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경계존중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 부모 가이드
엘리자베스 슈뢰더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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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엘리자베스 슈뢰더

(경계존중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 부모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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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단기간 기간제 근로자로 살고 있어 일하고 쉬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가 3월부터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 출근이 예정 되어 있어 기쁜 마음과 두려운 마음(도서관 근무 경력이 없음)으로 당분간 새로운 생활의 적응을 위해 서평단 활동을 쉬기로 마음먹고 있을 때, 또다시 나를 유혹한 책이다. 만지면 분홍빛이 당장 손에 묻어날 것만 같은, 예쁜 표지의 200쪽도 채 안 되는 작은 책이 그렇게 내게로 왔다.

 

일단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면, 앞표지가 색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것 같은데 앙증맞고 너무 예뻤다. 뒤표지로 넘기니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는 아이, 다른 사람도 동등하게 존중하는 아이, 성에 관한 편견 없는 당당한 아이, 분별력 있는 올곧은 아이로 키우고자 한다면이라고 적혀 있다.

 

책장을 펼치니 들어가며에서,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라고 해요. 로 첫 문장이 시작되며, ‘경계동의는 아이와 이야기 나누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임을 우선 일깨워 준다.

 

경계: “경계란 일종의 내 영역을 만드는 울타리. 네가 혼자 있고 싶어서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면, 그게 바로 경계를 만든 거야. 누군가 경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일단 문을 두드려야 해. 그러면 너는 들어와도 돼라든가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라고 대답할 권리가 있어.

경계란 누군가 너를 만져도 된다거나,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누군가 널 안아주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싫을 때도 있지. 그러면 좋다거나 싫다고 말해도 돼. 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고 말해도 되고, 안는 것뿐만 아니라 뽀뽀나 만지는 것도 마찬가지야. 어제 누군가에게 안아도 된다고 허락했다고 오늘도 허락해야 하는 건 아니야. 매순간 결정은 네가 하는 거란다.(12~13)

 

동의: “동의란 뭔가를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거야. 네가 친구에게 안아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친구가 난 안기 싫어라고 했다면,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으니까 안으면 안 된다는 뜻이야. 네가 닫은 방문을 누군가 와서 두드린다면, 그 사람은 네가 들어와도 돼라고 말할 때까지 문 밖에서 기다려야 해. 네가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네 방에 들어올 수 있는 동의나 허락을 받지 못한 거야.(13)

 

존중: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따르는 거야. 누군가 난 안기 싫어라고 말하면 그 말대로 하는 거지. 누군가 네 말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라는 사람도 존중하지 않는 거야. 그럼 기분이 나쁘겠지.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이 널 존중하길 바란다면 너도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단다. 누군가 너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았다면, 설사 그 사람이 어른이라고 해도 곧바로 내게 와서 알려 주렴.”(13)

 

이렇게 가이드 라인에서는 경계·동의·존중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설명 가능하게 실어 놓았고,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개념인 경계를 굳이 가르쳐야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경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것들도 미리 알려준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과 반드시 신뢰가 형성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음경·음부·유방·엉덩이 등, 성기의 명칭을 다른 신체부위 명칭(코나 입처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제대로 사용해야한다고 하며, 아이들과 늘 대화 창구를 열어 놓기를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를 믿어주고 부모가 일관성을 유지해야한다고 당부하며 가이드 활용법도 마련해 두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1: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몸을 탐구해요.

2: 내 몸은 나의 것!

3: 성폭력에 대하여; ‘좋은접촉과 나쁜접촉?

4: 몸에도 경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5: 내 몸 안에는 나만의 경보 시스템이 있어요.

6: 존중과 동의를 가르쳐요.

7: “싫어요.”라고 말하는 연습

8: 동감은 존중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9: 아이가 설정한 경계선을 존중하세요.

10: 아이는 부모의 거울입니다.

11: ‘믿을 수 있는 어른네트워크를 만드세요.

12: 아이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합니다.

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이 작고 얇은 만큼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면서, 위의 경계·동의·존중의 예시처럼 아주 구체적이다. 그러면서도 각 장 끝에는 핵심을 요약해 놓아서 지금 당장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Q. 제 아이들은 남의 몸을 건드리기 전에는 먼저 물어봐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중 네 살짜리 아이가 최근에 제 파트너한테 성기를 만져도 되냐고 물어서 그 사람이 안 돼라고 대답했거든요. 그랬더니 아이가 당황해하며 먼저 물어 봤잖아요. 근데 왜 안 돼요?”라고 되묻더군요. 이럴 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네 살이라, 정말 좋은 시절이네요! 아이들은 참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은 존재죠. 하지만 네 살밖에 안 됐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안 돼요. 오히려 어린아이니까 단순하고 딱 부러지게 대답해줘야 합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것과 무섭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명심하세요!)이런 경우 적당한 대답은 다음과 같겠죠. “먼저 물어본 건 잘한 일이야. 하지만 먼저 물어봤어도 상대에게는 좋다거나 싫다고 대답할 권리가 있어. 게다가 다른 사람의 성기는 물어 보는 걸 떠나서 건드리면 안 되는 부위란다. 다른 사람도 네 성기를 건드리면 안 되고.” 이렇게 말해 준다면 신체 경계의 중요한 부분을 짚어줄 수 있겠죠.(169)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12장이 끝난 후에는, 저자가 30년 간 전 세계 부모를 대상으로 하면서 받은 질문 중에서 선별해 자주 듣는 질문과 답변을 실어 놓았으며, 맨 끝에는 참고할 국내·국외 도서까지 알뜰히 추천해 놓았다.

 

자칫 이 책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를 어린자녀를 둔 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달리해보면, 우리 모두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이미 어느 정도 키운 이들은 너무 잘 알고 있겠지만, 자녀를 키우면서 가족들과 특히 부모님 세대와 자녀교육으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경험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특별히 성교육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성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내색하지 못하고 넘어간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각 나라 문화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족·우리 남편·우리아들 등, 늘 우리를 지칭하는 한국문화에서는 가족들과의 끈끈함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모두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내 아이를 비롯한 우리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의 주권자로 곧게 서는 것과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존중할 때, 아이는 비로소 자기 자신의 성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한, 이 책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의 저자 슈뢰더 박사의 경계존중 성교육은 현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성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전 세계 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배움의 연속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터득해야 할 기본적인 윤리관을, 나와 내 가족 이웃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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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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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손 편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동)

 



#츠바키문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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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서평쓰기 프로그램을 듣고 공부하던 이들이, 지금은 자체적으로 모여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서로의 글을 가지고 함께 토론한다. 지난 서평단 모임 때,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단원이 나눔 하려고 가져온 책 중에 츠바키 문구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책이냐고 물었더니 소소한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은 나는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단층집에 살고 있다. 주소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다. 가마쿠라라고 해도 산 쪽이어서 바다와는 꽤 떨어져 있다. 전에는 선대와 살았지만, 삼 년 전에 선대가 세상을 떠나고 지금은 오래된 일본 가옥에서 혼자 산다. 하지만 언제나 주위에 사람 기운이 느껴져서 그리 외롭진 않다.(009)로 시작된다.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메미야 하토코(일명포포)는 문구점을 하면서 대필이 주 업무인 할머니의 사랑 방법이 너무 엄하다보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하지 않고 선대라고 표현한다.

 

어릴 때에는 엄한 할머니의 뜻에 따라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대필 교육에 열심히 임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반항 한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해외에서 몇 년 간 떠돌기도 하다가, 선대가 돌아가신 후에야 가마쿠라로 돌아와 운명처럼 문구점을 다시 열고 대를 이어 대필까지 하게 된다.

 

선대도 의뢰가 들어오면 노인 클럽 게이트볼 우승자에게 주는 상장이나 일식집 메뉴판, 이웃집 아들이 취업 활동에 쓸 이력서 등 글씨를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다. 간단히 말해서 글씨 만물상 같은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마을 문구점에 지나지 않는다.(013)

 

선대(先代)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대필을 맡길까? 싶기도 한데 의외로 서중(暑中) 안부 엽서를 시작으로, 알음알음 대필 의뢰가 들어온다. 포포는 대충 대필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 내용은 물론이고 종이며 필기구·글씨체 등 모든 것을 클라이언트의 사연을 경청하고 거기에 맡게 최적의 선택을 해서 공을 들여 작업한다.

 

신세를 진 여러분께

가마쿠라의 신록이 한층 생기를 띠는 계절이 됐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쓰루오카하치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지 십오 년이 지났습니다.

생각해보니 눈 깜짝할 시간이었네요.

그날, 눈처럼 벚꽃이 날리는 가운데 여러분 앞에서 부부가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서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바다에 가거나 하이킹을 하며, 진부한 표현이지만 일상의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그런 날들을 보내며 서로 이해와 애정을 쌓아왔습니다.

비록 자식은 얻지 못했습니다만, 대신 애견 한나를 자식처럼 사랑하며 지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한나와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한 것이 저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었군요.

각설하고, 이번에는 여러분께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7월 말을 기해, 저희는 부부 관계를 정리하고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둘이서 함께 지낼 방법이 없을지 서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때로는 친한 친구에게 중재를 부탁하기도 하며 행복한 결말을 얻도록 최선의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반려자와 다시 한 번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싶다는 아내의 뜻은 흔들림이 없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066)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려도, 때로는 영원히 함께 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대부분 서로 쉬쉬하면서, 아는 이들과 연락을 끊고 절망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정서가 많이 달라 결혼식 초대도 신중하게 가까운 이들에게만 한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소설이지만 자신들을 축복해 준 이들에게, 이혼 사실을 보고하고 서로의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때로는 거절 대필 같은 난처한 경우도 있지만, 떠난 이를 애도하는 조문 편지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조문 방식을 떠 올리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엄하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애정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 사실이 하토코를 오랜 세월에 걸쳐 괴롭혀왔나 생각하면, 정말로 진심으로 한심해집니다. 언젠가 그 아이와 서로 이해할 날이 올까요?(217)

 

무엇보다도 할머니를 선대라고 부르던 포포가, 어느 날 할머니가 다른 이에게 쓴 편지에서 온통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일본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참 소박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소설은 잔잔하게 시작해서. 진한 감동으로 끝맺음한다. 그렇다고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예전에는 편지라고 하던 것을 이제는 굳이 손편지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던 게 언제였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큰 애가 군대에 가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국군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쓸 때에는 군인들이 무척 어른으로 생각되었었는데, 막상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니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아이 같아서, 인터넷으로 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주 편지를 쓰곤 했었다.

 

거기에 한때는 메일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메일조차도 거의 SNS 등으로 주고받기 곤란한 파일 같은 게 있을 때나, 메일 외에는 상대방의 다른 정보를 알 수 없을 때에만 사용하고, 특별히 안부편지를 쓰지는 않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동네를 산책 하다가 우리 동네에 이런 것도 있었나? 하고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바삐 살다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놓치는 것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츠바키 문구점은 제목의 문구점 말고는 모두 실명이라고 하니, 소설을 읽으며 포포가 가는 데로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당장 긴 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문구점에 가서 예쁜 엽서 몇 장 골라 평소에 고마웠던 이들에게 몇 자 적어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동네 문구점도 많이 사라져서 문구점 찾기도 쉽지 않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얼마 만에 강산이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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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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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가우르 고팔 다스

(종교와 종파를 뛰어 넘어 행복한 삶을 위한 경전)


 

남들은 지름길로 잘도 가는데, 유난히 내 앞에는 높은 계단이 그것도 가파르게 뻗쳐 있어 매번 내 사기를 꺾었다. 목표를 정하고 한 계단 한 계단 힘겹게 올라보면, 이미 너무 늦어버려 목표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절망하고 또 절망하면서 또 다른 계단을 찾아 올라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새 백발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아이들 일까지 너무 풀리지 않아, 엄마 마음에 또다시 길을 잃었다. 그런데 나만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책도 잠시 길을 잃었나보다.

 

도서 발송이 누락되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은 어쩌면 내게로 와 주지 않았을지도 모를 귀한 책이 되었다. 다행히 뒤늦게 연락이 되어 조금 늦게 받아볼 수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만나지 못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서 아찔하다. 책을 받아보기 전에는 왜 제목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 책일까? 하고 무척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정말 아무도 빌려 주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나는 푸네(인도 중서부 뭄바이에서 기차로 다섯 시간 거리의 소도시)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역설적이게도 뭄바이 시내의 고층 빌딩들 한복판에 위치한 아쉬람(수행 공동체)에 머문다. 그 단순한 장소에서 나는 스물다섯 해 동안 수도승으로 살아왔다. 그곳에서 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혜를 공부해 왔을 뿐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기술을 세상과 나누는 법을 배웠다.(11)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멘토이자 라이프코치이며 수도승인 저자 가우르 고팔 다스는 처음부터 수도승은 아니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휴렛팩커드에 취직한 성공한 공학도였다. 그는 젊은 시절 이미 성취의 꿀을 충분히 맛보았고,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힘과 자신감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인기와 찬사를 받아 자부심도 충만했다. 그런 그가 수도승이 되어, 행복이 세상을 치유할 것이라고 믿고 행복의 점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를 돌며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깨우는 수도승으로 나섰다.

 

 

책의 시작은, 저자가 외면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부유한 친구 해리로부터 푸짐한 식사 대접을 받는다. 그 후 친구의 차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며, 길이 막혀 밀리는 차 안에서 해리의 행복하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삶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약속시간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묻고 답하는 문답식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흥미롭고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다.

 

행복의 비밀에서 여든이 넘어 보살펴 줄 가족이 없어 끝끝내 요양원으로 가야하는 한 부인이, 자신이 거처할 방을 보기도 전에 맘에 든다고 이야기 한다. 너무 어이없어 이유를 물었을 때, 그 부인이 이렇게 답한다. 행복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에요. 나는 이미 내 방을 사랑하기로 결심했고,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내 남은 생을 사랑하기로 결정했어요. (28)

 

저자는 삶에서의 문제는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만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분노나 미움 역시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만, 평화나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감사는 우리 자신의 선택이라고 한다.

 

남편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아요. 내가 행복한가 아닌가는 그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달려 있어요. 나의 행복이 달려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나는 내 삶의 모든 상황과 모든 순간에서 행복을 선택합니다. 만약 내 행복이 다른 사람, 사물 또는 상황에 의존해 있다면, 그 대상이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할 것이기 때문이에요.”(37)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의 행복을 남편이나 아이 등 가족들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거기에 대해 저자는 행복은 우리 자신의 책임이며,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 여성의 말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자신의 행복에 대한 결정권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물건에게 결코 양도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러면서 삶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자신을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고, 벗어날 수 없을 때는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배워서,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나 상황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는 CAR(change·accept·rise)을 제안한다. 거기에 스승의 말을 빌려, 부정적인 것이 우리 마음을 집어 삼켜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힘을 상실하게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가난하다고, 너무 가난하고 너무 가난해서, 그들이 가진 것은 오직 돈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전부이다. 나는 그 삶이 가난에 찌든 삶이라고 여긴다. 당신이 가진 것이 돈 뿐이라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삶에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이 있고, 삶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232)

 

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더 바빠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열심히 일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과 직간접으로 관련 없는 삶의 부분들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짜 가난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가진 것에 감사할 때 더 많은 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기도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당신이 틀렸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면, 당신은 정직하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면, 당신은 현명하다. 그리고 당신이 옳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것은 당신이 옳은 것보다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자기 돌봄의 미학이다.(171~172)

 

 

쉽진 않겠지만 상대방이 밉더라도 먼저 챙겨 주고 이해하려 할 때, 관계가 회복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먼지를 발견할 것이 아니라, 금가루를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때로는 옳은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주변의 세상에 의해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읽어가듯 자연스럽게 읽다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불행을 안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가슴이 먹먹해지고 정신이 퍼뜩 난다. 혹시 지금 자신의 행복을 엉뚱한 곳에 의존하고 불행하다며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멀리 인도에서 날아온 주옥같은 글들과 함께 마음을 다독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해리가 차에서 내릴 때 느끼는 행복을 느끼게 되리라 생각된다.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결정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행복한 마음이 절로 생겼다.

 

1. 행복 열쇠를 잃어버리지 말 것

2. 인간은 아름답게 불완전한 존재

3. 마음의 일시정지 버튼 누르기

4. 반응하는 삶에서 깨어 있는 삶으로

5.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연습

6. 자기 돌봄의 미학

7. 사랑하는 일을 하면 일할 필요가 없다.

8. 확장해 가는 존재의 아름다움

9. 완벽한 것보다 더 좋은 것

10.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이유

 

첫 번째 바퀴-감사하는 마음에서

두 번째 바퀴-관계 맺기

세 번째 바퀴-자신의 선물을 발견하기

네 번째 바퀴-기쁨의 순간을 선물하기

 

연필의 첫 번째 교훈-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네 안에 있다.

연필의 두 번째 교훈- 네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날 때 진정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연필의 세 번째 교훈-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아무도빌려주지않는인생책

#가우르고팔다스

#자기계발서

#인생책

#마음챙김

#인생강의

#수오서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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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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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수면과 꿈의 과학/인생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법)



 

#우리는왜잠을자야할까

#매슈워커

#수면

#열린책들

 

 

*자느냐 안 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깰 정도로 잠을 깊이 못 자는 편이다. 더군다나 잠자리가 바뀌면 꼬박 밤을 새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집을 떠나면 곤욕이다. 그나마 세월이 흐르면서 예민한 게 많이 나아져, 이제는 하루이틀정도 나가서 자도 예전 정도는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혹자는 너무 적게 자도 안 되고, 너무 많이 자도 안 좋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6시간~8시간을 이야기하는데, #김경일교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어떤 이는 6시간만 자도 되고, 어떤 이는 10시간을 자야 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의 저자는 8시간 이상을 푹 자기를 권한다. 게다가 누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잠이 든 상태가 그만큼 지속되어야 건강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하나하나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500쪽에 달하는 책이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히는 이유다.

 

하긴, 저자의 말처럼 인간 말고는 누가 이렇게 애써 잠을 줄이며 졸음을 참고 살아갈까? 싶긴 하다. 때로는 동물도 잠을 쫓긴 하겠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닐까? 적에 의해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야하는 위급한 상황 등.

 

이렇듯 이 책은 잠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자야하며, 어떻게 왜 꿈을 꾸는지? 수면제에서 변모한 사회까지. 수면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서 평생에 걸친 잠의 변화를 추적하고, 잠이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푹 자는 것이 창의성에 얼마나 유용한지등등을 낱낱이 파헤쳐 놓았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사회는 잠을 권장하지 않고 억제 시킨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라나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직장인들은 더더욱. 인류의 전기 발명은 획기적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에게 잠을 잊게 만들었다.

 

코로나19가 좋았던 게 딱 한 가지 있었다면, 사람들의 이른 귀가였다. 자영업자들(개인택시를 하는 남편의 소득도 반 토막 났었다.)은 아우성 칠 수밖에 없었지만,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벗어나 일찍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대로 쭉 이어지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미 정착되어버린 배달문화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이미 편한 것에 너무 길들여져 버렸기 때문이다.

 

 

수면부족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몇몇 위험 요인 중 하나 일뿐이다. 수면 단독으로는 치매를 박멸할 마법의 총알이 되지는 못할 것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생애 전체에 걸쳐 수면을 우선순위에 놓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237)

 

수면은 우리의 삶, 건강, 수명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이해된 행위라고 한다.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모든 병에 관여한다고 하며 수명도 줄어든다고 하니, 차라리 푹 자고 조금 더 오래 살면 마찬가지 아닐까? 푹 자는 것만큼 행복한 게 또 있을까? 싶다. 하루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것이, 남은 인생을 가장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글에 이의가 없길 바란다. 수면균형 있는 식단운동이 답이다. 사회활동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푹 자기 위해 애는 써야할 일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열두 가지 비결

수면 시간표를 지켜라.

운동은 좋지만, 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잠자러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

가능하다면,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하라.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말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잠자러 가기 전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라.

침실을 어둡게 하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워라.

적절히 햇볕을 쬐어라.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어있지 말라.



 *24시간 하루 주기 리듬과 아데노신의 수면 시간을 무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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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프롤로그_13)

 

평소에 TV시청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시간적 여유가 생기거나 머리가 복잡해서 도저히 책이 눈에 안 들어올 때에는, 더러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몰아서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배경이 아름다울 것 같아 심란한 마음을 위로 받으려고 시청했는데,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의 글이라, 배경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워낙 탄탄해 점차 빨려 들어갔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나서 원작을 검색해보니 소설로 먼저 나와 있었다.

 

영화를 미리 봐서인지,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통해 빌려서 받아든 책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깃털을 들고 있는 소녀의 실루엣이 습지와 너무 잘 어우러져 있고, 반딧불이로 인해 한층 더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저자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출간한 이 첫 소설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소녀 카야의 이야기다.

 

습지소녀: 카야가 여섯 살 때 아빠의 폭력으로 인해 처음에는 엄마가 떠나고, 그 다음에는 큰오빠와 언니들이 떠나고, 마지막으로 작은오빠 조디마저 떠나버리고, 무서운 아빠와 단 둘만 습지에 남게 된다. 평온한 시기가 있긴 했으나 그것도 잠시.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빠는 어린 딸을 보살피지 않고, 아내에게서 온 편지를 받고나서는 그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태우고, 자신마저 사라져 버려 어린 소녀 카야는 홀로 외딴 습지에 버려진다.

 

사건: 어느 날 아침, 두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낡은 망루를 찾았다가 늪에서 젊은 남자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이 고장에서 꽤나 잘나가는 유지의 아들인 젊은 체이스가 늪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마을은 당연히 발칵 뒤집힌다.

 

소설은 습지와 늪”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습지소녀의 성장과정과 살인사건으로 인한 상황이 교차로 나오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카야는 당장 살아가기 위해 그 조그만 머리로 궁리하다가, 홍합을 따서 팔아 억지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맛있는 것도 주고 공부도 가르쳐 준다는 말에 학교에 가게 되지만, 이방인이 되어 섞이지 못하고 결국 단 하루로 학교생활을 접는다.

 

습지에서 살지 못하고 시설에 보내질까 두려워, 사회복지사를 피해 홀로 판잣집에 살면서 자연에서 모든 걸 터득하며 살아가던 중,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오빠 친구인 테이트를 만나면서 팍팍하고 외롭던 삶에 한 줄기 따뜻한 햇살이 비춘다.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야생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글을 테이트에게 배우는 등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마음을 주며 의지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공부로 인해 잠시 도시로 떠난 테이트를 기다리는데, 약속한 날을 훨씬 지나도 사랑하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한 번 버림받은 가슴을 부여안고, 이제 다시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줄 것 같지 않았는데, 외로움은 그녀를 또 한 번 사랑에 눈멀게 한다.

 

사흘 연속 카야를 찾아왔다. 허탕을 친 체이스는 날짜와 시간을 미리 정해 카야의 판잣집이나 이런저런 바닷가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먼저 물어봤고 약속 시간도 엄수했다. 수컷 새가 짝짓기를 위해 털갈이한 것처럼 화려한 색으로 칠해진 체이스의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면 아주 멀리서도 잘 보였다. 카야 한 사람만을 위해 찾아오는 배였다.(229)

 

이렇게 또 한 번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테이트도 후회하고 다시 습지로 돌아와 진심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지만, 카야는 첫사랑인 테이트를 잊지 못하면서도 체이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가 결국 그의 결혼 소식을 신문에서 보고 모든 게 거짓으로 얼룩졌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녀의 거부는 오히려 분노와 폭력만 유발하게 된다. 아빠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의 끈질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카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숨어 다닌다. 이런 체이스가 늪에 있는 오래된 소방망루 밑에서 살해되었으니, 의심의 눈길은 당연히 만만한 카야에게 쏠린다.

 

여기 우리가 가진 증거를 되짚어보면 말이야. 1, 체이스가 추락사하기 직전 소방망루 쪽으로 배를 타고 가는 캐서린 클라크를 봤다는 새우잡이의 증언이 있고 동료도 그 증언에 힘을 실어 준다고 했어. 2, 캐서린 클라크가 체이스한테 조개 목걸이를 만들어줬는데 그게 죽던 날 사라졌다고 패티 러브가 말했지. 3, 여자 모자의 섬유가 체이스의 재킷에 묻어 있었어, 4, 동기, 남자한테 차이고 원한을 품은 여자. 그리고 우리가 반박할 수 있는 알리바이.(311)

 

마시 걸 혹은 습지 쓰레기로 불리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캐서린 클라크(카야)의 성장을 따라가다 보면, 주변에서 거의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게 자연스레 연민을 가지게 된다. 드러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도와주는 이도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다. 영화를 미리 시청한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습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의 위대함· 사랑· 페미니즘· 불합리한 사회구조· 공동체 등, 이 소설에는 재미뿐만 아니라 모든 게 총 망라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다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21세기라고 뭐 그리 많이 달라졌겠는가?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따라가기도 버거운 현실이지만, 정작 바뀌어야할 것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재미와 반전 그리고 아름다움이 함께 있는 야생의 소녀 카야를 꼭 만나보기를 . 미리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무방하겠지만, 가능하면 나와는 반대로 책을 먼저 읽고 충분히 상상한 후에 영화를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신이 상상한 것과 비교해 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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