48 인생은 단순해요. 우리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지.
📚p.241 보이는 것이 전부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라. 이 간단한 법칙을 실천하지 못해 멀고도 고통스러운 길을 돌아가는 사람들은 불행히도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다.
우리는 이 단순한 인생의 진리이자 교훈을 온 몸으로 끌어안지 못 한 채, 그리하여 보이는 것을 바로 보지 못 한 채 복잡한 망각 속에 괴로워하며 사랑하고 살아간다. 이를 일깨워 줄 외부의 도움, 타인의 손길,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이)의 구원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그러나 숱한 힌트와 도움과 기회들이 자신에게 와닿도록 직접 연결해야 하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 관계로부터, 관계에 의해 의미를 갖는 마음으로부터 흔들리며 자유로울 수 없는 나를 붙잡아주고 구원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걸 체득하는 과정의 연속이 바로 인생이지 않을까.
작가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표현들이 담겨있는 단문의 연결, 감정의 변화, 시간의 흐름은 강한 흡인력을 갖고서 이어진다. 다수의 공감을 사고 다수의 마음을 찌를 문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각자 안팎의 상황이 어떠한지에 따라 각자에게 와닿거나 혹은 내게서 멀어지는 문장들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문장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언제 들어도 슬픈 말, 언제 들어도 고마운 말, 언제 들어도 가슴 아픈 말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 산문집 앞에 ‘언제 펼쳐도 좋은 책’ 이라는 표현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다수의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는 문장을 끌어내는 작가의 존재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안타까울만큼 읽는 내내 슬프고도 좋았다. 수년 간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펼쳐진 책의 힘은 (문장 자체로는) 간단명료하나 (스스로 깨우치며 실천하기에는) 난해한 문장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한 문장들 앞에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며 조금이나마 자신을 붙잡고 구했으리라 믿고싶다.
한편, 개정판에 새로이 담은 ‘그 후’의 이야기로 인해 이 책이 ‘엔딩이 없기에 더없이 지난하며 애달픈 보통의 삶과 사랑’ 앞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고 느껴진다. 움찔하며 미리 겁 먹게 되는 모든 고통의 기억을 뒤로하고 돌아서고 싶은,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라는 희망을 안고 싶은, 그렇기에 마음이 이끄는대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은 모든 마음과 말들이 몹시 현실적이어서.
(해당 게시물은 을유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