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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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여성 작가로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작가 자신을 향한 엄격한 자기 검열. ‘안전하지 못 한 경험’들로부터 비롯된 “영원히 상처받을 유년의 기억”을 안고 사는 작가 자신을 향한 경계의 마음. 굴곡진 개인사 및 역사 위에서 어떠한 삶과 글을 써야하는지 일생을 고뇌해 온 작가를 감히 이 산문집 한 권으로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종 분류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자기 자신으로 사는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연대하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몇 번이고 펼쳐보겠다 겨우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망각에 의지해 몸과 마음이 편한 삶과 글이 아닌, ‘잊지 않음’으로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삶과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두려운 고백이 담긴 책 앞에서, 나 또한 기억과 의지의 연약함을 애써 견디고 잊지 않는 쪽을 바라보며 내 삶과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는 마음을 조심스레 품어본다. “실제로 겪은 일을 넘어 분명한 단어들로 기록”(p.28)되어 나와 연결되는 타인의 역사 위에서 나의 서사가 쓰여지고 있음을 상기하며. 생의 근원과 과정이 얽혀있는 나의 역사와 타인의 역사에 끊임없이 ‘감응’하고 ‘경청’하며 ‘소통’함으로 인해 나의 서사 또한 더욱 명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확신하며.

작가의 글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책들을 마음의 장바구니에 많이 담아두었다. 아직 접하지 못 한 박민정 작가의 여러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에게 영향을 준 글들도 모두 하나씩 읽어가려 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 했던, 끝내 홀로 알아차리지 못 할 수도 있는, 그러나 현실의 책장마다 산재하는 좌절의 돌부리들과 흐린 빛으로 실재하는 희망의 힌트들을 알려준 작가의 단호하며 친절한 용기에 기꺼이 기대면서.

(#작정단7기 에 선정되어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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